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조용했던 연말, 연초가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설이다. 불황으로 연말 분위기가 예전만 못했는데, 설도 마찬가지로 기분이 안 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추천한 영화·공연·책은 이런 분위기에 딱이다 싶을 정도로 재미와 내실을 겸비하고 있다. ‘적벽대전’의 화려한 전투 장면을 보며 우울한 세상사를 잠시 잊거나, ‘미녀는 괴로워’의 폭발적인 노래와 춤으로 흥겨움에 빠져들거나, ‘일본전산 이야기’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읽으며 불황을 이겨내는 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1편은 서막일 따름이었다. 서기 208년. 조조에 맞서려는 이들은 힘을 한데 모았지만 그들의 지략은 아직 빛을 보지 못했다. 제갈공명(진청우 분)이 빈 배로 10만 개의 화살을 마련하고 주유(량차오웨이 분)가 세치 혀로 적군 장수들을 제거하며 수적인 열세에도 조조군을 불구덩이에 빠뜨리기까지. 1편이 개봉된 지 6개월여 만에 그 위용을 보인 2편은 제갈공명과 주유, 나아가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무수한 이들의 무용담을 자신만만하게 늘어놓는다.우위썬 감독이 연출한 ‘적벽대전’ 시리즈는 동양판 ‘반지의 제왕’이라고 할 만큼 스펙터클에 집중하는 전쟁 영화다. 흰 비둘기가 비상하는 부감 샷(high angle)으로 끝난 1편에 이어 역시 비둘기의 날갯짓에서 시작한 2편은 적벽의 아름다운 자연을 장엄하고도 끈질긴 전투신과 조화시키려고 애쓴다.그러나 결국 이 영화의 미덕은 숨 막힐 것 같은 물량 공세에도, 인간의 가장 소탈하고 값진 욕망을 잊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자. 가서 말하자, 이제 나 돌아왔다고. 우위썬 감독의 남자들은 칼을 휘두르다 진흙탕에 나뒹굴면서도 그렇게 되뇐다. ‘적벽대전2’를 보고 가장 오래 남는 것 또한 씁쓸하고도 값진 그들의 마음일지 모른다. “히틀러를 암살하라.” 1943년. 독일 군인 본 스타우펜버그 대령은 나치 정권의 몰락을 꿈꾸며 히틀러 암살 모의를 이끈다. 바로 ‘발키리 작전’, 히틀러가 자신이 제거됐을 때를 대비해 마련해 둔 발키리 작전을 이용해 그를 암살하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작전은 성공하냐고? 그럴 리가. 역사가 증명하듯 스타우펜버그 대령을 비롯해 계획에 가담한 이들은 모두 처형되고 히틀러는 살아남는다.실패로 귀결된 계획, 불운한 영웅을 소재로 삼은 이 영화를 연출한 이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 외로운 돌연변이 히어로들을 그린 ‘엑스맨’ 시리즈의 잔영이 강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게다가 스타우펜버그 대령을 연기한 이는 할리우드의 톱 아이콘 톰 크루즈 아니던가. 그렇다면 비극적이고도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나 비주얼이 탁월한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기 십상이겠지만 ‘작전명 발키리’는 오히려 캐릭터와 서사 그 자체에 주목하는 담백한 스릴러물에 가깝다. 낯설게 들릴지도 모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에 주인공으로 합류한 이가 안젤리나 졸리라니. 아이를 찾으려는 한 여자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이 영화는 우리 시대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무한 스타 파워 안젤리나 졸리의 만남만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1928년 싱글 맘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 분)은 아들 월터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다급히 실종 신고를 하지만 어디에도 그의 행방을 아는 이는 없다. 5개월이 지나고 아들을 찾았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은 크리스틴. 그런데 경찰이 데려온 아이는 꿈에 그리던 아들이 아니다. 크리스틴은 그 아이가 월터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경찰은 이 사건을 종결하려고 하고 시민의 명망을 얻기 위해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간다.크리스틴이 겪은 차마 믿기 힘든 이 사건은 실화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후 경찰에 붙들린 스물네 살의 남자가 소년들을 납치해 살해했다고 실토한 것. 그 희생자 중 한 명이 월터임이 밝혀지면서 크리스틴은 정부 당국을 청문회에 불러 세우기에 이른다. 부패한 경찰을 고발하는 이 영화에서 이스트우드의 어조는 전에 없이 단호하다. 고뇌하는 영웅의 내면을 그린 이전작과는 다르겠지만 그의 세계에 이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름만 늘어놓아도 대충 감이 잡히지 않을지. 디즈니 제작에, ‘베드타임 스토리’라는 제목에, 발군의 코미디 배우 아담 샌들러 출연에, ‘헤어스프레이’의 감독이자 안무가로 유명한 아담 생크만 연출. 딩동댕. 아이들과 속닥거리면서 함께 보기 적당한 판타지 코미디 영화, 정답이다.만년 호텔 수리공 신세인 스키터(아담 샌들러 분)의 마음속엔 언젠가 매니저로 등극하고야 말겠다는 부푼 꿈이 있다. 어느 날 누나 웬디(커트니 콕스 분)가 집을 비울 일이 생겨 그녀의 두 아이를 얼결에 떠맡은 그는 생각만큼 쉽지 않은 애보기에 시달린다. 아이들이 침대머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만큼은 좋아하니 다행이다 싶었지만 맙소사, 그들이 지어낸 ‘베드타임 스토리’가 실제로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 것. 스키터는 하늘이 내려준 이 절호의 기회를 이용, 매니저로 승진하리라고 다짐한다.가상의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는 설정은 사실 그다지 새롭지 않다. 그러니 관건은 아담 생크만의 지휘 아래 아담 샌들러의 웃음 바이러스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느냐에 있지 않을까. 그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또 다른 코믹 판타지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성공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할 듯. 20대 중반, 춤으로 인정받기엔 너무 늦은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라(로라 램지 분)는 댄서로 성공하길 간절히 바란다. 절친한 친구 유세프(아치메드 아카비 분)로부터 이집트의 전설적인 댄서 이스마한(카멘 레보스 분)의 성공담을 전해 들은 그녀는 정열적이고 이국적인 벨리 댄스에 빠져든다. 남자 친구 잭(아사드 보우압 분)의 조언에 힘입어 우체국 정직원 자리도 물리치고 꿈을 좇기로 결심한 롤라. 하지만 잭은 그런 그녀를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이더니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고향인 이집트로 떠나버린다.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그녀는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카이로행 비행기에 무작정 몸을 싣는다. 카이로에서의 생활이 그녀의 인생을 얼마나 극적으로 바꿔놓을지 상상도 못한 채.‘롤라가 무엇을 원하든지 롤라는 그걸 얻고 말 거야(Whatever Lola Wants, Lola Gets).’ 재즈 싱어 사라 본이 부른 ‘왓에버 롤라 원츠’의 첫 부분은 어쩌면 이 영화를 가장 명료하게 요약하는 말일 것이다. 때론 부담스러울 만큼 열정적인 이 사고뭉치 20대 아가씨는 상처로 차가워진 이스마한의 마음을 녹이는가 하면, 춤추는 여성에게 냉혹한 이집트 사회까지 기어이 자기편으로 만들고 만다. 파란 눈, 금발 머리의 미국 소녀가 발레도, 힙합도 아닌 벨리 댄스로 성공하기까지를 그리는 이색적인 댄스 영화. 연휴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장르를 꼽으라면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싶다. 2006년 66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영화 로맨틱 코미디 부문 최고의 흥행 기록을 수립했던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뮤지컬로 변신해 새로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130kg의 뚱뚱한 거구의 대창(代唱) 가수 한별이 전신 성형을 통해 S라인을 자랑하는 늘씬한 꽃미녀로 변신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지난 연말 첫선을 보인 후 90%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창작 무비컬(Movical: 영화와 뮤지컬의 합성어)의 대표 주자로 손꼽힌다. 영화를 통해 익숙한 드라마와 ‘마리아’ ‘별’ ‘뷰티풀 걸’ 등의 히트곡들을 라이브로 즐기는 감동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특히 영화에서 김아중이 열연했던 한별 역의 최성희(바다), 윤공주가 선보이는 파워풀한 가창력과 열정적인 무대 매너는 관객들을 사로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황금신부’, ‘신의 저울’ 등으로 인기를 모은 송창의가 음반 프로듀서 상준 역으로 출연하며 코믹 연기의 달인 김성기가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으로 무대에 올라 웃음을 전한다.2월 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1544-1555 가장 한국적인 쇼 뮤지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를 통해 뮤지컬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연출가 장유정이 안동 종갓집에 대한 관찰과 체험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은 2008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후 현재 중극장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돼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다.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고향을 다시 찾은 안동 이씨 종갓집의 골칫거리 두 아들 석봉과 주봉의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한국 전통 종갓집과 장례식, 유림에 관한 내용들을 극중에서 재현하고 있는 ‘형제는 용감했다’는 명절을 맞은 자녀들이 우리 문화와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인 효과도 갖추고 있다.‘써써써썩을 놈의 석봉이 주주주죽일 놈의 주봉이’의 흥겨운 랩과 보사노바 등 다양하면서도 젊은 콘셉트의 음악과 춤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의 무게를 덜고, 가슴 따뜻한 드라마가 재치 있게 합을 맞춰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전달한다.2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38-8289 아비에게 효도하러 이승에 왔다가 현실의 부패함을 깨닫고 거침없이 비판하고 조롱하는 귀신 설공찬의 이야기는 설 연휴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1511년(중종 11년) 채수가 지은 최초의 한글 소설이 원작인 연극 ‘설공찬전’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다룬 연극으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기대를 안겨주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이해제 연출이 상상력을 더해 각색한 작품. 당시의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삼은 ‘설공찬전’은 사촌 동생의 몸을 빌려 저승에서 돌아온 설공찬을 통해 권력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전통적인 풍자와 해학으로 무대를 채워낸다.템포감 있는 극 전개와 연기력으로 무장한 극단 신기루만화경 배우들의 열연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촌 동생의 몸을 빌려 나타난 후 이 몸 저 몸으로 옮겨 다니는 설공찬의 영혼에 빙의된 극중 인물들의 다양한 연기 변신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1월 15일~2월 8일, 대학로 정보소극장, (02)764-7462 풍자와 해학을 논할 때 마당놀이만 한 것도 없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앉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마당놀이의 대표 주자인 극단 미추의 ‘심청’이 매진 사례에 이어 1월 27일까지 연장 공연을 펼친다.‘춘향’ ‘변강쇠’와 더불어 극단 미추의 대표 작품인 ‘심청’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버지 심봉사와 눈 먼 아비에게 빛을 주려고 했던 심청의 이야기 안에 2008년의 한국에 대한 풍자를 함께 그려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부터 멜라민 파문, 쌀 직불금, 인터넷 도박, 사이버 모독죄 등 지난해 나라를 출렁이게 만든 다양한 사건들을 희극적으로 비틀어 관객들에게 속 시원하게 쏟아낸다.마당놀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이 오랜 호흡을 자랑하는 신바람 나는 무대가 관객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것이다. 이번 무대에서 윤문식이 심봉사 역을, 김성녀가 뺑덕어미를 연기하고 오디션으로 발탁된 신예 민은경이 심청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1월 27일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마당놀이 전용극장, (02)747-5161 설 연휴 아이들과 함께 이색 체험을 경험하고 싶다면 팬양의 ‘화이트 버블쇼’를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2004년부터 벌써 5년째 국내 무대에 선보이는 공연은 기존의 비눗방울 퍼포먼스에 특수 효과 장비들이 추가돼 더욱 다양한 추억을 제공한다. 아기자기한 비눗방울은 물론 여러 사람을 거대한 비눗방울 속에 집어 넣기도 하고 8m에 달하는 비눗방울 벽을 만들고, 연기 가득한 비눗방울 속에 글씨를 새기는 등 다양하고 환상적인 쇼가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게다가 이번 쇼에는 300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무대 세트가 어우러져 한층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또 강풍기 10대와 스노머신 20대를 동원해 엄청난 비눗방울을 쏘아 올리는 ‘유니버스 오브 버블’ 프로그램도 추가돼 눈이 즐거워진다. 객석을 가득 채운 비눗방울 위로 무지갯빛 조명이 더해지면 마치 꿈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6개월 미만의 유아는 무료입장이고 공연 후 아이들과 함께 함께 무료 개방된 ‘어린이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으니 어린 자녀를 둔 부부들이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2월 2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02)541-1152 지난 세기의 유례없는 방탕으로 인해 인류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한다. 물론 피부에 와 닿는 말은 아니다. ‘6도의 악몽’을 비롯한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아무리 지구 온난화, 세계 멸망 시나리오를 충격적으로 들려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지구의 마지막 날이 아무리 가깝다 한들, 당장 내일보다 가깝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속세에 찌든 생활인의 눈에는, 눈에 불을 켜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말하는 환경 운동가나 과학자들이 오히려 괴짜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하지만 토머스 프리드먼이 환경 문제를 말한다면 어떨까. 세계화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저작일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를 통해 그의 이름을 먼저 들어 본 이라면 귀가 쫑긋할 만하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인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환경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환경 문제가 먹고 사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뜻일 테니까.우리가 ‘뜨겁고(지구 온난화)’, ‘평평하고(확산되는 세계화)’, ‘붐비는(글로벌 중산층 인구의 증가)’ 세계에 살고 있다고 진단하는 프리드먼은 인류의 번영과 미래의 성장을 위해 시급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청정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환경 보존을 위한 전략들을 지칭하는 ‘코드 그린’이 바로 그것. 오직 미국의 관점에서 시종일관 논지를 이끌어가는 부분이 눈에 거슬릴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당면한 환경 문제와 경제 문제를 가장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만하다.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21세기북스, 590쪽, 2만9800원 2008년 12월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가운데 정치사회 분야 15위에 오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약칭 새사연)이 내놓은 이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MB노믹스를 넘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이미 우리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무엇일 터. 그렇다면 책에서 말하고 있는 ‘MB노믹스’는 무엇일까.“국민은 신자유주의가 만든 경제 문제의 해결을 이명박 정부에 요구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이를 더욱 확대된 신자유주의의 해법으로 풀겠다고 한다.”(머리말 중에서) 그것이 바로 ‘MB노믹스’. 결국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해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각자의 정치적 시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거대 연구소들이 잡아내지 못하는 부분들을 좀 더 일반 대중의 시각에 밀착해 잡아내고 있는 새사연의 분석은 분명 숙고할 가치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보고서와 같이 놓고 읽는다면 더욱 좋겠다.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지음, 시대의창, 380쪽, 1만5000원 경제가 아무리 위기라고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잘되는 집은 있게 마련이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이름인 ‘일본전산’이 바로 그런 집이다. 불황기 10배 성장,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 등극이라는 신화를 가진 회사. 이 책은 그런 ‘일본전산’의 경영 비법을 분석한다.“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아라”, “‘안 된다’는 보고서 쓰는 습관을 없애라”, “신입사원은 쉴 생각을 하지 말라”, “실력이 없으면 깡으로, 남보다 두 배로 일하라” 등 호통 치는 경영자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의 경영 비법은 언뜻 보기엔 너무 고리타분하다. 대부분의 월급쟁이라면 그런 사장과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 30인 중의 하나란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무엇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바로 이 책은 그 이유를 친절히 알려준다.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경영자는 물론 적당히 안주하고 사는 직장인 역시 이 책에서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김성호 지음, 쌤앤파커스, 275쪽, 1만3000원 세상 모든 분야에는 고전이라는 책들이 있다. 마케팅 분야에도 물론 그런 책이 있고,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은 바로 그런 고전 중의 하나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또 다른 고전, ‘포지셔닝’과 ‘마케팅 전쟁’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아마 고전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혹은 편견은 바로 ‘너무 낡았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세상은 변했으니까.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처음 출간된 것도 1993년이니 벌써 16년이 흘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핵심적인 것들은 존재한다. 고전이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그 핵심을 짚어냈기 때문일 터.저자들은 마케팅은 바뀌지만 좋은 전략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들은 계속해 바뀌지만 전략 자체는 바뀌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례들은 여전히 생생하며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참고로 이 책은 지난해 말 출간 15년을 기념해 새롭게 번역, 출간된 ‘스페셜 에디션’이다.알 리스·잭 트라우트 공저, 비즈니스맵, 240쪽, 1만2000원 한때 ‘저주 받은 예언자’로 불리던 탈레브가 ‘월가의 새로운 현자’로 귀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파국이 앞으로 월가를 덮칠 것”이라는 ‘블랙 스완’의 메시지는 금융계에 그저 실없는 ‘저주’일 뿐이었으나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지고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검은 백조’는 위기를 설명하는 보통명사가 됐다.‘백조는 희다’는 모든 이들의 믿음을 철저히 전복시키는 데에는 오직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필요했을 뿐이다.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등장해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리는 검은 백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이 ‘불확실성의 세계’를 통렬히 파헤친 이 문제적 저작을 읽어내는 것은 분명 만만한 일은 아니다. 경제학과 경영학은 물론 철학과 역사, 물리학과 심리학을 종횡하는 탈레브의 내공 때문이다. 하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다. 책장을 덮을 때쯤 당신 앞에 나타난 검은 깃털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동녘, 548쪽, 2만5000원글=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정세원·더뮤지컬 기자 sewon79@naver.com금정연·알라딘 경제/경영도서 MD stereo@alad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