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보증 지원 확대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정부 기관 보증 전액에 대해 만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또 신규 보증 한도를 늘리고 보증 자격을 크게 완화했다.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신규 대출 전액을 100% 보증해 준다. 시중은행이 이 기업들에 대출해 줄 경우 대출금 전액을 정부 기관이 보증하므로 아무런 리스크가 없다. 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마디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질 테니 금융회사들은 걱정하지 말고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라는 것이다.이번 정부 대책이 실시되면 중소기업에 그동안 높기만 하던 ‘대출 문턱’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보증 조건이 크게 완화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을 위해 필요한 신용 등급 적용 기준이 낮아진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의 경우 15등급 이상이던 것이 18등급까지 보증을 서 주기로 했다. 기술보증기금(기보)은 6등급에서 8등급으로 보증 자격을 확대했다. 양 기금의 복수 보증도 허용된다.보증 한도는 부쩍 불어난다. 신보의 경우 매출액의 3분의 1까지던 수출 자금 보증액을 2분의 1로 확대하기로 했고 기보는 소요 자금의 100%이던 보증액을 130~150%로 늘리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보증 지원도 강화한다. 차입 비율이 매출액의 70%에서 100%로 늘어나는 것이다. 또 매출액별 지원 한도는 종전 6분의 1~3분의 1에서 2분의 1까지 완화되고 전액 보증 한도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많아진다.보증을 받기까지 시간도 단축된다. 늦어도 신청 후 1주일 이내에 보증 작업을 완료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증 비율이 100%인 기업의 경우 시중은행은 별도의 대출 심사 없이 대출을 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혹시 있을 수 있는 대출 거부에 대한 조치도 취했다. 금융감독원은 부당한 대출 거부 사례가 있는지 감독해 만약 이유 없이 거부했다면 관련자를 문책할 방침이다. 시중은행으로선 대출이 부실해지더라도 정부가 100% 보증해 절대로 밑지지 않는 장사인데다 정부가 감독권을 행사하니 대출을 미루거나 거부할 아무런 명분이 없게 됐다.이번 대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규모 ‘자금 살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의 보증 규모는 지난해 46조3000억 원에서 올해 64조3000억 원으로 18조 원이나 불어난다. 정부는 늘어난 보증 규모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방침이다.문제는 막대한 재정 지원이 자칫 부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증 자격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부실은 불가피하다. 신보에 따르면 예상 부실률이 약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상 보증 규모가 64조3000억 원이므로 6조 원 이상은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 된다. 하지만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위기를 고려하면 이만한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도 염려되는 대목이다. 보증 자격을 크게 완화했기 때문에 정부의 보증금을 마치 ‘눈먼 돈’으로 여기고 목적에 맞지 않는 대출을 시도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철저한 사후 관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자금 용도를 꼼꼼히 확인해 혈세가 낭비되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보증을 받기 쉬워졌다고 모든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도 기업이나 법정관리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워크아웃 기업의 경우는 강도 높은 경영 개선 노력이 전제돼야 보증해 주기로 했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