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국회의원 국회 미래성장동력산업연구회 회장
이종혁(53) 한나라당 의원은 작년 18대 총선에서 최고경영자(CEO) 출신 당선자로 국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서석재 전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활약하다 1990년 문민정부 탄생과 함께 홀연 정치권을 떠났고, 그 후 10년 가까이 중국과 러시아를 넘나들며 기업가로 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의원의 의정활동 화두는 ‘미래 성장 동력 찾기’다. 틈만 나면 ‘미래 먹을거리’를 입에 올려 ‘미래성장동력산업의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초선이면서도 의원 53명을 끌어 모아 ‘미래성장동력산업연구회’를 결성했으며, 국회에서 첫 로봇쇼(2월 6일)와 항공우주전시회(4월 27일)를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의원은 “선진국 진입은 새로운 성장 엔진을 육성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국가적 에너지를 미래 성장 산업 발굴과 육성에 쏟아 부어야 한다”고 말했다.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권에 들어와 10여 년 활동했어요. 그러다 문민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계에서 발을 뺐지요. 그 후 기업 인큐베이션 비즈니스를 주로 했습니다. 기술 기업을 발굴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하고 지원도 하는 일이죠. 바이오 기업 한 곳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었어요. 세계나무교육을 통해 중국 교육 사업도 추진했지요.기업을 하면서 세계를 참 많이 다녔지요. 인류사회가 새로운 문명 전환기에 있다는 것을 그때 느꼈어요. 30여 년 전 시작된 정보화 혁명의 흐름이지요. 그걸 도구화, 수단화해 전 세계가 새로운 지식 기반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겁니다. 인큐베이션 회사는 주로 첨단산업에 관심을 가져요. 바이오나 나노, 의료, 뉴 정보기술(IT), 즉 최첨단 정보통신 등이죠. 새로운 문명 태동기에는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게 마련이에요. 18대 국회에 들어와 가장 먼저 미래성장동력산업연구회를 만들었어요. 이제는 누구나 ‘신성장 산업’을 시대적 화두로 이야기합니다.한국이 1960년대 보릿고개를 넘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다섯 개의 산업 엔진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휴대전화가 그것이죠. 이게 없었다면 지금 이 정도 위치에 오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국민소득 2만 달러까지의 ‘솔루션’일 뿐이지요. 한국 경제가 수년째 정체돼 있는데,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새로운 성장 엔진을 육성하지 않고는 불가능해요. 지금 대한민국에 최고로 중요한 전략은 바로 미래 성장 동력 산업 발굴과 육성입니다. 한국 경제가 중진국에 머무르다 결국 퇴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아니면 선진 경제 강국으로 가느냐는 얼마나 빨리 효율적으로 미래 성장 산업을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어요.미래 성장 산업은 이제 출발선에 서 있는 산업이에요. 이건 세계가 다 마찬가지죠. 그래서 어떤 나라, 어떤 기업이 이 분야를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잡고 선점해 집중적으로 키우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초기 산업의 경우 정부, 정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로봇 전시회나 세미나를 자꾸 개최하는 것은 정부와 공공기관, 일반 국민에게 이런 산업이 갖는 의미를 널리 알리고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섭니다. 정부가 이런 쪽에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초기 공공 시장을 열어주려면 여론의 뒷받침이 있어야 해요.신·재생에너지나 로봇 산업 등은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6~7년 정도 나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요. 과거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나설 때를 생각해 보죠. 선진국과 20~30년 정도, 기술 격차를 따지기도 어려울 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출발했어요. 그런데도 소위 한강의 기적을 거쳐 세계 11위 경제 대국에 올라섰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6~7년의 기술 격차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요. 다행히 이명박 정부 들어 신성장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열정을 갖고 나간다면 20년, 30년 뒤에는 한국이 얼마든지 선도 국가가 될 수 있어요.지식경제부는 17개 분야를 신성장 산업군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와 나노 소재, 항노화 장수 의학, 로봇, 우주항공, 뉴 IT 등 6개 분야가 우리나라가 선진 경제로 진입하는데 강력한 산업 솔루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어떤 산업이 효자 노릇을 할지는 결국 미래의 결과가 말해 줄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시장을 분석하고 변화를 예측하는데 최선을 다해야죠.항노화 장수 산업이 아주 강력하고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는 이미 고령화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이 시장은 무한대로 커지는 시장입니다. 일반 진료 과목도 의료 산업으로서 의미를 갖지만, 아무래도 공공재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항노화 산업은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죠. 21세기 지식 서비스 산업으로 육성할 가치가 충분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걸 고령화 사회복지정책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공공 의료가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영리 법인을 허용하는 것은 사회적 충격파가 크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노화 장수나 성형 같은 비급여 진료를 특성화해 의료특구를 만드는 대안을 생각해 봐야 해요. 중국은 상하이국제의료특구(SIMZ)를 만들어 아시아 의료 허브를 노리고 있어요. 우리도 부산에 부산국제의료특구(BIMZ)를 만들어야 해요.대부분 ‘의료 산업’이 아니라 ‘의료 관광 산업’을 지향합니다. 관광 개념이 함께 가야 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천혜의 관광지인 부산이 최적지라고 할 수 있지요. 또 의료 관광 산업은 대개 대도심에 자리해 있어요. 미국은 라스베이거스를 중심으로 발전합니다. 다른 대도시 도심에는 이런 걸 키울 공간이 없어요. 다행히 부산은 중심부에 일제강점기 때부터 도심 철도 시설이 자리 잡고 있지요. 이걸 외곽으로 이전하면 그 자리에 거대한 의료 관광 특구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상하이 푸둥에는 1322만㎡(옛 400만 평) 규모의 의료특구가 들어서 있습니다. 존스홉킨스나 엠디앤더슨 같은 세계적인 병원들을 이미 유치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발 빠르게 가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어요. 부산은 99만1500㎡(옛 30만 평) 규모지만 상하이는 일반 의료 중심인 반면 부산은 항노화 장수 의학 중심으로 하는 겁니다. 그러면 작은 규모로도 훨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요. 이런 특화 전략을 구사하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의료 허브도 가능하다고 봅니다.지난해 부산 도심 철도 이전 타당성 용역 조사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부산지역 20여 개 시민단체도 범시민연대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어요. 여기에 부산 지역 기업인, 언론인, 학계 대표가 어우러진 부산도심철도이전추진단이 5월 초 공식 발족합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요.정치 지도자들의 시대 인식과 의지가 매우 중요해요. 그중에서도 특히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다행히 저탄소 녹색 성장 전략으로 방향을 잡고 잘 가고 있어요. 몇몇 부처의 영역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문제는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과거 우리가 가난을 딛고 산업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위대한 지도자, 탁월한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세력들이 열정과 비전을 갖고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해낼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기업도 확신을 갖고 갈 수 있어요.지식 경제 시대에 우리가 과학과 기술을 갖고 미래 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우리나라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인류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첨단산업을 일궈내면 인류가 그 보편적인 혜택을 나눌 수 있지요. 바로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겁니다.1956년 부산 출생. 동아대 법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85년 서석재 전 의원 보좌관(12·13대). 중·러 경제정책연구원 원장. 포럼 부산비전 도시경쟁력 강화특위 위원장. 세계나무교육 대표. 2008년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 부산진을).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국회 미래전략 및 과학기술특위 위원. 국회 기후변화대책특위 위원. 국회 미래성장동력산업연구회 회장(현).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