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부인의 대박 매직 계속
작년 중반까지 초저금리를 이용해 엔화를 팔고 고수익 외화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주도했던 게 소위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해외 투자에 나선 일본의 가정주부를 통칭)들이다. 주로 달러 자산에 투자했던 와타나베 부인들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달러 폭락-엔화 급등’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을 갖고 만난 와타나베 부인 중 한 명인 전업주부 도리이 마유미(43) 씨의 대답은 기자의 예상과 크게 달랐다.“작년 9월 리먼 사태 후 엔·달러 환율 변동이 심해지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주로 엔·달러를 거래하는데, 월평균 100%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외환 거래를 하는 와타나베 부인들에겐 ‘100년 만의 위기가 아니라 기회’인 셈이다.”도리이 씨가 투자하는 외환 거래는 증거금의 최고 100배까지 외화를 사고팔 수 있는 FX 증거금 거래다. 상당수 와타나베 부인들이 애용하는 투자 방식이다. 노후를 위해 3년 전부터 FX 거래를 시작한 그는 ‘FX미녀회’라는 회원 200명의 투자 클럽까지 운영할 정도로 열성파다. 자신의 투자 경험을 소개한 ‘FX로 월 100만 엔 버는 방법’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나는 주로 데이트레이드를 한다. 그날 달러나 엔화를 샀다가 팔아 거래를 끝낸다. 이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엔고든, 엔저든 큰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다.거래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증거금(원금)의 최고 400배까지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최고 100배까지만 투자한다. 보통의 경우는 50~70배 정도의 배율로 투자한다.나는 100만 엔(약 1500만 원)을 원금으로 투자한다. 1개월에 100%의 수익률이 목표다. 한 달에 100만 엔씩 벌겠다는 얘기다. 어쨌든 월말엔 수익금을 모두 출금하고, 매월 초에 100만 엔의 증거금으로 다시 투자를 시작한다.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는 매달 목표 수익률 100% 이상을 달성했다. 그 이전엔 월평균 수익률이 60~70%였다. 그러니까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수익률이 더 올라간 것이다. 환율 변동이 심해진 만큼 외환 거래로 환차익을 낼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아무래도 엔화가 올랐기 때문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투자를 많이 했다. 주변에서 FX 거래를 하는 주부들 중에도 외화를 팔고 엔화를 사는 사람이 많았다.그렇게 볼 수 있다.물론 있다. 환율 변동이 컸기 때문에 수익 기회도 많았지만 리스크 역시 컸다. 투자 클럽에 속한 주부 중에는 1억 엔(약 15억 원)을 손해 본 사람도 있다. 그러나 큰 이익을 본 사람도 많다.나만의 리스크 관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나는 원금(100만 엔)의 5%까지 손해가 나면 무조건 손절매한다. 그 후 다시 냉정을 되찾고 투자를 시작한다. 비교적 신중하게 투자하는 편이다. 이런 보수적 투자 자세가 안정적 수익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기본적으로 엔고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3월부터는 ‘달러 약세-엔화 강세’로 반전될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데다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달러당 70엔대까지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한국의 원화엔 투자한 적이 없다. 다만 한국에서도 2월부터 선물회사뿐만 아니라 증권사를 통해서도 FX 증거금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 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FX 거래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한국의 한 선물회사로부터 한국에 와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올봄에 서울에 갈지도 모르겠다.몇 년 전 이혼하고 난 뒤 주부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됐다. 그래서 3년 전부터 FX 거래를 시작했다. 특히 불안한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재테크를 꼭 하긴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양한 투자 대상을 고려했다. FX 거래는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로서 집에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재테크란 점에서 선택했다.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반드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은행 빚을 내서 투자하는 건 금물이다. 수익률이 높은 만큼 손실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또 손절매할 손실 한도를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나중에 다시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버티다간 손해만 커진다. 손절매한 뒤 냉정히 기회를 다시 노리는 게 현명한 투자다.대개 전업주부인 와타나베 부인들은 언제 어떻게 외환 투자를 할까. 이들은 집안일을 해가며 개인용 컴퓨터(PC)를 이용해 재택 투자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틈틈이 세계 금융시장 동향을 체크하며 뉴욕 도쿄 런던을 넘나드는 글로벌 외환 투자를 하고 있다.‘FX미녀회’라는 투자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도리이 마유미 씨의 하루를 보자. 그녀는 아침 6시 일어나자마자 PC 앞에 앉는다. 간밤 뉴욕 시장에서의 엔·달러 환율 등 외환 시세와 주가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이때 오름세가 예상되는 외화가 있다면 매수 주문을 내기도 한다.6시 30분부터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낸다. 오전 중엔 청소나 옷 세탁 등 집안일에 집중한다. 낮엔 외환 시세가 크게 변동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후엔 쇼핑을 하거나 집에서 e메일을 체크하고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오후 5시 런던 외환시장이 열리면 거래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30분 정도 PC로 환율을 살펴본다.아이가 잠들면 이때부터 ‘본게임’이 시작된다. 밤 10시께부터 PC 앞에서 본격적인 외환 투자를 시작한다. 그때쯤이면 뉴욕 시장도 문을 연다. 밤 12시까지 2시간가량은 런던과 뉴욕에서 동시에 거래가 이뤄져 하루 중 외환 시세가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때다. 그렇다고 이때 외환 시세만 지켜보는 건 아니다. 웹서핑을 하거나 뉴스를 읽다가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적당한 외화를 사고판다. 대개 엔화와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뉴질랜드 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 4~5개국 통화가 주요 메뉴다.외환 시세 변동 폭이 큰 날은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밤 12시께 거래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차병석·한국경제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