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세계 우주개발 경쟁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은 경쟁적으로 누가 빨리, 누가 먼저 우주 비행을 성공시키느냐를 두고 각축을 벌였다. 만일 냉전시대 양국의 견제와 경쟁이 없었다면 인류의 우주 비행은 일반적인 탄도 기술 발전에 머무르며 현재의 우주개발 기술에 다다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우주개발의 속도전은 1970년대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2차 대전이 시작됐다. 구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유일한 강대국으로 남으며 우주개발에 있어 우위를 독점하고 있었지만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2000년대 들어 우주개발을 가속화하며 미국도 이제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2010년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이 완료되는 시점을 기해 우주개발 경쟁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세계 주요국들이 앞 다퉈 우주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국력 신장, 산업화와 실용화, 학문적 접근, 그리고 군사력 증진 및 안보 등 다양하다. 하지만 특히 안보와 관련해서는 최근 북한과 이란도 우주 경쟁에 뛰어들면서 미국 및 서방에는 강력한 안보 위협이 됐다.평화적 우주 활동으로 위장했지만 언제든지 이 기술은 공격용 미사일 개발로 쉽게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대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우주개발도 중국 정부가 우주 무기 개발을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위협적이다. 중국은 2007년 1월 미사일로 1000km 밖 위성을 명중시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위성 요격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우주개발 전문가의 말을 인용, “중국 정부는 앞으로 좀 더 공격적으로 지구 밖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우주 무기 개발 소식에 미국도 즉시 위성 요격 실험에 나섰고 인도도 우주방위사령부 창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우주 무기 개발 경쟁도 본격적으로 불붙게 됐다.일단 세계적으로 우주개발 순위를 매겨보면, 기술력이나 투자 규모 면에서 미국 러시아 유럽이 상위 그룹에 속하고 아시아의 일본 중국 인도가 경쟁적으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그 뒤를 이란 북한 한국이 따르며 우주개발 10위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먼저 우주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발사체 수준을 두고 보면 자국 땅에서 자력으로 생산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 8개국에 불과하다. 이란이 지난 2월 자체 개발한 위성 운반용 로켓 ‘사피르 2호’를 통해 인공위성 ‘오미르’를 발사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학계와 국제사회는 현재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지 논의하고 있다. 이란이 공식 인정되면 ‘9번째 국가’가 되고 ‘10번째’ 타이틀을 두고 남·북한이 대결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지난 4월 북한이 위성 발사체 ‘은하2호’에 인공위성 ‘광명성2호’를 발사했지만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우리나라는 일단 안도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체를 쏘아 올려 9번째 나라에 도전할 예정이었지만 7월로 연기한 상태다. 10번째 자리를 북한에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우주산업의 핵심 기술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1단계 쏘아 올리는 기술, 2단계 우주에 머무르게 하는 기술, 3단계 지구로 재돌입시키는 기술로 나뉜다. 항공우주연구정보센터의 김범수 센터장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중국은 3가지 기술 개발을 완료한 상태고 인도는 3단계를 연구 중이고 일본은 2단계를 개발하고 있다.아시아 내에는 중국 일본과 함께 인도가 지난해 10월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 발사를 성공시키며 우주개발 경쟁에 진입, 3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기본적인 발사 기술을 갖춘 3국은 이제 유인 우주선, 우주 전진기지, 달 탐사, 화성 탐사 등으로 우주개발의 무게를 옮기고 있다.중국의 우주개발은 군사 정책의 일환으로 1956년부터 추진해 왔다. 중국은 1970년 장정 1호 로켓으로 첫 인공위성 동방호의 발사에 성공한 이후 35년간 60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그리고 2003년 자력으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고 2008년 유인우주유영을 세계 3번째로 성공하며 세계 선진 기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은 예산을 포함해 우주 프로그램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극히 꺼리고 있다. 냉전 시절의 소련보다 더 패쇄적이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견제를 강하게 받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의 존 록스던 전임 소장은 “우주 안보와 관련해 중국은 2007년의 인공위성 요격 무기(ASAT) 실험과 같은 유형의 개발을 계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중국의 위협에 대한 중대성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서방세계의 경고를 외면한 채 우주 무기 개발 외에도 달 탐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달 탐사 궤도선 창어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이후 오는 2011년에는 달착륙선 창어2호를 발사, 달 착륙과 기술적 위험을 시험할 계획이다. 그리고 달 샘플을 채취하고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귀환까지 마칠 예정이다.일본 우주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구소련 미국과 마찬가지로 전 부문의 위성 개발을 통해 종합적인 기술을 습득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미국 러시아 영국 등과 함께 자체 로켓 발사 능력 및 위성 개발 능력을 보유한 최고 기술 수준 국가(A그룹)로 분류된다. 1955년 도쿄대 기술연구소가 고체로켓 개발을 위한 연구에 착수한 이후 1970년 일본 최초의 인공위성 ‘오스미’ 발사를 시작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2005년까지 일본의 발사 위성 수는 총 111개에 달한다.일본도 달 탐사와 관련해 2013년 착륙선을 달에 보내 표면 물질을 채취하고 2025년에는 유인 기지를 건설해 자원도 탐사할 계획이다. 일본은 올해 국제 우주 정거장 최대의 실험동인 ‘기보(希望)’를 완성하고 첫 무인 보급선 ‘HTV’를 쏘아 올린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우주기본법에 따라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포함한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올해를 우주개발 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인도는 우주개발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는 인도가 급속히 성장한 경제력을 발판 삼아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를 담았다.이로써 인도는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에 이은 세 번째, 전 세계적으로 여섯 번째 달 위성 발사국이 됐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도는 외국 위성 발사를 대행하는 ‘우주택배’ 사업으로 경제적 이득도 얻고 있다. 1999년 ‘우리별 3호’를 비롯해 2007년 이탈리아 위성,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첩보 위성이 인도의 발사체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랐었다. 인도는 찬드라얀 2호를 2010년 발사하고 2014년에는 유인우주선을, 2020년에는 인도 우주인을 달에 올려 보내며 2025년에는 우주왕복선을 띄운다는 포부도 밝혔다.우주개발 기술은 미래 국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황진영 부장은 “각국의 우주개발 기술은 군사, 산업 측면에서 활용되며 더욱 경쟁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군사적 이용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정밀 탐사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으로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방송통신, 지리 정보 시스템, 자원 탐사, 농경 및 해양 관련 등 우주개발로부터 파급되는 시장이 광범위하다”고 우주개발 경쟁의 배경을 덧붙였다.우리나라의 기술은 아직 성공적으로 독자적 발사를 이뤄내야 하는 시작 단계다. 우주개발 선진국을 따라잡고 개발계획대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 우리나라가 걸어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