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동투자 경계령
“투자 위험을 줄이고 소액으로 얼마든지 투자 가능한 공동투자에 종잣돈을 묻어두세요.”투자 경험이 없는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공동투자를 유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주로 대학 부동산과정이나 재테크 동호회 등에서 ‘공동투자’ 또는 ‘펀드’라는 이름으로 수강생들에게 부동산에 공동투자하자며 암암리에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수익을 나눠준 사례보다 유령 매물 매입 등으로 사기를 쳐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미국발(發) 금융 위기 충격으로 재테크 환경이 격변하면서 주가와 펀드 등 자산 가치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자 소액 투자자들이 위험을 분산하고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공동투자에 관심이 높은 게 사실이다. 토지와 법원 경매, 미분양 아파트, 재개발 지분 값이 하락하자 ‘연 ○○% 수익 보장’한다거나 부동산 개발, 대체에너지 개발 등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고수익을 유혹하는 무늬만 공동투자 모임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공동투자는 잘만 활용하면 소액으로 최대의 투자 이익을 안겨 주기도 한다. 개인 혼자서 어려운 고가의 부동산을 여러 명이 적은 돈을 들여 투자한 다음 일정 기간 보유 후 세후 수천만 원의 차익을 안겨 주는 매력적인 투자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공동투자를 빌미로 ‘전문적인 꾼’들이 서민들에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그럴싸하게 포장해 투자자들을 꾄 다음 업자들의 이속만 챙기는 일이 부동산 시장에 속출하고 있다.투자 경험이 없고 자신감이 없는 소액 초보 부동산 투자자들만을 골라 공동투자에 끌어들이기 때문에 과장된 ‘미끼’가 동원된다. 낚시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미끼를 달아 쓰는 루어낚시 형태가 종종 이용된다. 공동투자의 모집책과 운용자는 겉모습이 화려할수록 초보자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재테크 서적과 언론을 이용한 과장된 모습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막대한 차익을 남겼던 성공 사례만 집중 소개하면서 수십 년 한 우물을 판 부동산 업계의 달인임을 강조한다.공동투자를 유치하는 업자들이 운용하는 부동산 상품은 다양하다.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에서부터 덩어리 큰 지방 농지와 산지, 미분양 상업용지, 쇼핑센터 토지 매입비까지 수십 개의 아이템이다. 요즘에는 경매 물건이 많이 공급되면서 흠있는 특수 경매 물건에 공동투자할 물건을 선정해 영업한다. 유치권,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가 있는 수회 유찰된 호텔, 상가, 펜션 단지를 골라 입찰 준비가 끝났다며 수십 명으로부터 최소 2000만~3000만 원씩 계좌별로 자금을 모은다. 경매 물건의 하자는 권리자와 사전 협의가 끝났다거나 무조건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라고 과장해 수억 원을 은밀하게 모은다.일부 업자는 경력과 학력을 과장하거나 속여 신문 광고를 집중해 수십 명의 투자자들을 모집해 교육하고 교육생을 기반으로 공동투자 동호회를 결성해 수십∼수백억 원짜리 대형 물건에 투자하기도 한다. 대학 사회교육원이나 특별과정 교육과 연계해 순수 교육과정을 강조한다. 또 대대적인 전면 광고를 내 성공적인 성과를 낸 것처럼 과시하고 점조직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하기도 한다. 허울만 공동투자이지 사실은 기획부동산의 전형이며 불법 유사수신행위다.또 투자자를 꾀기 위해 건전한 투자 교육을 위한 모임으로 위장한다. 개인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를 개설한 후 다수의 회원을 확보한 다음 홈페이지와 화려한 사무실, 교육장을 만들어 초보 투자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인한다. 고급 인테리어 장식의 사무실에 회장실, 사장실과 투자 상담실을 만들어 화려하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일부 교육생을 직접 직원으로 채용한 다음 신봉하는 세력으로 만들어 투자에 따르는 의심이나 반대 세력을 철저히 막는다.금융감독원의 유사수신행위 혐의를 지능적으로 피하기 위해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를 해준다며 미끼를 던져준다. 공동투자 시 투자 금액에 대해 공동저당권이나 가등기를 설정하기도 하고 증권거래소의 상장법인 전환사채나 주식으로 배정해 투자자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저당권의 경우 수많은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부동산의 가치보다 후순위에 등재되기 때문에 훗날 문제가 터졌을 때 투자금을 보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주식도 또한 망해가는 회사의 주식이거나 주가 조작으로 인해 약속한 투자 수익을 실현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이들이 고수익을 미끼로 공동투자자를 모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기 돈은 한 푼 들이지 않고 공동투자자들의 돈, 남이 평생 피땀 흘려 번 돈으로 큰돈을 벌거나 사업적으로 이익을 챙길 목적이다. 개미 투자자들의 돈을 벌어 줄 순수한 의도는 거의 없다. 운 좋게 한 현장에서 큰 수익을 올린 다음에는 그 현장을 과장 광고한 후 더 많은 투자자를 유인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다. 소액 투자자들은 희생양처럼 계속 끌려갔다가 끝내는 투자 금액 전액을 털리게 된다.공동투자를 모두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일부 실전 전문가는 우량 지역 틈새 물건을 족집게처럼 골라내 매입했다가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려 되판다. 충분한 이익이 나게 자금을 운용해 약속대로 투자자에게 차익과 임대 수익을 돌려주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이는 일부 성공 사례일 뿐이다. 거의 90%는 운용자의 사욕에 의해 운용됐다가 자기 실속만 챙기고 도주하거나 투자 수익의 아주 일부만 건네는 등 본색을 감추는 경우가 태반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공동투자는 서민을 등치는(?) 불법행위임에 주목해야 한다.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들은 “확실한 것에는 기회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공동투자는 혼자서 투자하느니 여러 명이 힘을 모아 틈새 투자처에 돈을 묻으면 확실하게 큰 이익을 거둔다고 얘기한다. 주로 활동하는 무대는 재테크 카페나 동호회, 커뮤니티였다가 최근에는 신문 광고나 잡지, 대학 특별과정의 투자 세미나와 강연장 등에서 이뤄진다. 대학 동창이나 대학원 동기들끼리 공동투자하는 경우도 있다.모르는 사람끼리의 공동투자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내 종잣돈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마음에 맞는 사람들 몇이서 적은 돈으로 같이 투자에 가세하려면 투자자는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처는 투자자들의 분수에 맞는 곳이어야 한다. 투자자들이 모아 놓은 자금은 적은데 욕심을 부려야 할 만큼 덩치가 크다면 포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약간의 대출을 얻어 투자할 수도 있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투자는 훗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투자 멤버는 가장 잘아는 친구나 동창, 친인척 등 3~4명 이내로 하고 가능하면 홀수로 정하는 것이 의견 조율이 어려울 때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다.투자 대상을 결정했다면 등기는 반드시 투자자 모두의 이름이 올라가는 공동 명의로 해두는 게 좋다. 불법 공동투자 모집책들이 공동 지분 소유권보다 저당권이나 가등기 설정을 권유하는 이유는 나중에 되팔 때 문제가 있어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속사정은 공동투자자들의 인원수를 속이고 차익을 남길 경우 이익을 누락시키기 위한 함정이다. 투자 전 공동투자의 규칙을 서류로 만들어 공증해 두고 수익 배분 방법, 금액과 기간, 매각 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재테크 혼돈의 시대에 처음부터 잘못 시작한 공동투자는 ‘재테크의 덫’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종잣돈이 준비된다면 굳이 위험에 노출되고 남 배불려 주는 공동투자보다 내가 직접 부동산 투자 현장을 익히고 여러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 소액으로 소형 아파트나 부동산 간접투자, 소액 주거시설 임대 사업에 나서 직접 부동산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한 투자 방식이다.힘들고 귀하게 모은 자산을 대박의 환상으로 유혹하는 엉터리 전문가를 믿고 종잣돈으로 묻었다가는 약보다 독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윤재호·메트로컨설팅 대표 metrocst@hanmail.net©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