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세이
‘강호동 육칠팔(www.678.co.kr)’의 김기곤(39) 사장은 한마디로 장사의 달인이다. 그가 창업한 강호동 육칠팔은 매장이 6개. 출점하는 점포마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놀라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김 사장의 오랜 고향 선배 방송인 강호동 씨의 높은 인지도, 매장이 갖는 독특한 문화에 반한 두 사람은 5 대 5의 지분을 갖고 공동 경영자가 됐다.방화동 점포는 물론이고 홍대나 압구정동에 있는 점포들은 그 지역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찾는 명소다.삼겹살 1인분에 1만 원. 가격이 좀 비싸지만 그 때문에 맛을 보장할 수 있고 오는 사람들도 그냥 삼겹살집으로 보지 않는다. 압구정 매장은 해외 유학파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꼭 찾는 명소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미국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 미국 대형 개발 회사로부터 미국 동부 지역 주요 도시에 제대로 된 레스토랑으로 강호동 육칠팔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내용이다. 현재 6개 매장 중에 홍대점만 가맹점이다. 직영을 고수했지만 디자인 업무를 하던 직원이 통사정해 가맹점을 내줬고 홍대 매장 역시 대박이다. 330㎡(옛 100평) 매장에 월매출이 1억5000만 원이 넘는다.최근 들어 자영업 시장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바야흐로 기업형 외식 전문 업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강호동 육칠팔은 기업형 외식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김 사장이 처음 강호동 육칠팔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매장은 99㎡(옛 30평) 내외로 작았다. 하지만 이 매장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대형 직영점 중심으로 출점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연타로 성공을 거두면서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또 홍대점의 예에서 보듯이 가맹점 개설 요청이 쇄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최근 룸 타입 주점으로 인기를 얻는 ‘꾼노리(www.ikkun.co.kr)’도 기업형 외식 업체의 대표적인 예다. 꾼노리는 광주에 기반을 둔 업체다. 이 회사의 김종화(46) 대표는 조그만 한식집을 운영하다 고깃집과 주점 등을 연달아 운영하게 됐다. 김 사장은 단일 브랜드로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 점포를 광주 지역에서만 1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있다. 사업 성공에 대한 경험, 즉 현장에서 다져진 감각이 ‘꾼노리’라는 히트 브랜드를 기획하게 했고 그 브랜드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에 뛰어든 케이스다. 4억~5억 원대 이상의 투자비가 들지만 높은 수익성 덕분에 가맹점 모집은 순조롭다. 직영점 1개에 가맹점 35개.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탄탄하게 다져진 이 회사의 경험을 높이 사 가맹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이다.‘하코야’의 가맹점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LG패션이 100% 출자한 LF푸드가 운영하는 하코야(www.hakoya.co.kr)는 현재 1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점포를 여러 개 가진 사업자들이다. 경주IC점, 대구동성로점, 강남역점, 서울 신림포도몰점 등이 모두 기존에 사업체를 가진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점포들이다.LF푸드의 박보준 부장은 “현장 경험이 많은 기존 사업자들이 잇따라 가맹 계약 신청을 하는 것을 보고 이 업종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가맹점주들 중에는 적게는 1개, 많게는 4~5개의 서로 다른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본부의 슈퍼바이저 출신들이 독립해 투자자를 모은 다음 점포를 여러 개 위탁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또 기존 프랜차이즈 본부에 근무하던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 점포를 여러 개 운영하는 사례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이러한 기업형 창업, 특히 외식 분야에서의 기업형 창업 현상은 기존 사업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다. 기업형 창업이 가능한 이유는 과학적인 경영 덕분이다. 목표 매출을 달성해야 기업형 운영이 가능하다. 판매시점정보관리(POS: Point of Sales) 기기의 보급,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한 마케팅과 고객 관리, 투명한 경영은 기업형 창업의 전제 조건이다. 그리고 점포형 사업의 고유한 특성도 한몫하고 있다. 점포형 사업은 입지형 업종이기 때문에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좋은 목의 매장을 구하는 것,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우수한 인테리어, 전문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적정한 규모, 잘 교육된 직원 채용 모두 자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요소다.해외에서는 이미 외식업이 투자형 사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식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한식 세계화 역시 기업형 외식 전문 기업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곳간에서 인심이 날 뿐만 아니라 곳간이 넉넉해야 사업 확장과 성공의 추진력, 경쟁력도 갖출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이런 기업형 창업 시대는 영세한 구멍가게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는 비전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 구멍가게는 평생 구멍가게가 아니라 구멍가게를 발판으로 큰 기업의 꿈을 키울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잡으려면 경쟁력을 갖추고 제대로 해야 한다. 대충 해서는 그런 기업형 업소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다른 하나는 작고 강한 점포를 만들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손바닥만 한데 경쟁력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은 매력을 지닌 점포들을 곧잘 볼 수 있다. 이런 점포들은 말 그대로 유니크한 개성을 가진 오리지널 점포들인데, 이 또한 선진국의 외식 트렌드를 보면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결국 어중간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다. 제대로 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든, 아니면 개성 있는 아주 작고 강한 점포를 만들어야 한다.현재 가맹 사업과 관련해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 사이에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분쟁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가맹 사업의 핵심 요소(즉, 가맹본부의 가맹점 사업자에 대한 영업표지 및 사업 시스템의 사용권 부여, 가맹점 사업자의 가맹본부에 대한 가맹금의 지급)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그렇다면 가맹 사업은 가맹본부에 유리한 것으로 보아야 하나, 아니면 가맹점 사업자에게 유리하다고 보아야 하나?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먼저,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로 하여금 자신의 영업표지 및 사업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허락하는데, 이러한 가맹 사업의 본질적인 요소 때문에 가맹점 사업자가 가맹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계기로 가맹본부의 영업 비밀 및 노하우를 부당하게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맹사업법은 가맹점 사업자에게 가맹본부의 영업 기술이나 영업 비밀을 누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가맹사업법 제6조 제11호), 가맹점 사업자가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도 가맹사업법에는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에게 마케팅 계획, 혹은 사업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데 가맹본부가 이를 핑계로 가맹점 사업자에게 일정한 상품 및 용역의 품질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거나 필요한 경우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다. 가맹 사업은 그 본질상 가맹 사업 당사자들이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사업을 영위할 때 일정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가맹 사업에서는 가맹 사업의 통일성과 가맹본부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가맹점 사업자가 판매하는 상품 및 용역에 대해 가맹점 사업자로 하여금 가맹본부가 제시하는 품질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그러한 품질 기준의 준수를 위해 필요한 경우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대법원 2005년 6월 9일 선고 2003두748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가맹본부의 행위가 허용된다고 밝히고 있다.곽상언 변호사 (법률사무소 푸른언덕)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www.changupo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