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뉴스 - 확산되는 미국의 보호주의

갈수록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 의회가 진앙지로 비쳐진다. 전 세계적인 경제난을 맞으면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산 철강과 관련 제품을 정부 발주 사업에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겠다고 하더니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미 상원이 구두 표결로 통과시킨 경기 부양 법안의 부속조항 형식의 새 법안은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외국인 고용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보호주의가 상품 교역 등 무역을 넘어 고용과 인적 교류 쪽으로 장벽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개방과 공정경쟁’을 세계경제의 상생 발전 원리로 받아들여 온 각국에 위험 신호를 보낸 셈이다. 개방경제에 기대 수출 확대로 활로를 도모하고 인적 교류로 청년 실업 해소까지 기획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특히 비상 신호가 켜진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자동차·철강을 넘어 고용으로까지 보호주의가 확대된다면 다음 순서는 어떻게 될까.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은 통화와 통상을 넘어 다른 분야로 계속될 것인가. 아무래도 이런 기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우려를 지울 길이 없다.문제의 법안은 외국인 전문직을 고용하기 위해 취업비자(H-1B)를 정부에 신청할 경우 비자 신청을 전후해 각 3개월씩 6개월간 미국인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게 하고 재배치도 못하게 한다. 고용 불안을 느끼는 보통의 미국인들이 우선 듣기엔 좋을지 모르지만 미국 의회의 단견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발전을 생각하지 못하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일 수 있다는 점을 그들이 아는지 모르겠다.‘샌더스-그래슬리’ 제안 법안을 우리가 유심히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첫째, 외국인의 신규 취업 제한이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받게 되는 300개가량의 금융회사에 대해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끝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른 기업, 특히 정부 업무와 관련이 깊은 보안·군수·교통 관련 기업들은 물론이고 공공 부문 등으로 확대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둘째, 기존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지위도 매우 불안정해졌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그 어느 직장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구조조정 시대다. 그 이유로 인력 감축이 단행된다면, 그럴 때 비슷한 여건이라면 미국인을 먼저 해고할까, 아니면 외국 출신을 먼저 내보낼까. 역량이 아주 탁월하고 특별한 보직이 아니라면 답은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셋째, 고용과 상품 등 경제문제로 끝나지 않고 사회·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경제가 어렵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이 창궐할 수 있다. 대중의 불안 심리 자체가 이런 식으로 표출될 수 있는데다 이런 정서를 자극하는 목소리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서 이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월 들어 이탈리아에서 인도 출신의 일용직 이주 근로자가 3명의 청년에게 화염 테러를 받았는가 하면 이스라엘의 극우 정당은 자국으로의 이주민에게 충성 서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스페인과 영국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고 말레이시아와 대만 같은 곳조차 예외는 아니다.넷째, 비단 미국만의 일로 끝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이 보호 경제를 확대해 나간다면 다른 나라들이나 경제 블록화된 지역에서도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다섯째, 국제기구 등 국제사회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하는 것이 관심거리다. 보호무역 정책이 여러 갈래로 불거지자 세계무역기구(WTO)가 제네바에서 특별회의를 소집했고 로마에서 열린 G7 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논의됐다.결국 국제사회가 이성을 찾고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가긴 하겠지만 길은 멀다. 특히 지금 경기 침체와 경제 불안에 따른 공포가 워낙 강하게 몰아치니 반이성적인 행동과 비합리적인 정책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보호주의에 맞서 당장 4월 초 런던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 공동 의장국으로서의 우리 목소리를 충분히 내야만 한다.경제가 어려우니 세상은 더 혼란하다. 우리의 젊은층들, 그중에서도 해외 진출을 계획하거나 목표로 둔 20대, 30대들은 이런 변화점까지 두루 염두에 두면서 지혜롭고 용기 있게 인생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 침착하고 차분히 큰 걸음을 준비하되, 그렇다고 미리부터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힘내자!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