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의 일자리 지키기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기축년 신년사에서 변화가 심한 시기일수록 현장은 빠른 속도로 바뀐다며 ‘현장 속으로’를 강조했다. SK 최태원 회장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속도와 유연성, 그리고 실행력을 꼽았고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판매 확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정부도 파국을 막기 위한 제일의 대안으로 국가 차원의 일자리 창출을 기축년의 핵심 과제로 삼았고 관련 비용은 2012년까지 60조 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지구촌 각국도 마찬가지다.“세계 노동력의 흐름이 역류하고 있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얘기도 나온다. 대만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만 근로자로 교체하는 기업에 1인당 월 1만 대만 달러(39만 원)을 보조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업별 외국인 근로자 채용 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이주 근로자 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유럽에선 스페인이 지난해 10월 일자리가 없는 이민자가 3년 동안 돌아오지 않겠다는 조건을 수락하면 4만 달러의 실업 수당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자발적 귀향’ 프로그램까지 도입했다. 스페인에서는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급감하자 스페인 근로자들이 그동안 기피해 오던 농장에까지 밀려들면서 아프리카 출신 근로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스페인은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등지에서 온 외국인 이주 근로자가 총 450만 명으로 인구의 10%에 달한다. 영국도 이달 초 이주 근로자의 학력 나이 기술력 등을 점수화한 새로운 점수 이민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영국 내 외국인 일자리 수가 2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외국인 이주 근로자들은 높아지는 노동 장벽에다 경기 침체에 따른 일자리 수 감소로 떼밀리다시피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두바이에선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중단되자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주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비정규직 해고가 잇따르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에 온 많은 브라질 출신 근로자들은 비행기 표도 구하지 못해 떠도는 상황이다.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외국인 이주 근로자들이 해고에 직면했다”며 “이들이 경제 위기의 희생양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린이푸 세계은행부총재는 “선진국 노동시장 위축으로 개도국의 주요 자금원인 대외 송금이 크게 줄면서 개도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 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세계 각국의 노동 정책에 새로운 숙제를 안기고 있다.글로벌 금융 위기로 촉발된 경기 위축이 심화되면서 주요국 정부는 일자리 지키기를 위해 기업들이 정리 해고를 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또 국가가 나서 새 일자리를 만들고 실업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있다.독일의 주요 대기업 대표들은 지난해 말 앙겔라 메르켈 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경제 상황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하는 걸 자제하기로 결의했다.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신(新)고용대책’에서 고용 기간 6개월 미만인 파견 근로자에 대해 기업이 훈련 휴직 등의 방법으로 고용을 유지하면 비용의 3분의 2를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또 파견 근로자를 해당 기업이 직접 고용하면 근로자 1인당 100만 엔(약 1440만 원)을 지급한다. 이를 포함해 앞으로 3년간 모두 2조 엔(약 28조8000억 원)을 들여 14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 조건을 완화해 수혜자를 늘리고 재취업 및 훈련 수당도 인상하기로 했다.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0월 2억5000만 유로(약 4575억 원)규모의 특별고용대책을 발표했다.우선 최저 생계수당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보조 일자리 10만 개를 올해 새로 만들기로 했다. 기업과 정부 모두 일자리 때문에 고민이다. 기업은 줄이고, 정부는 늘리려는 변곡점에서 윈-윈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약력: 연세대 대학원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96년 국회의원 보좌관. 2002년 위드스탭스홀딩스 대표. 2006년 HR아웃소싱협의회 회장(현). 2009년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