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영림목재멤버스 총괄사장
한국인은 콘크리트에 갇혀 살아간다. 주거 공간인 아파트와 업무 공간인 사무실이 모두 콘크리트 덩어리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일수록 나무를 좋아해 목재 인테리어와 목조 주택을 선호한다. 나무만큼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좋은 자재도 드물기 때문이다.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영림목재멤버스의 이경호(59) 총괄사장은 ‘나무쟁이’다. 그는 대를 이어 목재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고급 목재를 수입해 가공하던 그가 몇 년 전부터 국산 자재 활용에 발 벗고 나섰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식목일을 앞둔 지난 4월 2일 산림청(청장 정광수) 주관으로 열린 산림사업 유공자 포상에서 산업포장을 받았다. 식목일엔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이 주로 상을 받는데 그런 사람인 아닌, 목재를 이용하는 기업인이 훈장을 받은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목재조합 이사장과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이 사장을 남동공단 영림목재 본사에서 만나봤다.이 목재는 브라질산 ‘이페’입니다. 비를 맞아도 썩지 않는 특수목입니다. 실제 썩지 않는지 실험도 할 겸 본사 건물 외벽을 모두 나무로 둘렀습니다. 아마도 우리 자식 때나 손자 때도 끄떡없이 건물을 뒤덮고 있을 겁니다. 비바람과 햇빛을 받아도 100년 이상 부패하지 않는 나무입니다. 또 남동공단 내 건물이 모두 콘크리트나 조립식 구조물로 돼 있는데 목재로 치장하니 목재 업체라는 것도 자연스레 알릴 수 있고 아름다워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입니다. 본사 옥상에 있는 덱(deck) 퍼걸러(pergola) 등 다양한 목재 제품도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목재가 얼마나 우수한 자재인지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우리 회사는 모기업인 영림목재를 비롯해 e라이브러리와 (주)대응 현경목재 장연물류산업 등이 있습니다. 영림목재는 특수목 전문 업체로 수출입과 목재 건조 방부 등의 업무를 하는 업체입니다. e라이브러리는 고급 서재 가구와 싱크(sink) 및 가구 도어, 그리고 아파트용 특판 가구를 만들고 있는데 지난해 독일의 파센과 제휴, 서재 가구도 들여오고 있습니다. 대응은 악기재와 집성재(핑거 조인트목) 몰딩 등을 제조하고 현경목재는 원목의 제재(製材)와 가공을 담당합니다. 이 밖에 장연물류산업은 팰릿(pallet)과 목상자 수출용 포장재 등을 만들고 있지요. 영림목재멤버스 소속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200여 명, 작년 매출은 약 568억 원에 달했습니다. 중소기업이 그룹이라는 말을 쓰는 게 계면쩍어 임직원과 협의한 결과 멤버스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몇 년 전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1년가량 목재와 관련해 공부를 했습니다. 수십 년간 목재 분야에 종사해 왔지만 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배우고 싶어서 연수를 떠났지요. 이때 일본은 자국산 나무에 대한 연구와 용도 개발 면에서 매우 앞서 있는 것을 보고 강하게 자극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한국도 국산 목재 이용에 적극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산 자재를 수출할 기회도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마침 산림청 산림이용국,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국산재 개발 및 이용에 관해 함께 노력할 기회를 갖게 돼 이 분야에 적극 뛰어들었지요.다양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틀재형 옹벽, 원주목, 덱(deck)재, 몰딩재, 루버(louver: 비늘살), 사이딩(siding: 벽널), 플로링(마루청), 구조재 등입니다. 이들 중 특히 도로 공사 후 생긴 절개지(切開地)를 나무로 만든 틀재형 옹벽으로 시공할 경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풀이 자라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습니다. 호안용(護岸用) 방틀의 경우 격자형 나무를 통해 물고기들의 놀이터와 산란 터를 제공해 강과 하천을 친환경적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4대강 개발이나 경인운하, 그리고 생태하천 복원 등의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그뿐만 아니라 교실용 바닥재(플로링), 건물 외관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익스테리어(exterior: 외관) 소재인 사이딩재, 옥상에 만드는 퍼걸러용 소재, 나무속에 철심을 박은 도로용 가드레일, 그리고 각종 펜스재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한 상태입니다.국내산 나무 중 어떤 것들을 주로 사용합니까.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소나무 삼나무 전나무 등을 활용합니다. 이들 가운데 국내에 가장 많은 수종은 낙엽송과 리기다소나무입니다. 낙엽송은 연륜이 뚜렷하고 내부는 적갈색, 바깥쪽은 담황백색으로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결이 곧아 건축과 토목 포장 합판 펄프 목탄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리기다소나무는 건축과 토목 포장 목탄용으로, 잣나무는 건축 가구 포장 합판 펄프용으로 적합합니다.첫째로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주로 외국산 목재를 쓰다 보니 국산 목재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지요. 그리고 목재 업체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라 때로는 외산 자재보다 국산이 더 비싼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골치 아프게 국산 자재의 용도 개발에 나서지 않았지요. 주로 펄프로만 쓰였습니다.사회적으로도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나무는 가꾸는 것으로만 인식했지 베어서 쓰는 것에 대해선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민둥산을 수십 년 동안 성공적으로 조림해 전국의 산에는 나무가 울창합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해선 아직 연구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나무는 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자원화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나무가 한국의 기후와 토양의 실정에 맞고 뒤틀리지 않고 우람하게 잘 자랄 수 있는지 더욱 연구해야 합니다. 아울러 간벌 등을 통해 베어낸 나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좋은 질문입니다. 태양광 풍력 발광다이오드(LED) 산업만이 저탄소 녹색 산업이 아닙니다. 목재 산업이야말로 이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목재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봅시다.나무는 생장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먹게 됩니다. 게다가 목재 제품은 그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머금는 기능을 합니다. 예컨대 목조 주택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매우 많습니다.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철이나 알루미늄 등 다른 자재의 사용을 줄이면 철이나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습니다. 대체재로서도 훌륭한 기능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다양한 측면에서 목재는 다른 산업보다 훨씬 친환경적입니다. 따라서 목재 산업이 저탄소 녹색 성장의 축이 돼야 합니다.목재조합의 경우 과제가 많습니다. 우선 환경적인 측면에서 목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각계에 알려야 합니다. 선진국들이 목재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를 자원화하는지 배우고 전파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과 일본 미국 등 목재 선진국의 산업 동향을 매주 업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목재 업체들이 힘을 내기 위해선 단합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현재 35개 수준에 불과한 조합원사를 연내에 100개 이상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원자재 공동 구매와 목재단지 조성에도 나설 생각입니다. 상급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와 협력해 관납제도 개선과 개성공단 입주 등의 사업에도 나설 계획입니다.파렛트컨테이너협회 역시 업체들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컨테이너(운반용기) 개발과 표준화 공동 이용제 등 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사업만으로도 바쁜데 여러 단체장까지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 만큼 임기 중에 열심히 해 볼 작정입니다.1950년생. 74년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및 대우전자 입사. 78년 영림목재 입사 및 대표(현). 2003년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 외국인연구원과정 수료. 2009년 목재조합 이사장(현).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 회장(현) 수상: 미국펜실베이니아주지사 공로상, 신한국인상, 산업포장 등.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