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750Li

지난해 공개된 BMW 뉴 7시리즈의 디자인은 기존 7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1년 새로운 7시리즈(4세대)가 출시됐을 당시의 디자인에 대해 비난과 찬사가 엇갈렸지만, 이내 시장은 뉴 7시리즈의 혁신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번의 뉴 7시리즈의 디자인은 그때의 디자인 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포르쉐 911이 초기의 틀을 벗어던지지 않고 재해석되며 오늘날에 이른 것과 비슷하다. 달리 말하면 디자인 완성도가 너무 높아 그 틀을 벗어던지지 못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새로운 7시리즈는 전체적으로는 이전 모델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보닛의 볼륨감이 두툼해졌고 라디에이터 그릴이 훌쩍 커지고 헤드램프가 측면으로 더욱 파고들면서 재규어XK,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같은 인상으로 변했다. 사이드 캐릭터라인의 위치가 더 위로 올라갔고 도어 핸들이 사이드 캐릭터라인 선상에 위치하고 있다.크기는 기존 750Li에 비해 훨씬 커졌다(숫자 뒤의 L은 롱휠 베이스를 뜻한다). 전장(앞뒤 길이)은 3.3cm, 휠베이스(두 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는 8.2cm 늘어났다.디자인은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변화지만 극적인 변화는 엔진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750Li의 경우 4799cc의 ‘가변식 밸브트로닉 V8 엔진’을 장착, 최고 출력 367마력, 최대 토크 50.5kg·m, 제로백(0→100km까지 걸리는 시간) 5.9초의 성능을 발휘했었다. 새로운 7시리즈는 4395cc로 배기량은 404cc 줄어들었지만 ‘고정밀 직분사 방식 V8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407마력, 최대 토크 61kg·m을 발휘, 0→100km/h를 단 5.3초 만에 주파한다. 최대 토크는 저회전, 고회전 영역에서 고르게 발휘된다.엔진의 파워가 너무 세다 보니 1단에서의 가속페달 반응은 제법 천천히 이뤄지는 편이다. 주차나 골목길 등 저속 주행이 이뤄져야 하는 곳에서는 힘을 제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1단에서 살짝 주춤하면서 2단에서 순식간에 가속된다.뉴 7시리즈에 처음으로 적용된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Dynamic Driving Control)은 버튼 하나만으로 서스펜션 강도, 핸들링 반응, 변속 시점 등을 5가지 모드인 컴포트, 노멀, 스포츠, 스포츠+, 트랙션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 컴포트와 스포츠의 차이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인테리어는 기존 7시리즈와 거의 비슷했다. 나무 무늬 대신 대리석 느낌의 트림과 오렌지색 시트에서 나오는 고급스러움은 변함이 없다.눈길을 끄는 것은 계기판의 아이디어. 주간에는 흰 색으로, 야간 모드에서는 오렌지색으로 계기판 색이 바뀐다. 계기판 아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은 속도계·엔진 회전계의 나머지 동그란 모양을 완성하고, 동시에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BMW만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야간에 원적외선 센서로 사람과 물체를 인식하는 나이트비전은 변함없이 7시리즈의 아우라(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다. 이 차에서 찾을 수 있는 단점이라고는 비싼 가격과 유지비뿐이 아닐까. 새로운 7시리즈(오른쪽)는 전체적으로 이전 모델(왼쪽)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보닛이 두툼해졌고 라디에이터 그릴이 훌쩍 커지고 헤드램프가 측면으로 더욱 파고들면서 재규어XK,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같은 스타일이 가미됐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