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배분형 펀드 ‘부활하나’
2007년 화려하게 등장한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혼합형 펀드가 지난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멀티 에셋(Multi-Asset), 즉 자산 배분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그러나 이 펀드들이 2009년 들어서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래에셋 인사이트 혼합형 펀드는 최근 1주일 사이 7% 이상 상승했고 삼성과 PCA, KTB가 운용 중인 자산 배분형 펀드 역시 1개월 수익률이 3~7%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자산 배분형 펀드의 성과는 더욱 빛난다.이러한 수익률 호전의 주된 이유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주식이나 채권 등 하나의 상품에 집중하지 않고 분산 투자를 통해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 배분형 펀드에 관심을 가질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자산 배분형 펀드란 특정 지역과 자산에 국한되지 않고 시장 상황과 운용사의 전망에 따라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의 자산 비중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면서 투자하는 펀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투자자 자신이 직접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될 것을 굳이 펀드매니저의 선택에 맡기는 펀드에 가입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개인이 직접 여러 지역 및 섹터에 분산 투자하며 시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즉, 상황에 맞게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의 자산별 펀드를 조절하는 동시에 지역 및 국가별 펀드를 다양하게 선택하면 된다.그러나 여러 펀드를 가지고 있을 때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자산별 또는 지역별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향후 주식보다 채권 투자의 수익률이, 이머징마켓보다는 선진국 투자의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각각의 펀드들을 환매, 신규 가입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대로 투자 비중을 조절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수수료 부담을 생각한다면 그리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물론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펀드도 있다. 바로 엄브렐러 펀드다. 엄브렐러 펀드란 하나의 펀드 안에 다양한 여러 개의 하위 펀드를 모아 구성한 펀드다. 이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하위 펀드의 선택을 투자자 본인이 직접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위 펀드가 주식 또는 채권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원자재 등 다양한 섹터를 커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자신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엄브렐러 펀드가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임에는 분명하지만, 다양한 펀드에 투자하기를 희망하는 투자자는 자산 배분형 펀드의 운용 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성향에 맞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자산 배분형 펀드는 자산 배분 비율을 고정하지 않고 시장 상황과 자산별 모멘텀에 따라 변화를 준다. 이러한 운용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보다 효율적인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산 배분형 펀드가 어떻게 기존 펀드보다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것일까.리스크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비체계적 위험과 체계적 위험이다. 비체계적 위험은 자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 위험으로, 투자 자산을 늘리는 분산 투자를 통해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체계적 위험은 경기 침체 등 외부 환경으로 인해 나타나는 위험으로 투자 자산을 늘려 줄일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즉, 주식시장이 하락 추세로 접어들면 아무리 다양한 주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손실을 피하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이 위험도 투자 자산을 한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지역이나 섹터로 확대한다면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글로벌 커플링(동조화) 현상으로 체계적 위험을 줄이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항상 이런 국면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이 호황인 국가가 있고, 부동산이 호황인 국가도 있게 마련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면 각 지역 및 섹터별 자산시장의 상황이 다르고 모멘텀도 각각이기 때문에 적절한 분산 투자를 통해 체계적 위험을 줄일 수 있다.자산 배분형 펀드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산 배분형 펀드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그 단점을 찾을 수 있다. ‘자산 비중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면서 투자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이나 섹터에 편중된 투자를 할 수 있다. 분산 투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특정 지역이나 섹터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가 실패할 경우 오히려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고, 실제로 이러한 경우가 글로벌 자산 배분형 펀드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지나친 낙관과 잘못된 예상으로 과도한 투자 비중을 가져갔다가 실패할 경우에는 오히려 일반 주식형 및 채권형 펀드보다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또한 대부분의 자산 배분형 펀드는 분산 투자를 통해 낮아진 리스크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리스크를 낮추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리스크가 줄어들면 기대 수익률 역시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 자산이 급등할 때 대개 자산 배분형 펀드는 일반 주식형에 비해 초과 이익을 덜 낸다는 단점도 있다.자산 배분형 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할 대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비록 현재의 수익률이 절대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할지라도 벤치마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어땠는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러한 평가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 아니다.벤치마크가 30% 상승할 동안 10%의 수익률을 거둔 펀드와 벤치마크가 10% 하락할 동안 마이너스 5%의 수익률을 거둔 펀드가 있다면, 비록 전자의 펀드가 절대적인 수익률이 높다고 할지라도 후자의 펀드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펀드 설정 당시부터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자산 배분형 펀드는 이러한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 시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자산 배분형 펀드도 다른 펀드들과 마찬가지로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산 배분형 펀드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맞춤 펀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조정기를 틈 타 단기간에 투자해 성과를 올릴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익률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접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한편 자산 배분형 펀드에도 공격적인 자산 배분 펀드가 있는 반면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도 있다. 또한 국내 주식이나 채권에 국한돼 있기도 하고 투자의 제한이 없기도 한 자산 배분형 펀드도 있다. 따라서 자산 배분형 펀드에 투자할 때는 투자 설명서나 운용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지, 또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투자되고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