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지갑 고르는 법
명함 지갑은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이 미리 준비하기에는 언뜻 생각나지 않는 것들이지만 얼마간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구입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특히 비즈니스맨이나 업무상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필수적인 아이템이다.흔히 명함을 첫인상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얼굴이라 부르는데 명함이 얼굴이라면 명함 지갑은 ‘옷’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리 반듯하게 잘생긴 얼굴이라고 하더라도 차림새가 허술하고 단정하지 못하면 어딘지 허술해 보이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예의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명함 지갑 역시 마찬가지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의 명함 지갑에 단정하게 채워진 명함을 꺼내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것과 뒷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꽂아 두었던 명함을 상대에게 내미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명함 지갑은 명함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명함을 내미는 사람의 이미지를 더욱 고급스럽게 완성해 주는 중요한 이미지 메이킹 수단이다. 이 때문에 명함 지갑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 역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이다.명함 지갑을 구입할 때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수납공간이다. 크기가 엇비슷해도 자신의 명함과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명함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교통카드나 출입증 등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몇 가지 카드까지 분리해 수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물론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명함 외의 여러 가지 소지품을 구질구질하게 수납해 다니는 것을 상대방에게 들켜서 득이 될 것은 없다.닥스 액세서리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박미리새 씨는 “고객을 상대할 일이 많은 영업사원이나 고위직 임원일수록 블랙이나 브라운 등 차분한 컬러의 심플한 가죽 소재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대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고급스럽고 차분한 이미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반짝이는 에나멜 혹은 에나멜 코팅된 가죽인 페이턴트 소재는 가죽에 비해 스크래치나 마모가 적어 명함 꺼낼 일이 많은 영업직 등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권할만하다. 또한 사회 초년생의 경우에는 비교적 슬림한 사이즈의 명함 지갑을 선택하되 컬러는 고급스럽게, 소재는 엠보싱 처리되거나 장식이 달려 있는 것이 경쾌한 느낌을 줄 수 있다.여성들의 경우에는 화려하고 활기찬 컬러에 에나멜 소재 등 다소 도전적인 느낌의 명함 지갑을 사용해 은근한 패션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이 이미지를 어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루이까또즈 홍보를 맡고 있는 김유미 씨는 화려한 컬러의 에나멜 소재가 부담스럽다면 염화비닐(PVC) 소재의 체크무늬 혹은 올록볼록하게 엠보싱 처리된 소재로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여성용으로 선보인 명함 지갑 중에는 명함 외에도 교통카드나 지폐, 동전까지 수납이 가능하도록 각각 수납 칸이 나눠진 작은 사이즈의 다용도 지갑이 눈에 띈다. 이런 미니 사이즈 지갑은 활용도가 높은 반면 자칫 어수선한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간단한 몇 가지만 함께 수납하고 항상 각 칸의 내용물을 기억해 명함을 주고받을 때 간결한 인상을 주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최근에는 한글을 모티프로 한 디자이너 브랜드 ‘이건만’이나 인사동 갤러리 아트숍 등에서 판매하는 전통적인 소재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든 명함 지갑도 눈에 띈다. 해외 출장이 잦거나 무역 관련 직종에 종사해 외국인들과의 미팅이 잦은 사람이라면 한국적인 것을 모티프로 한 명함 지갑으로 호기심과 감동을 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외국의 거래 업체에 간단한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경우에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인상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으니 고려해 보자.업무상 외부 미팅이나 방문해야 할 곳이 있을 때는 적어도 만날 사람보다 3배 이상 많은 숫자의 명함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좋다. 상황이 어찌 바뀔지 모를뿐더러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업무적 면담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사무실에 명함 지갑을 놓고 다니기보다는 출퇴근 시에도 가지고 다니는 편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명함 지갑을 늘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해서 명함을 아무 데서나 헤프게 사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명함은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 또 다른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하므로 함부로 뿌리기보다 상대방에게 기억될 수 있는 적절한 상황에서만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업무상 미리 예정된 상황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대화가 진행된 다음 명함을 교환해도 좋을 상대라는 판단이 섰을 때 명함을 주고받는 편이 현명하다.오래전에 주고받은 명함이 의외의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몇 해 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이자 한국광고주협회 부회장인 김이환 교수가 새로 부임한 MBC 최문순 사장을 만날 때 최문순 사장의 옛날 외신기자 시절 명함을 꺼내 보이며 ‘우리 인연이 처음은 아니다’라는 재치 넘치는 말로 최 사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받은 명함을 아무렇게나 처리하지 않고 수십 년이 지난 후까지 차곡차곡 잘 정리해 두었다가 자신의 인맥 관리에 활용하는 처세 또한 비즈니스맨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것이다. 단 한 번 만났을 뿐인 자신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그 시절의 명함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람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명함을 주고받을 때 의외로 손이 엉키고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순간이 많다. 명함은 상대에게 자신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중요한 첫 단계이므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주고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상대라면 명함을 주고받는 순간에도 예의범절의 수위를 체크할 수 있으므로 짧은 순간이지만 차분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1. 명함은 명함 지갑에 깨끗한 상태로 정리해 상의에 넣어 다닌다.2.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먼저 건넨다. 소개의 경우 소개를 받는 사람부터, 방문한 곳에서는 방문한 사람이 먼저 명함을 내민다.3. 상대방이 두 명 이상일 때는 윗사람에게 먼저 준다.4. 상사와 함께 명함을 건넬 때는 상사가 먼저 상대와 명함을 주고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5. 상사의 대리 자격으로 갔을 때는 상사의 명함을 갖고 가서 건네게 되지만 자신의 명함도 준비해 상사의 명함과 함께 건네는 것이 좋다.6. 선 채로 주고받는다.7. 명함에 쓰인 글씨가 상대를 향하게 잡고, 한글과 외국어가 동시에 인쇄된 명함의 경우 상대의 국적에 맞는 쪽이 보이게 건넨다.8. 두 손으로 주고받는다. 오른손에 명함을 쥐고 왼손으로 받쳐서 건네는 것이 좋다. 손수 건네지 않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거나 서류 혹은 봉투에 끼워 건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9. 한 손으로 상대와 동시에 명함을 교환하는 것은 좋지 않다. 차라리 상대방의 명함을 먼저 양손으로 받은 후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10. 명함을 내밀 때는 정중히 인사하며 소속과 이름을 또박또박 밝힌다.11. 명함을 받았으면 반드시 자신의 명함도 건네는 것이 예의다. 부득이하게 명함이 없을 때는 양해를 구하고 다른 종이에 적어줘도 좋은지 물어본다.12. 명함은 받은 즉시 상세히 읽어보고 읽기 어려운 부분이나 궁금한 점 역시 바로 물어본다.13. 받은 명함은 자신의 명함 지갑에 넣는다. 그냥 주머니나 가방 등에 넣으면 상대방에게 자신이 준 명함을 소홀하게 다룬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