리팩

미국발(發) 금융 위기로 세계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빈약하고 수출 주도 국가에선 빙하기나 다름없다. 대기업도 힘들다는 마당인지라 중소기업 사장들의 한숨은 더 깊어진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깊은 수렁에 빠진 독일이 수출 강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바로 수많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힘 때문이다.이런 중소기업을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일컬어지는 독일의 헤르만 지몬 박사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s)으로 분류했다. 이 히든 챔피언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수출 강국으로서 한국이 세계에서 더욱 강해지려면 세계적인 중소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 세계 2000여 개의 히든 챔피언 중 한국 기업은 25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2009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참가한 기업 중 리팩(대표 이일해, www.leepack.com)은 국내 포장 기계 제조업체의 대표주자다. 1967년도 한국전자공업으로 시작, 40여 년을 포장기계 제조 한우물만 고집한 장인 기업이다. 특히 창업 초기부터 수입에 의존하던 포장 기기를 국산화하는데 전력을 쏟았다. 이에 따라 리팩은 국내 최초로 벤드 실러, 자동 계량기, 오가필라, 진공포장기, 로터리 자동포장기, 로터리 진공포장기를 개발했다. 또한 한국 포장 기술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포장기대상 등 각종 포상을 받으면서 명실 공히 국내 포장 기계 제조업체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리팩은 급대식 자동 포장 기계 분야에서 국내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호주 아프리카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총매출의 50%가 바로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리팩의 이일해 대표는 “현재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로 신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며 “수출 비중을 높여 리팩의 총매출 7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리팩은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해외시장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공략하고 있다. 본격적인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태국과 필리핀에 대리점을 개설했다. 기존에는 미국 유럽 등에 에이전트를 두었지만 이들 시장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급신장을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반면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은 삼모작이 가능한 농업 중심의 국가이기 때문에 식품과 관련된 포장 기계 수요가 큰 거대 시장이다. 리팩은 이전에도 동남아 시장에 제품을 수출해 왔지만 대리점 진출은 그때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존 동남아 시장에는 저렴한 반자동 형태의 제품만 수출했지만 고가의 완전한 자동화 포장 기계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판매처에서 애프터서비스(AS)를 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이번 ‘2009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선보이는 ‘액상용 고속 로터리 자동 충전 포장기’는 백 사이즈 변경이 1분 안에 이뤄져 다품종 생산에 적합하다. 또한 ‘양곡용 로터리 자동 충전 포장기’는 제작비와 물류비 등 큰 비용이 발생하는 캔 대신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 파우치 포장 기계다. 특히 쌀과 잡곡 등 양곡용으로 각광받는 제품이다.작지만 강한 중소기업 리팩의 이 대표는 “현재 위기 상황을 기회로 생각하고 환율 문제로 타격이 있지만 일본과의 경쟁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고지에 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해외 바이어 개발로 국익 창출에 이바지하며 사원 복지와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전범준 기자 june314@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