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어디 적당한 사람 좀 없나요.’청와대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조직 개편 때 금융부문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수석실 내에 금융팀을 신설했는데 이 자리를 맡을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해 한 달 가까이 자리를 비워 놓고 있는 것.청와대 관계자는 “금융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계 생리를 잘아는 민간인을 금융팀장으로 모셔와 금융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지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신문에만 공모(公募)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청와대는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적합한 인사를 추천 받고 이들에 대한 검증 작업을 마친 뒤 해당 인사의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를 수차례 반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선 절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청와대 인사는 “도처에서 추천받은 사람들은 그런대로 꽤 있는 편이지만 저쪽에서 강력한 의사를 피력하면 이쪽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고, 이쪽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은 저쪽에서 고개를 젓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청와대가 구인에 실패하는 이유는 그 자리에 민간인을 쓰겠다는 전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의 경우는 청와대 근무가 출세를 위한 경력 관리뿐만 아니라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대부분 청와대에 자리가 나면 공무원들 간에 경쟁이 벌어질 정도다. 그러나 민간인들은 경우가 다르다. 청와대 근무가 생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공직에서 출세하겠다는 사람을 제외하면 민간 금융 전문가들의 경우엔 청와대 근무가 큰 도움이 될 리 없다. 특히 임금을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 청와대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투자은행(IB)에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워낙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어 1억 원이 채 안 되는 차관보급 자리(금융팀장)로 옮길 이유가 없다는 것.게다가 최근처럼 경제가 악화 일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선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더라도 효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에 나중에 ‘죽도록 일만 하고 욕만 먹을 가능성이 큰 것’도 민간인 인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이에 따라 청와대 내부에서는 금융팀 신설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솔솔 나오고 있다. 경제금융비서관실을 경제비서관실과 금융팀으로 분리했던 것을 다시 원상복구한다는 것이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간 쪽에서 마땅한 인물을 찾기 힘들고 이미 금융 분야에 정통한 분들이 경제수석 실내에 많아 굳이 금융팀을 분리, 설치할 필요성이 떨어졌다”며 “금융팀 신설을 없던 일로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팀장 인선 작업이 중단되거나 금융팀장을 뽑더라도 경제비서관실 내 선임행정관(국장급)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앞서 청와대는 지난 1월 21일 조직 개편 때 국내외 금융 위기에 대한 대응력 강화 차원에서 금융팀을 신설하는 한편 과거 재무부 시절 금융 정책을 담당했던 윤진식 전 재정경제부 차관과 임종룡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각각 경제수석과 경제비서관으로 임명했었다.윤 수석은 재무부에서 금융 정책을 총괄했던 금융정책과 사무관, 총괄계장, 과장을 지낸 정통 금융 관료로 이후 재정경제부 차관과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거치면서 거시·실물정책에 대한 안목도 넓혔다.임종룡 경제비서관도 윤 수석처럼 재무부 금융정책과에서 사무관, 과장 등을 모두 지냈으며 이후 거시 정책을 다루는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거치면서 금융과 거시 정책을 모두 아우른 경력을 갖고 있다.박수진·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