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 설문 - 집 언제 사야 하나

봄 이사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반등의 조짐을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이사철 반짝 수요가 만들어낸 착시 현상’으로 진단하는 쪽도 있다.분명한 것은 서울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지난 연말연시와 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는가 하면 그동안 하락 폭이 컸던 양천구 목동 등 버블 세븐 지역에서 호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 은평뉴타운, 판교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실수요자의 발길이 늘어 거래량이 조금이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망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판교신도시의 경우 분양권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어났다.이 같은 변화는 부동산 시세 정보 업체의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스피드뱅크는 2월 첫째 주 서울 집값이 강남 4구 상승세 등에 따라 0.03% 올랐다고 발표했다. 특히 강동구(0.35%), 송파구(0.30%), 강남구(0.19%), 서초구(0.04%) 등 강남 4구의 주간 변동률이 모두 상승한 것은 2007년 7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민은행 통계에서도 강남 지역은 0.1% 올라 36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 값은 전주 대비 0.09% 올라 전 주보다 상승 폭이 0.02%포인트 커졌다.때마침 정부가 3대 규제(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폐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지방 미분양 양도세 한시적 비과세) 완화를 추진하면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금이 집을 살 때가 아닌가’라며 기회를 엿보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닥터아파트가 수도권과 지방 5대 광역시 거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분기(1~3월) 소비자 주택 시장 태도 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가 집을 사기에 적절한 시점인가’를 묻는 주택매수지수는 122(100 기준 초과 시 긍정, 100 아래면 비관)를 기록, 지난해 초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과연 지금이 집을 사기에 적합한 시기일까.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은 아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가장 적절한 주택 매수 시점’을 묻는 질문에 5명의 부동산 전문가는 올 3~4분기를 적정 시기로 꼽았다.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은 ‘2009년 3분기’를 최적의 매수 시점으로 꼽으면서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을 찍은 후 내 집 마련을 하는 게 안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의 매머드급 호재 발표 직후도 좋은 시점이지만 내 집 마련이 우선인 실수요자는 모든 위험 요인이 제거된 후 도전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그렇다면 올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동산 상품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경매와 강남권 아파트를 추천했다. 이왕이면 경매를 통해 더 싼값에 주택을 마련하고, 입지여건이 좋은 강남권 아파트를 더 유심히 살펴보라는 의미다.이영진 닥터아파트 연구소장은 “아파트 낙찰가율이 서울 및 강남권을 중심으로 70% 내외로 상당 폭 떨어져 있다”면서 “시세 기준 80~85% 선에 낙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매를 통한 주택 마련 타이밍으로 지금이 적절하다”고 밝혔다.경매를 통해 근린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매수를 검토해 보라는 조언도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경매에 나오는 근린상가는 평균 낙찰가율이 50% 이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종 구성만 잘하면 투자 메리트가 크다”고 말했다.경매를 통해 임대주택사업용 주택을 매수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안개 속 장세에서는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사는 ‘저가 매수 전략’을 펼 필요가 있으며 경매 및 공매 시장이 여기에 가장 적합하다”면서 “소형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 사업을 하는 등 장기 투자용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밝혔다.아기곰은 가격이 많이 떨어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불황에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주체는 실수요가 아니라 투자 수요”라면서 “투자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돈을 묻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돈이 도는 곳에 합세하는 것이 향후 투자 수익을 높이는 길이며, 여기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라는 것이다.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폐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지방 미분양 양도세 한시적 비과세 등의 조치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장 정상화에 일조할지, 일부에서 우려하듯 투기가 살아날지 의견이 분분하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 모든 규제는 해제돼야 한다’는 쪽과 ‘각 규제에 따라 파급 영향이 다르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김용진 부동산뱅크 리서치본부장과 윤재호 대표는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지방 미분양 양도세는 폐지돼야 하지만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는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영진 소장은 “지방 미분양 양도세 한시적 비과세만 필요하며 나머지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김용진 본부장은 “분양가 상한제 해제로 분양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해 미분양 아파트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지금은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불리기 위해 분양가를 높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분양가 상한제 자체가 유명무실한 규제이므로 시장 원리에 어긋난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윤재호 대표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상징성이 있으므로 당장 해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거래 부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지방 미분양 양도세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아기곰과 박상언 대표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모든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기곰은 “한은이 유동성을 풀고 있지만 돈이 은행권에만 맴도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 수요(기업과 개인)의 담보 부족에서 기인한다”면서 “강남 3구 투기지역을 해제하면 시중에 자금이 공급되는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