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별 상사 다루기
직장에서 궁합이 맞는 상사를 만나는 것은 최대의 복이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 머릿속에서 사표를 던질 테니 말이다. 그러나 홧김에 회사를 그만두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면 이직이 결정될 때까지 욱하는 성질을 참고 상사와 잘 지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대화 전문가 이정숙 에듀테이너그룹 대표는 “직장에서 느끼는 억울하고 불편한 감정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며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갈등 상황이라도 상사와의 관계가 개선될 수도 있고, 별일 아닌 것으로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이 대표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유형별 상사 대처법을 알아보았다. 부장의 잔소리에 호기롭게 사직서를 내던진 박 대리.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사표가 수리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조바심이 났다. 힘들게 들어간 직장인데 한순간 화를 참지 못해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부장에게 “제가 심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며 사과했다. 부장은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사직서를 돌려주었다. 그 이후 부장은 박 대리가 조금만 일을 잘못해도 “호기 있게 사표를 던진 것을 보니 갈 만한 곳이 있나 보지. 그러니까 일을 이따위로 하지”라며 지나간 일을 들춰내 속을 긁었다.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박 대리는 속으로 마음만 졸이지 말고 부장을 독대해 인간적으로 호소하고 정식으로 부탁해야 한다. 술자리를 마련해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부장님, 제가 예전 잘못을 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때 일은 저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습니다”라고 거듭 얘기하면 부장도 더 이상 그 일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로부터 기밀 유출, 출장비 뻥튀기, 관리비 과다 징수 등의 편법·불법적인 일을 요구받을 수 있다. 이런 일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은 회사 규범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거절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장님 그렇게 해드리고 싶은데 규정이 엄격해서요”라고 하고 재차 요구하면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을 위해 부장님이 책임진다는 문서 하나만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해보자.이랬을 때 마음 약한 상사는 뒤끝이 무서워 “정말 소심한 친구로군”하며 물러날 것이고 막무가내인 상사라면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서야 회사 생활 하겠어”라며 더욱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옳고 그름을 따지며 일일이 말대꾸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제 책임을 다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너무 미워하진 말아 주십시오”라며 너스레를 떨며 문서를 받아두는 것이 현명하다. 신입사원 K 씨는 자신이 다니는 곳이 회사인지 군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타 부서 직원들까지 자신에게 반말하는가 하면 직속 상사들은 이름도 부르지 않고 “야! 이리와 봐”라고 할 때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나름대로 서울의 좋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그 힘든 취업도 졸업 전에 할 정도로 K 씨는 꿈에 부푼 청년이었다. 그런데 취업을 하고 보니 상사들은 아랫사람을 집안 머슴 부리듯이 대하고, 인격이라고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아 실망감이 앞섰다.해결책은 K 씨가 회사의 문화에 맞추는 것이다. K 씨는 회사의 막말하는 문화를 자신이 받아들일 것인가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을 불평하는 자신을 회사 상사가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화를 고치려고 문제 제기를 하면 회사에 따라 신경을 쓰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K 씨가 해야 할 일은 상사들이 반말하는 것에 민감해질 것이 아니라 상사들이 “야”라고 부르면 별일 아니라는 듯이 “예, 부르셨습니까”라고 공손히 대답하는 것이다. ‘저 사람은 ○○○ 상무 사람, 저 사람은 ○○○ 전무 사람, 저 사람은 사장 사람이다’처럼 직장 내에는 편 가르기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파벌은 경영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지만 사람이 모인 곳인 만큼 파벌 없는 직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윗선에서는 세 확장을 위해 약간의 고급 정보와 인사상의 혜택을 주어 자기 진영을 확대해 간다.파벌은 자신의 입지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자신과 대치하는 사람은 무조건 적으로 간주한다. 이런 현실 때문에 중간 간부 이상이 되면 누구의 편도 아니면서 괜히 반대파로 오해받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무심코 하는 말에도 그의 상대 진영을 두둔할 것이 아니라 “그렇군요”라는 등의 소극적 동조로 ‘당신은 내 편일지 몰라’ 또는 ‘상대 진영은 절대 아니다’라고 느끼도록 말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확실한 내 편인지 아닌지 느끼지 못하게끔 해야 그의 적과도 동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직장 내에서는 사내 정치에 뛰어들지 말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안전하다. 올빼미형 인간인 김 대리는 매일 밤늦게 자느라 지각을 몇 번 했다. ‘내일은 절대 지각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아 잠깐 PC게임이나 하자고 한 것이 어느 새 새벽 3시가 됐다. 다음 날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김 대리는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에 택시를 탔지만 평소 지하철로 다니느라 아침 교통 상황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평소보다 훨씬 늦게 지각을 하고 말았다.부장 앞에 선 김 대리. “회사가 놀러 다니는 곳인 줄 알아!” “일찍 오려고 택시를 탄 것이 그만….” “아침에 차가 그렇게 막히는데 택시를 타?” “오늘은 정말 지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후 부장은 김 대리에게 늘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일을 좀 잘했다 싶으면 “지각대장이 웬일이야?”, 잘못한 일이 있으면 “지각이나 하는 사람이 별 수 있어”라며 비아냥거렸다.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라고 산뜻하게 사과하는 것이 낫다. 구구절절 사과와 변명을 늘어놓기보다는 한 번만 말하고 그저 처분만 바란다는 표정을 지어야 상사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아부는 내가 하면 처세술이지만 남이 하면 비열한 행동으로 비난받는다. 노골적인 아부는 듣는 입장에서도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요즘처럼 상사도 부하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시대에는 심한 아부를 경계하는 상사가 많다. 능력이 뛰어난 상사일수록 경쟁력을 갖춘 부하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부하의 정의롭고 바른말 듣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기 고집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판은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노골적인 아부는 피하되 상사의 부당한 말에 직접 반박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틀린 말을 해도 일단 동의를 통해 전의를 약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공개적으로 반박하거나 바른 소리를 내면 숨었던 전의만 되살릴 뿐이다.아부로 보이지 않으면서 상사 마음에 들게 말하려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말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부장님이 이번 프로젝트를 맡겨주신 덕에 많이 배웠습니다” “부장님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이번 프로젝트 성공하신 것 축하드립니다”같은 말들이다.상사가 지적이지만 인간미가 부족하다면 ‘지적인 면’을 강조하고 능력보다는 인간성이 좋다면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면 상대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