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

중단됐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수립에 관한 연구가 재개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 제2차 회의를 열고 ‘배아줄기세포’ 연구 계획 승인 신청건을 재심의한 결과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줄기세포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최종 승인만 받으면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파문 이후 3년 만에 다시 이뤄진다.생명윤리위는 이날 오후 차병원 및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신청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생성과 세포치료제 개발’ 연구 계획에 대한 비공개 심사를 실시한 결과 4가지 조건을 걸어 사실상 승인했다.4가지 조건은 △연구의 내용에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을 완전히 삭제하면서 연구 명칭을 ‘줄기세포주 확립연구’로 변경할 것 △병원 내 기관윤리위원회(IRB) 구성의 공정성을 제고할 것 △과거에 받았던 난자 기증 동의를 모두 다시 받을 것 △동물실험 위주로 해서 인간 난자 사용량을 최소화할 것 등이다.특히 난자 사용과 관련, 당초 차병원은 냉동 잉여 난자 600개와 폐기 대상 난자 400개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생명윤리위의 지적을 수용해 100개씩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석 박사가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각각 242개와 185개의 난자를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2221개의 난자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논란이 됐던 것을 감안한 조치다.차병원 외에도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팀 등 7개 연구 기관이 보건복지가족부에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 기관으로 등록했고 이들 기관도 곧 연구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어서 국내 과학자 간에 연구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생명 윤리 저촉을 우려하는 종교·윤리 학계의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음에도 이번에 연구 허용 결정이 내려진 것은 황우석 사태 이후 나타난 연구 공백이 지속될 경우 그동안 세계적 수준으로 닦아 놓은 줄기세포 연구 기반이 붕괴되면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심장병 파킨슨병 뇌졸중 척수손상 당뇨병 등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등장하면 전 세계에서 연간 수백억 달러의 시장이 열리는 데다 국내 시장의 10%만 점유해도 연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가 상업화로 이어질지가 주목되고 있다.물론 향후 연구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걸림돌은 적지 않다.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체세포 복제 방식은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뽑는 방식에 비해 생명 윤리를 덜 침해하는 측면이 있지만 인간 복제가 가능하다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체세포 복제 방식은 그동안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던 데다 황우석 사태의 영향으로 연구의 ‘투명성’과 ‘재현성’을 검증하라는 요구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이 같은 우려와 관련, 차바이오앤디오스택 정형민 사장은 “보건복지부 승인이 나는 대로 생명윤리위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준수해 이르면 5월 중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신선한 난자를 주로 쓴 황우석 박사의 연구와 달리 800개의 냉동 또는 불완전 난자만을 사용해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크지만 그동안 축적한 체세포 복제 관련 기반 기술을 갖고 1년 안에 한 개, 3년 안에 두 개 이상의 줄기세포를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이른바 ‘황우석 방식’의 인간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3년여 만에 허용되면서 ‘원조’를 자처하는 황우석 박사에게도 연구 기회가 주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4월 29일 “달라진 게 없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황 박사의 재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황 박사는 2006년 3월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 등의 혐의로 체세포 복제 연구 승인이 취소됐으며 2007년 12월 동일 내용의 연구 계획을 복지부에 제출했지만 지난해 8월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좌절됐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