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마린보이’는 언뜻 겨울 시즌에 어울려 보이지 않는 영화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뚫고 거친 땀과 호흡을 뿜어내는 주인공들, 그리고 일광욕을 즐겨야 할 법한 해변의 짠바람이 바로 ‘마린보이’의 정서다.주인공 천수(김강우 분)는 ‘타짜’의 ‘고니’ 같은 인물이다. 멋진 한방을 꿈꾸다 억대의 도박 빚을 진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 천수는 국제적인 마약 비즈니스의 대부 강 사장(조재현 분)의 수하로 들어가게 된다. 엄청난 빚 앞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 ‘마린보이’로 거듭나게 된다. 마린보이란 마약을 몸 안에 숨겨 바다 속을 헤엄쳐 운반하는 마약 운반책을 말한다. 그 마약은 마치 프랑크 소시지처럼 만들어져 항문 속에 숨기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옮겨지는데, 마린보이의 생존 확률은 사실상 거의 제로에 가깝다. 게다가 강 사장의 정부처럼 보이는 유리(박시연 분)는 그 사이에서 두 남자 모두를 이용하려 하고, 천수를 미끼로 강 사장을 잡으려는 마약 단속반 김 반장(이원종 분)까지 끼어든다.‘마린보이’는 해양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해양 액션’이라기보다는 마약 단속반과 마약 조직 사이의 숨 가쁜 대결을 그리고 있다. 거기에 끼어드는 것이 바로 ‘무간도’식의 잠복 경찰 설정이다. 그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관계가 치밀한 반면 예상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대신 영화는 다채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며 스릴러의 구조를 넘어 속도감으로 승부를 건다. ‘마린보이’라는 직업을 설명하는 장면, 천수와 유리의 로맨틱한 관계, 바다의 위아래 모두에서 펼쳐지는 추격전 등 영화는 리드미컬하게 사건을 끌고 간다. 어차피 대중적 코드로 밀어붙이려는 심산이었다면 꽤 만족스러운 진행이다.인물들은 전형적이다. 어떤 비판적 표현이 아니라 장르영화로서 캐릭터를 꽤 잘 만들었다는 얘기다. 처음으로 능글대는 이미지로 출연한 김강우는 마지막까지 능글대고, 박시연은 ‘사랑’ ‘다찌마와리’ 등을 거쳐 ‘마린보이’에 이르기까지 언뜻 비슷해 보이는 역할들을 자기만의 색깔로 소화하고 있으며, 조재현도 과묵한 현대적 캐릭터가 제법 어울린다.감독: 윤종석 / 출연: 김강우, 조재현, 박시연 / 분량: 118분 / 개봉: 2월 5일 / 등급: 15세 관람가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세상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죄책감으로 7명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계획을 세운 벤 토마스(윌 스미스 분)는 에밀리(로자리오 도슨 분)와의 예기치 않은 사랑으로 잠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에밀리와 진정한 사랑에 빠졌다는 걸 느낀 순간 마침내 오랫동안 자신이 계획해 온 일을 실행에 옮길 때가 됐음을 깨닫게 된다. 예지자로 등장한 윌 스미스가 선사하는 새로운 형식의 미스터리 영화다.모래(신민아 분)는 어렸을 때부터 늘 곁에 있던 상인(김태우 분)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레(주지훈 분)는 프랑스에서 상인을 만난 인연으로 그에게 요리사로 발탁돼 레스토랑 오픈 자리에 갔다가 한눈에 모래에게 반한다. 한편 상인은 요리사의 꿈을 위해 잘나가던 펀드매니저를 그만뒀다. 바로 모래가 곁에 있기 때문. 그렇게 두 남자와 한 여자가 한 키친을 공유하기 시작한다.서울 88올림픽 핑퐁 꿈나무 랜디(댄 포글러 분)는 눈앞에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하고 그 충격으로 생애 첫 패배이자 파란만장한 인생 굴욕이 시작된다. 허접스러운 뒷골목의 술집에서 핑퐁 묘기로 근근이 생업을 이어가던 랜디에게 과거의 영광을 되찾게 해준다며 FBI가 찾아와 특별 임무를 제안한다. 바로 비밀리에 개최되는 죽음의 핑퐁 대회에 출전해 아버지를 죽인 핑퐁 귀재 펭(크리스토퍼 워큰 분)을 함께 소탕하자는 것. 기상천외한 핑퐁 훈련과 진땀나는 승부를 거쳐 랜디는 마침내 펭의 초대장을 손에 넣는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