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타이밍의 시그널
“나는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이 일의 좋은 점이 뭔지를 쭉 메모한다. 나는 그것을 ‘백지와의 대화’라고 부른다. 백지 위에 좋은 점을 나열하다 보면 더 좋은 점이 나오고 그것을 반복해 읽다 보면 그 일을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다 보면 당연히 열정이 나오고 그러다 보면 또다시 긍정적인 행운아 마인드가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계속되는데 그런 노력을 하다 보니 열정과 긍정적 사고가 몸에 배었다고 생각한다.” (이채욱 GE 헬스케어 아시아회장, ‘내가 항상 긍정적일 수 있는 이유’ 중에서)주식시장에 입문한 지 13년 동안 한결같이 주식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고민해 왔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가능하다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 위해 ‘내가 항상 긍정적일 수 있는 이유’를 우리 집 출입문 안쪽에 붙여 놓고 반복해 읽고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문제는 ‘주식시장에서 투자 타이밍을 결정하는 시그널이 존재할까?’, 그리고 ‘투자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식 투자의 타이밍은 금리를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 투자 시기는 ‘가격보다 때(時)’에 있으며 현재가 주식 투자의 적기가 아닐까 한다.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 위해, 그리고 투자 적기를 판단하는 근거를 알기 위해 수많은 경제학자와 증권 관계자들이 수세기 동안 꾸준히 연구해 왔다. 투자(投資)가 무엇을 말하는지 먼저 설명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투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소득, 즉 배당 이자 임대료 등의 형태로 이익을 올리기 위해 자산을 매수하는 방법을 말하며 장기간에 걸쳐 평가할 수 있다. 더 쉽게 설명하면, 투자는 기업 내재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장기적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반면 투기는 장기적인 관점보다 단기적으로, 자신이 매수한 주식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매도하려는 행위를 말한다.주식 투자의 기본은 금리를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수단이다. 투자는 금리보다 높은 요구수익률이 기대될 때 하는 것이며, 적어도 투자수익률은 인플레이션과 같거나 높아야 한다.주식 투자를 시작하면 한밤중에 일어나 미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시장이 상승하더라도 보유 종목이 오르지 않을 경우 짜증과 고민에 휩싸이기도 한다. 따라서 최소 제1, 2금융권이 제시하는 투자수익률보다 높은 요구수익률이 기대될 때 비로소 주식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타이밍이 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경제학적인 측면에서는 제임스 로폴츠(James Robholz)와 더글라스 그나초(Douglas V Gnazzo)가 제시한 ‘시대의 정의’를 소개하기로 하자. 이 두 경제학자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구분해 투자 상품별로 투자 대상 시기가 다르다고 설명한다.지금과 같이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시기를 ‘디플레이션(Deflation) 시대’라고 한다. 여기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각국 중앙은행에서의 금리 인하 기조가 막바지 국면이냐, 아니면 한창 진행 중이냐 하는 것이다.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0.25%까지 낮아진 후 동결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국내 정책금리(2.5%)도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차례 인하 후 묶어 두거나 한 차례 더 인하한 후 동결 기조로 전환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 막바지 국면에서는 채권(정부채권)에서 이미 큰 수익이 나 있는 상태인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더 지나면 국고채 수익률과 회사채 수익률의 스프레드(괴리율)가 축소되면서 회사채 수익률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회사채 수익률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투자론의 기본 모형인 주식 가치(valuation)를 구하는 공식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주식가치= 주당순이익(EPS)÷실세금리(r)-EPS 성장률(g)’이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은 실세금리(회사채 수익률) 하락 속도보다 주당순이익(EPS) 하락 속도나 EPS 성장률 둔화 속도에만 주목해 왔다. 당연히 우려감이 존재할 때는 주식 가치의 할인 요인이 된다. 하지만 금리 인하 속도가 EPS의 둔화 속도보다 빠르다면 주식 가치는 할증 요인이 된다.현재 주식시장은 이러한 위치에 있다. 회사채 수익률(AA-)이 6~7%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추가적으로 더 하락한다면, 이는 주식 가치를 끌어 올리는 요인이기도 하면서 단기성 자금 또는 6개월, 1년 자금으로 예탁해 놓았던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과거 최악의 경우인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을 때를 기억해 보기 바란다. 당시 12%를 유지하던 회사채 수익률이 폭등한 후 12%대를 하향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시중 자금이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이에 앞서 선행적 투자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는 위험 자산인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투자자들이 맛볼 수 없는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주가 상승 이익과 환차익 모두를 기대할 수 있을 때 국내 투자자보다 먼저 위험 자산인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투자 타이밍을 결정하는 시그널 중 기술적 분석도 큰 도움이 된다. 주가지수는 일반적으로 3~6개월 실물경제지표에 선행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유동성이나 건축 허가 면적 등과 함께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항목이다.기술적 분석 중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1970년대 그린빌이 만든 이동평균선 분석을 통한 주가지수의 방향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코스피는 2월 첫째 주(2월 2~6일)에 5주선이 20주선을 상향 돌파하는 ‘골든 크로스’가 발생했다. 한 해 동안 1~2회 정도만 골든 크로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것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보통 경기 침체기에서 골든 크로스가 발생하면 단기 고점을 기록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때 투자자들은 향후에 나올 긍정적인 재료와 부정적인 재료에 따라 단기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매도 기회로 삼을 것인지 판단한다.결론은 단기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기 침체기에는 금융과 재정 등 모든 정책을 총망라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 금융 정책 중 금리 인하는 막바지 국면인데 비해 재정 정책은 지금부터 실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지기호·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 khchi@winnet.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