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가치평가 조사보고서 발표

법정관리 중인 쌍용자동차가 청산되는 것보다 계속 운영되는 것이 더 가치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일단 첫 고비를 넘겼다. 법정관리가 폐지되고 자산이 경매에 넘겨지는 등 파산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위험을 피하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은 셈이다.5월 6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수석부장판사 고영한)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제출받은 ‘쌍용자동차 가치평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를 살릴 경우 계속기업가치는 1조3276억 원으로 청산가치 9386억 원보다 3890억 원 많았다. 쌍용차의 자산도 2조1272억 원으로 부채보다 4336억 원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가치 평가는 금융회사가 구조조정 비용과 신차 개발 비용 등으로 2500억 원을 신규 대출해 주고 회사 측이 제시한 구조조정 계획 및 경영 정상화 방안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작성한 것이다.따라서 쌍용차는 법정관리 체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노조와 조속히 구조조정에 대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 금융권도 차량 판매 대금으로 신차 개발비와 인건비 등 모든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는 실정에 놓인 쌍용차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해 줘야 한다. 이 같은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채권단과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 절차를 중단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법원 관계자는 “일단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구조조정과 신규 대출 등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회생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이 없으면 회생 절차는 폐지된다”고 밝혔다.문제는 두 전제 조건 모두 실행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쌍용차는 감원과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퇴직금 등 구조조정 관련 비용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정리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노조와도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는 곧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다.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하면 자금 지원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파업 며칠 하면 수혈해 준 돈이 다 날아갈 것 아니냐”며 “모래성에 물 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노조 문제가 아니더라도 산업은행은 회생 계획안이 가결되기 전까지는 쌍용차에 자금 지원을 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신차 개발비 확보 작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금 지원을 검토해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뒤 “보고서의 현실 타당성을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법원은 오는 5월 22일 산업은행 등이 참여하는 1차 관계인 집회를 통해 이날 보고서상의 의견을 확정하게 된다. 쌍용차는 이후 4개월 이내에 채무 변제 계획 등 구체적인 회생 계획안을 작성해 2차 관계인 집회에 제출해야 한다. 회생 계획안에는 회사를 살릴 수 있도록 채무를 어떻게 조정할지 등의 내용이 담기며 경우에 따라서는 채권단이 작성할 수도 있다. 회생 계획안에 대한 가결은 채권자, 담보권자, 주주의 동의 아래 이뤄지며 계획안이 가결될 경우 법원에서 계획안에 법률적 결함이 없는지 다시 판단하고 별 문제가 없으면 회생 계획 인가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회생 계획이 인가되더라도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되던 중에 쌍용차가 도저히 계획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법정관리 절차를 폐지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파산선고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회생 계획안은 회생 절차 개시일(2월 6일)로부터 1년 이내(6개월 연장 가능)에 이뤄진다. 최악의 경우 내년 8월까지 쌍용차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쌍용차 경영진은 “구조조정에 필요한 희망 퇴직금 지급에 1000억 원, 신차 개발에 1500억 원이 당장 필요하다”며 산업은행에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쌍용차의 최대 주주인 상하이자동차(지분율 51.33%)의 행보도 자금 수혈과 관련한 또 다른 변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 팀장은 “상하이차가 뭔가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산업은행도 쌍용차를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