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 그린 비즈니스/IT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정부와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연구와 에너지 효율 향상에 초점을 맞춘 산업구조 변화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보기술(IT)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이에 따라 본지는 정부·학계·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그린 비즈니스 및 녹색 산업에서 IT의 역할과 기능’등에 관한 좌담회를 최근 개최했다.참석자: 윤상직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김성희 KAIST 교수·김재경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소장·김종완 LG CNS 인프라서비스 부문장·최주철 롯데정보통신 SM사업부문 팀장사회자= 기후변화 방지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녹색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린 비즈니스/IT’는 어떤 의미입니까. 윤상직 산업경제정책관= 그린 비즈니스/IT는 그린 IT를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입니다. 그린 에너지와 녹색 기술이 기존 산업과 융합돼 창출되는 녹색 제품과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등 이른바 그린 에너지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IT 등 주력 산업에 에너지 효율 향상 청정 기술 등 녹색 기술이 융합된 에너지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하는 개념이지요.다만 ‘그린 비즈니스/IT’는 지난 1월 발족한 ‘한국그린비즈니스/IT협회’가 최초로 사용한 용어로 알고 있습니다. IT를 활용해 경제 사회 전반의 그린화를 촉진하는 한편 기존 산업에서 새로운 그린 비즈니스를 발굴하자는 뜻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는 ‘저탄소 녹색 성장과 동일한 개념입니다. 김성희 교수= 녹색 성장에서 녹색은 환경, 성장은 경제 성장을 뜻합니다. 경제성장을 하면서 환경도 좋아지는 것이 ‘신사업’입니다. 환경을 잘 활용해 산업을 환경화해 가는 것, 즉 환경 산업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정보통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은 IT를 활용해 다른 나라와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그린 비즈니스에서 그린 IT는 ‘IT의 환경화’와 ‘IT에 의한 환경화’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사회자= 최근 금융 위기 여파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그린 비즈니스/IT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까. 김재경 교수= 경제 위기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에너지 절감과 효율화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기반은 IT입니다. 현실적으로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어렵다면 그린 비즈니스/IT의 한 가지 예로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SaaS의 장점은 회사 내에 시스템을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고 유지 관리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영수 소장= 사회 경제 시스템이 변함에 따라 소비자 패턴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입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건강과 지속 가능함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소비자는 30%가 넘습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녹색 구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이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김종완 부문장= 작년에 고유가와 지구온난화의 문제로 그린 IT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지만 금융 위기로 인해 요즘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툴로서 그린 IT를 활용한다면 에너지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IT 기반의 신기술을 이용해 친환경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 출장을 원격 화상회의로 대체하는 것이지요.우리 회사를 포함한 IT 서비스 기업들은 관련 기술 및 솔루션뿐만 아니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있습니다.최주철 팀장= 현재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만 일본의 ‘닌텐도’를 보면 IT 기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닌텐도는 경제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새로운 것을 시도함으로써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닌텐도의 ‘위’는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대 이상 팔리면서 부품, 소재 산업과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지금의 불황은 그동안의 경제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새로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뜻합니다. 따라서 그린 비즈니스/IT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윤상직 정책관= 글로벌 실물경기 위축, 기후변화 및 에너지 환경문제의 본격화에 따른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기업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탄소 배출권 거래 등 이른바 ‘녹색 산업’ 또는 ‘신환경 산업’은 고도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탄소 배출권 시장 규모는 1000억 달러(세계은행 2008년), 2010년은 1500억 달러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장 경쟁의 핵심 요소가 에너지 효율성 및 친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위기 극복을 위한 녹색 뉴딜로 녹색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 중입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녹색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사회자= 그린 비즈니스/IT를 추진하는 구체적인 사례는 어떤 게 있습니까. 김성희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의 풍력발전은 신종 벤처 비즈니스라고 봅니다. 신종 벤처비즈니스는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델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린 비즈니스로 재미있게 진행될 수 있을 듯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수출할 때는 차량의 일정 부분을 하이브리드차로 함께 팔아야 합니다. 이렇듯 그린 비즈니스는 이미 일어나고 있고 대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좋은 예인 듯합니다. 김재경 교수= 유럽은 에너지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에너지 공급의 안전성 확보,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제품의 경쟁력 확보 및 관련 시장 확대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요 정책으로는 ‘에너지 효율성에 관한 유럽위원회 그린 페이퍼(정부 견해 문서)’ ‘에너지 효율화 실행계획)’ 등이 있습니다. 특히 덴마크는 풍력에너지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약 1억3000만 유로를 에너지 연구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윤상직 정책관= 글로벌 선진 기업은 기존 사업 분야를 그린 비즈니스 분야로 재편해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은 청정 기술 투자 확대, 환경 사업 매출 증대,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에너지 효율 향상, 경영 투명성, 물 사용 절감을 5대 전략으로 삼고 환경 친화적인 제품으로 매년 10% 이상의 매출 신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듀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세이코엡손 등 해외 선진 5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및 그린 비즈니스 전략적 특징을 보면 기후변화를 비즈니스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 조기 대응을 통해 경험을 쌓아 선점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를 적응과 변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전담 조직 등을 구성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많다고 봅니다. 이영수 소장=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등 지구촌이 당면한 환경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 나가고 이를 적극적인 사업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히타치는 지구온난화 대응 강화, 환경 산업 육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를 위해 ‘환경 비전 2025’를 추진하고 있습니다.일본의 후지쯔는 ‘그린 팩토리’ ‘그린 프로덕트’ ‘그린 솔루션’ ‘그린 매니지먼트’ ‘그린 어스’ 등의 친환경 정책을 펴 전 제품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데이터센터의 라이프사이클 전 단계에 걸쳐 비용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최대 50% 절감하고 있습니다. 최주철 팀장= 일본은 그린 비즈니스/IT 기술 및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요 정책 및 활동으로는 ‘그린 IT 이니셔티브’ ‘그린 IT 프로젝트’ ‘그린 IT 추진협의회’ 및 ‘쿨 어스(Cool Earth) 에너지 혁신 기술 계획’ 등이 있습니다.한국의 경우 정부의 전자 민원,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 등이 있으며 기업의 경우 그룹웨어, 전자문서,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인텔리전트 빌딩 시스템 등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백화점이나 마트 옥상의 유효 공간에 태양광 집열판, 풍력발전기 등을 설치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전력 소모가 많은 디스플레이용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김종완 부문장= LG CNS 역시 그린 비즈니스/IT를 위해 전문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벨기에 환경 전문 IT 기업인 트라시스와 손을 잡고 환경 IT 컨설팅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대응 전략 수립, 공급체인 전반의 프로세스 설계 컨설팅 및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토털 환경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그린 IT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상암IT센터 내에 ‘온그린 스페이스’를 열고 미래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모습을 구현했습니다. 이곳에서 데이터센터의 전원과 냉방 관련 친환경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으며, 표준화 자동화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 효율적인 IT 운영 환경이 전시돼 있습니다. 지난 2007년 개관한 상암IT센터는 연간 탄소 배출량의 18%, 약 5000톤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사회자= 지식경제부는 그린 비즈니스/IT와 관련된 육성 정책을 펴고 있지요. 윤상직 정책관= 작년 8월 15일 대통령께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추진 전략으로 ‘저탄소 녹색 성장’을 천명한 이후 지식경제부는 실물 분야의 구체적 추진 전략으로 지난해 ‘제1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과 ‘그린 에너지 산업 발전 전략’ 및 ‘지식·혁신 주도형 녹색 성장 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 발표했습니다.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국가 에너지 효율을 46% 개선하고 에너지 사용을 대폭 절감, 화석연료 비중을 대폭 줄이고 저탄소·청정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그린 에너지 산업 발전 전략’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화석연료 청정화 및 에너지 효율 향상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조기에 해소하고 R&D부터 수출 산업화까지 전 주기적 지원 체계 구축 방안을 수립했습니다. 또한 국내 산·학·언·연 100여 개 기관이 결집된 ‘한국그린비즈니스/IT협회’를 지난 1월 13일 발족해 정부의 녹색 성장이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는 녹색 성장 민간 추진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2월 16일 ‘녹색성장위원회’ 발족을 통해 범정부 차원에서 녹색 성장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 금년 상반기 중 ‘녹색 성장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녹색 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사회자= 요즘 경제계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문이 일자리 창출로 연계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합니까. 최주철 팀장=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기본 운영체계, 데이터베이스, 통신장비 등 기반 기술은 대부분 외국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 비즈니스/IT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그린 비즈니스/IT의 트렌드 및 미래 전망, 국외 그린 비즈니스/IT 기술 R&D 동향, 국내 그린 비즈니스/IT 현황 및 역량 분석 등을 통해 장·단기 로드맵을 세워야 합니다. 이영수 소장= 이미 정부에서도 ‘제1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 ‘그린 에너지 산업 발전 전략’ 및 ‘지식·혁신 주도형 녹색 성장 산업 발전 전략’ 등을 수립했습니다. 이 중 지식·혁신 주도형 녹색 성장 산업 발전 전략에서는 9대 주력 산업별, 12개 기능별 전략을 수립해 산업 부문의 녹색 변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기업의 그린 비즈니스/IT화를 통해서도 일자리 수요 증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됩니다. 김종완 부문장= LG CNS는 U-교통/SOC를 비롯한 융합 IT 서비스를 위해 작년 7월 ‘U-엔지니어링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태양광, LED 등의 그린 IT 솔루션과 IT를 접목한 주거 환경 개선, 신도시 건설, 스마트 빌딩 등 적용 분야가 다양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윤상직 정책관= 기술 개발은 우리 산업의 선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인으로, 미래의 녹색 경제를 대비해 현시점에서 R&D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시기적절하며 필수적이라고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R&D 투자를 2012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늘리면 2018년까지 연평균 약 28만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R&D 예산 4조 원을 신성장 동력, 그린 에너지, 그린 IT 등 녹색 성장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산업계 학계 연구소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학과 연구소는 기술과 인력을 공급하고 기업은 녹색 산업에 적극 투자해야 합니다.사회= 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정리=박병표 기자 tiki2000@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