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점포 탐구-‘보노빠스토’ 김철민 사장

최근 창업이라고 하면 업종보다 브랜드를 먼저 떠올린다. 제과점을 창업하려면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보쌈 가게를 창업하려면 원할머니보쌈, 놀부보쌈 식이다. 초보 창업의 경우 믿을 만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 형태로 창업하는 것이 안전하지만 최근 창업 형태가 너무 가맹 창업으로만 기우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가맹 본사가 예측한 매출이 생기지 않는다고 본사와 갈등을 빚는 가맹자도 많고, 막상 개점해 보니 ‘본사가 다 해 줄 것으로 알았던’ 많은 것들이 점주 홀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창업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 또 그에 따른 손실도 입지만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고 하나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어가는 개인 점포는 매출 이상의 성취가 있지 않은가.홍대 상권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보노빠스토’는 김철민 사장의 실수와 땀이 고스란히 밴 개인 점포다. 이제 마흔 즈음인 김 사장은 전라도 광주에 이탈리아 분식점을 창업한 경험을 쌓아 서울로 입성했다. 의류 관련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그가 요식 업계에 뛰어들어 메뉴에서부터 인테리어, 마케팅까지 하나하나 몸으로 겪어가며 두 가게를 만들었다. 그 결과 서울에서 손꼽히는 번화한 상권인 홍대 앞에서 소렌토, 솔레미오 같은 브랜드 스파게티점과 당당히 경쟁하는 김 사장의 사례는 여느 프랜차이즈의 성공담보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보노빠스토(buono Pasto)는 ‘맛있는, 좋은’과 ‘식사, 음식’이 합쳐진 말이에요. 맛있는 식사라는 뜻이죠.” 김 사장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비싸다는 것도 고정관념이 아니냐고 말한다. 외국 음식이라도 싸고 맛있으면 통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개인 점포이기 때문에 가격 결정도 눈치 볼 사람 없이 스스로 결정한 것을 밀어붙였다. 결정한 가게의 메뉴는 근처 레스토랑 가격에 비하면 60% 정도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금액. 점심의 스파게티 가격이 5900원 저녁은 7900원에서 출발한다.물론 스파게티류만 구성하지는 않았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메뉴인 화덕 피자도 있다. 참나무 장작으로 직접 화덕에 구은 피자 역시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하다. 인테리어나 서비스는 최고를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가격에 비하면 모두 적당히 캐주얼하고 편안한 맛이 있다. 대신 돈이 들지 않는 친절한 서비스는 깎지 않았다. 직원들의 서비스는 사장의 인력 관리 능력의 바로미터다. 대기업 패밀리레스토랑처럼 체계적인 고객 서비스(CS) 교육을 하지 못하는 개인 점포에서 직원들이 늘 고객을 웃는 얼굴로 대하는 점주의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홍대 앞 상권은 대학가 상권 중에서도 번화한 상권. 주고객층인 학생들 외에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유동 인구가 풍부한 지역이다. 게다가 독특한 문화가 형성돼 있어 소위 문화와 예술의 선도자를 자청하는 예술가들과 젊은 층이 늘 모여드는 활기찬 상권이다. 보노빠스토의 입지는 홍대 정문 근처의 놀이터 인근으로 유동 인구가 풍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동 인구들이 머무르지 않고 지나는 일명 ‘흐르는 동선’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건물의 출입구가 대로변 쪽으로 훤히 나 있지 않은 단점 또한 안고 있다.김 사장은 “A급이다 싶어 계약했지만, 후에 여기가 세입자들의 무덤임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다수의 초보 창업자가 그러하듯 위치가 좋아 보이는 점포가 공실 상태에다 권리금도 없다고 하니 덜컥 계약부터 하는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당연히 개업 후 흑자의 꿈은 산산조각 났음은 당연하다.그러나 정확히 3개월 후 김 사장의 가게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오픈 초기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그만의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갔기 때문이다. ‘찾아오지 않는 고객은 내가 찾아간’ 것이 보노빠스토만의 마케팅 기법이었다. 김 사장은 직접 인근 학원이나 미용실을 찾아가 무조건 ‘4인 무료 식사 쿠폰’을 돌렸다. 보통 쿠폰은 ‘2인 이상 주문 시 1인 무료’ 등으로 조건부를 달게 마련이지만 김 사장의 쿠폰은 말 그대로 ‘4인까지 공짜’였다. 값으로 따지면 약 800만 원에 달하는 200장의 쿠폰을 무료로 배포한 것. 추후 집계해 보니 무료 쿠폰은 약 150장이 회수됐다. 그러니 적어도 600명 이상의 고객을 김 사장이 발로 뛰어 불러들인 것이다. 초기의 매출 부진에 꺾이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무료 쿠폰으로 승부수를 띄운 배포가 만든 성공이다. 음식점의 기본인 맛, 서비스, 그리고 상권 내에서 고객이 만족할 만한 가격이라는 자신의 판단을 믿고 끈기 있게 밀어붙인 것이다.주고객층인 대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을 내세워 상주하는 학생 단골 층을 확보한 보노빠스토. 현재 15개 테이블에서 일매출 170만 원가량을 올리고 있고 월평균 매출은 5000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김 사장은 월매출 목표를 7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매출 집중 시간대에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주문 전에 면을 삶기도 하는 등 갖가지 개선안을 모색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이다.프랜차이즈였다면 A급으로 알고 선택한 입지에서 매출이 나오지 않았을 때의 당황스러운 결과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점주는 먼저 본사에 읍소했을 것이고 본사의 관리자는 홍보 지원이나 관리자 파견 등의 시스템이 허락하는 한도 내의 해결책을 제시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점주는 전적으로 본사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 것이다.창업에는 왕도가 없다. 경험 대신 브랜드의 시스템을 빌려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스스로 경험해 가며 일구는 것도 또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하지만 두 가지 길 모두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성공이 요원하다는 것만은 명확하다.삼성동은 테헤란로의 시작점으로 벤처산업 열풍이 형성한 수많은 정보통신 업체와 정보기술(IT) 업체를 끼고 있는 상권이다. 게다가 공항터미널이 인근에 있어 유입 인구가 늘 풍부한 교통과 업무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오피스 타운에 상주하는 직장인 인구와 코엑스 몰에 쉼 없이 유입되는 청소년, 대학생들의 인구가 늘 삼성역 상권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삼성역 인근 오피스 상권에서 공항터미널 방향이 유동 인구의 동선이지만 야간과 주말에는 직장인의 흐름이 없어 다소 한산한 편이다. 코엑스몰 건너편의 오피스가 뒷면의 식당 라인은 평일 점심과 저녁의 유흥 상권이 조성돼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식당가와 함께 브랜드 퓨전 주점이나 치킨호프들이 다수 입점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주5일 근무제가 거의 일반화되고 나서부터 이곳 상권에서는 주말 매출을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이용 계층이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는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해 주말 매출의 공백을 다소 상쇄해 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공항터미널 쪽의 상권은 코엑스몰과 무역센터, 현대백화점이 있어 탄탄한 집객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은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점포들의 안테나숍 입점지로 꼽힌다.한편 선릉공원 인근 상권은 점점 마치 압구정의 가로수길처럼 카페와 모던 레스토랑이 늘어나는 추세다. 샌드위치 전문점이나 퓨전 레스토랑 부류의 모던 레스토랑 관련 업종이 늘어나고 브랜드 커피점도 속속 입점하고 있다.삼성역 상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추후 개발될 한전 부지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활발히 움직이는 상권이지만, 이 부지의 개발 여부에 따라 상권이 재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무역협회의 계획에 따라 제2의 코엑스가 이 부지에 지어진다면, 현재 코엑스몰과 무역센터, 현대백화점을 끼고 있는 공항터미널 쪽의 상권과 맞설 거대한 상권이 하나 더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이재영·김앤리컨설팅 대표 jy.lee2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