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시대의 펀드 투자

2009년 2월 4일 마침내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발효됐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자통법이 펀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08년 펀드에서 큰 시련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기 때문이다. 자통법이 투자자 개인보다 증권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에 국한되는 문제로 투자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이로 인해 자통법이 새로운 투자 기회라는 생각보다 그저 귀찮고 생소한 법의 하나로 치부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통법의 핵심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펀드 투자는 물론 자산관리에서의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자통법이란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자본시장 관련업을 하나로 묶는 법이다. 증권, 자산운용, 선물, 종합 금융, 신탁 등으로 나뉘어 있던 자본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자통법의 기본 원칙은 규제 개혁과 투자자 보호다.자통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금융 투자 회사의 업무 영역 확대다. 이로 인해 모든 금융 투자업의 자유로운 겸영이 허용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같은 종합 금융 투자 회사로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관련업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둘째, 금융 투자 상품의 포괄주의 도입이다. 과거에는 열거주의 방식으로 금융 상품을 규정해 고정화된 금융 상품만이 투자 대상이 됐지만 앞으로는 더욱 다양하고 차별화된 금융 상품(특허권 같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투자 상품)이 출현할 수 있다.셋째, 기능별 규율 체제로의 전환이다. 이는 동일한 금융 기능에 대해 동일한 규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은행이 펀드를 판매할 경우 은행법이 아닌 자통법의 규율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자본시장에서 규제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넷째, 투자자 보호 제도의 선진화다. 금융 상품의 설명 의무를 신설하고 투자 권유 시 투자자의 특성을 파악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는 펀드에 가입하려고 은행이나 증권회사를 방문해 보면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과거에는 투자 동의서만 작성하면 됐지만 이제는 개인 신상서부터 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한 후(Know-Your-Customer-Rule) 금융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5단계에 걸친 다소 번거롭고 복잡한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투자에 어려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건전한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에 분명하다.모든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자통법의 핵심은 금융시장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이는 외국의 사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2000년 자통법의 모태인 금융 서비스업을 시행한 영국은 2006년 런던거래소가 전 세계 기업공개(IPO) 실적에서 뉴욕거래소를 제치면서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부활했다. 또한 2002년 금융 서비스 및 상품에 대한 규제를 단순화한 금융서비스개혁법을 실시한 호주는 2000년에서 2004년 사이 펀드시장이 3배 이상 팽창하면서 1조 달러의 펀드 자산을 보유한 세계 4위의 펀드 대국으로 올라섰다.펀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일단 펀드의 명칭이 간접 투자에서 투자자의 자금을 합쳐 운용한다는 의미인 집합 투자로 변경됐다. 집합 투자 제도의 변경 사항은 크게 6가지다. 협회의 펀드 간 비교 공시 확대, 분산 투자 적용 대상 확대, 공모 펀드 성과 보수 허용 범위, 자산운용 지시 취득·처분 등 실행의 분리, 환매 금지형 집합 투자 기구 의무화 등이다. 여기에도 규제 완화와 투자자 보호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결국 이러한 제도 변화는 펀드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펀드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그렇다면 자통법이 발효된 현재 어떠한 펀드가 유망할까. 먼저 ETF와 인덱스 펀드 모두 100개 이상의 종목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분산 투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ETF는 주식처럼 직접 매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즉, 장중에 언제든지 원하는 가격에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래하기가 쉽다. 또한 ETF의 섹터는 자동차, 반도체, 은행, 증권, 조선, 미디어·통신 등 세분화돼 있고 2009년 하반기 리버스(Reverse)-ETF(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는 구조의 ETF) 출시가 예정돼 있어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다음으로 PF(Project Financing) 펀드의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PF 펀드는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을 짓는데 필요한 자금을 펀드에서 대출 형식으로 빌려주고 대출이자로 수익을 창출해 투자자들에게 배당한다.이 펀드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모든 펀드에서 모든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운용 대상 자산의 제한을 풀었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 대상 자산의 제한을 전혀 받지 않는 혼합 자산 펀드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섹터로의 투자가 가능해졌다.따라서 부동산 펀드는 물론 주식형, 특별 자산형, 혼합 자산 펀드에서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또한 증권 회사에서 부동산 신탁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PF에 투자자로 참여해 투자금융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이다. 현재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고 자통법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PF 시장이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점차적으로 PF에 대한 관심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금융 섹터 펀드도 자통법 관심 펀드로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자통법을 통해 금융업이 미래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물론 롤모델(Role-model)이었던 외국계 투자은행의 재편, 금융회사의 옥석 가리기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금융 섹터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증권회사의 인수·합병(M&A), 투자은행(IB) 역량 강화 등으로 금융업 규모 자체가 커질 것으로 판단되므로 금융 섹터 펀드가 꾸준히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반면 자통법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펀드도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가 대표적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는 투자 위험이 높은 4단계(고위험), 5단계(초고위험)로 구분된다. 이 준칙에서는 4단계와 5단계를 나누는 기준을 개별 회사별로 설정해야 하며, 이를 판매 임직원에게 교육하고 실제 판매 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이로 인해 대부분의 판매 회사들이 국내 주식형은 4등급, 해외 주식형은 5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분류 기준은 국내와 해외 주식형 펀드의 형평성 관점에서 다소 어긋난다고 판단된다. 국내가 덜 위험하고, 해외가 더 위험하다는 것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정했는지 다소 의문이 드는 것이다.이러한 문제로 인해 현재 금융투자협회는 운용 회사에서 펀드 설정 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위험 등급을 분류하기로 합의한 상태이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외 주식형 펀드의 투자 위험에 대한 이슈는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