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권 투자 ‘관심’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형 아파트 분양권, 법원 경매 등 몇몇 틈새시장은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분양권 시장은 그동안 금지됐다가 다시 열린 시장인데다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폭넓은 수요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분양권 시장은 지난해 11·3 대책을 통해 강남 3개구(강남, 서초, 송파구)를 제외한 전국의 주택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서 부활했다. 지난 2003년 6월 7일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지 5년여 만이다. 부동산 경기가 급강하하자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를 푼 것이다.부동산 업계에선 분양권 전매 허용 조치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수도권 소액 투자자들에게 ‘기회의 시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청약통장이 없는 내 집 마련 수요자, 자금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적합한 투자 상품”이라면서 “입지 여건, 동 호수 등을 잘 따져 고르면 투자 메리트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분양권 투자는 12년 전 외환 위기를 통해 ‘효과’가 검증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급락한 건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분양권 전매를 허용했다. 지금과 비슷한 환경에서 이뤄진 특단의 조치였던 셈이다. 이때 싼값에 분양권에 투자했다가 2001년 이후 아파트 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큰 시세 차익을 거둔 사례가 적지 않다.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부자 신드롬의 주인공들도 분양권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한 경우가 많았다.분양권은 장점이 많은 투자 상품이다. 우선 청약통장이 없어도 원하는 지역, 원하는 아파트, 원하는 동 호수를 고를 수 있다. 또 투자 시점까지 납부된 금액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소액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 물론 대출 등을 활용해 자금 융통도 가능하다. 입주까지 대기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도 실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이다.최근 들어 서울 수도권 거래시장에는 분양권 매물이 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악화로 자금 압박을 받는 이들이 분양권을 매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올 한 해 주택 시장에는 알짜 지역의 분양권 매물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청약 가점이 낮거나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라면 미래 가치가 높은 블루칩 단지의 분양권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분양권 투자는 여느 부동산 투자와 마찬가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요즘 같은 아파트 값 하락기에는 특히 그렇다. 먼저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경쟁력을 가늠해 봐야 한다. 김은경 팀장은 “뚜렷한 개발 재료가 있거나 교통 및 교육 환경, 기반 시설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수요가 풍부한 대단지 아파트는 가장 유망하고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서울권에선 대단지에 입지 여건이 좋은 뉴타운·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이 첫손에 꼽힌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 꽤 많다.1614가구인 길음뉴타운 8단지 래미안은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가격에 분양권 시세가 형성돼 있다. 81㎡(24평형)의 경우 분양가가 3억3280만 원, 현재 시세는 3억3500만~3억7750만 원선이다.구로구 온수동의 힐스테이트는 소형 단지가 많은 강서 지역에서 단연 눈에 띈다. 총 999가구 79~188㎡(23~56평형)로 구성된다. 79㎡(23평형)는 2억7000만~3억1000만 원에 분양권 시세가 형성돼 있고 112㎡(33평형)는 4억~4억5000만 원선이다. 지하철 1, 7호선 온수역에서 가깝다.투기과열지구 해제 대상이 아닌 강남권이라고 해서 분양권 투자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반포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반포 래미안의 경우 1회에 한해 거래가 허용되는 조합원 분양권이 나와 있다. 이 단지는 총 2444가구로 올해 입주 예정 단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데다 일부 대형 평형에서 분양가를 밑도는 시세가 형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26억5900만 원에 분양됐던 268㎡(81평형)는 23억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경기권에서도 대단지 중심으로 분양권 매물이 늘고 있다. 의왕시 포일동의 포일 자이는 2540가구의 매머드급 규모에다 주변에 총 6000가구 규모의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83㎡(25평형) 분양권이 3억~3억7000만 원선이다. 평촌 신도시, 판교신도시와 가깝다.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용인 지역에선 분양가 이하에서 분양권을 골라잡을 수 있다. 특히 수지구 상현힐스테이트는 분양 당시 최고 197.5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분양가를 밑도는 가격에 매물이 출시되고 있다. 127㎡(38평형)의 경우 5억5818만 원에 분양됐지만 매매 하한가가 5억 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실수요라면 입주가 임박한 분양권을 고르는 게 낫다. 입주 시기가 늦을수록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부동산 경기 변수에 따라 추가 하락의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매물을 선택했으면 계약에 앞서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분양계약서 사본을 건네받아 시공사나 시행사에 실제 계약자가 맞는지 확인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추가 비용이 있는지, 발코니 확장 등 옵션 사항도 알아둔다. 특히 중도금이 얼마나 납부됐는지, 향후 납부해야 할 중도금과 잔금은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분양권 전매 계약이 끝나면 분양계약서 원본과 계약서, 인감과 신분증을 들고 해당 소재지 주민센터 지적과를 방문해 계약서상에 검인을 받는다. 이때 실거래가 신고를 함께 한다.중도금 대출 등 금융 거래가 포함된 물건이라면 매도자와 매수자가 함께 은행을 방문해 승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분양계약서 명의 이전도 중요한 절차다. 통상 건설사 본사를 방문해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업장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