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초임 대폭 삭감

‘신의 직장’으로 불려 온 공기업의 초임이 수술대에 오른다. 정부는 공기업 임금의 대폭 삭감을 유도한다는 판단 아래 2월 19일 가이드라인을 내놨다.대신 초임 삭감을 통해 공기업에 남는 여력으로는 ‘잡 셰어링’을 확산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연봉 2000만 원 이상인 공기업들의 대졸 초임 수준을 최대 30% 낮추고 임금 삭감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청년인턴 채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공기업에는 대졸자가 대거 몰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고용시장의 ‘미스 매치’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가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금 조정 권고 대상으로 삼은 곳은 전체 279개 공기업 가운데 116곳이다. 약 39%에 달하는 수치다. 절반에 가까운 공기업이 대졸 신입 사원의 임금을 깎아야 하는 셈이다.공기업 24곳과 준정부 기관 80곳을 비롯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등 임금 수준이 높은 금융 공기업 등 기타 공공기관 12곳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 공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181개 공기업에 대해서도 향후 실태 조사를 벌여 초임 삭감을 유도할 방침이다.공기업별 초임 삭감률은 연봉 수준에 따라 1~30%까지 차등 적용된다. 먼저 초임이 3500만 원 이상이면 20~30%를 깎는다. 수출보험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산업기술평가원 한국예탁결제원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전력거래소 예금보험공사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수출입은행 마사회 발명진흥회 등 15개사가 대상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초임 연봉이 1000만 원 이상 줄 것으로 분석된다.또 초임 연봉이 3000만~3500만 원인 곳은 삭감 폭이15~20% 수준이다. 산업기술시험원 특허정보원 학술진흥재단 한국공항공사 신용보증기금 대한주택보증 한국과학재단 한국감정원 인천항만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에너지관리공단 방송광고공사 등 34개사가 포함됐다. 최소 450만 원, 최대 700만 원가량 깎일 전망이다.대졸 초임 연봉이 2500만~3000만 원대인 공기업은 삭감 폭이 10~15%에 이른다. 한국투자공사 컨테이너부두공단 교통안전공단 영화진흥위원회 해양수산연구원 대한석탄공사 정보문화진흥원 한국전력공사 조폐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수자원공사 한국관광공사 KOTRA 도로공사 가스공사 등 44개사가 여기에 속한다. 이 밖에 △2000만~2500만 원은 10% 이하씩 낮춘다는 계획이다.정부는 다만 이번 초임 삭감 권고를 올해 채용하는 대졸 신입 사원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조정하는 것은 노사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정부가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첫 번째는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대졸 초임 삭감에서 나온 재원을 활용하면 116개 공기업에서 연간 600명의 인턴을 추가 채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따져보면 향후 297개 공기업 전체로 확대할 경우에는 인턴 채용 규모가 1000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또 다른 하나는 민간 기업과의 임금 격차에서 비롯된 인력 시장의 ‘미스 매치’를 해소하는 효과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아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데 많은 애로를 겪었다. 하지만 이번 삭감으로 임금 격차가 크게 줄어 중소기업에도 우수 인력이 몰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문제점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 직원들과 신입 사원들 사이의 위화감 문제다.또 같은 공기업일지라도 업종에 따른 임금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 공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에 우수 인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