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아이템 - 현대자동차
위대한 기업은 불황기를 성공의 발판으로 이용했다. 돌이켜보면 경기가 극도로 침체될 때 시장구조가 변하고 산업의 경쟁 구조 재편으로 이어져 업체의 순위가 뒤바뀌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금 세계 자동차 산업은 사상 유례없는 극도의 침체기에 진입해 산업의 경쟁 구조와 업체들의 시장 지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미국 빅3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정부의 지원으로 겨우 연명하는 미국 빅3는 단기적으로 다운사이징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낮추고, 종업원 복지를 대폭 줄이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미국 빅3가 비용 구조를 축소해 생존 기반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명실상부한 턴어라운드는 아니다. 즉, 비용 구조가 낮아진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3~5년이 필요하다.경기 침체기에는 소비자들의 불안지수가 높아진다. 소비 여력이 줄어든 만큼 이전과 동일한 소비를 하더라도 잘못 구매했을 경우 재무적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도 여부와 관계없이 소비자들의 미국 빅3에 대한 신뢰는 크게 하락했다. 또한 감원 이슈, 복지 혜택 축소 등은 빅3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품질 저하로 이어져 다시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시작됐다.극심한 경기 침체에서 미국 빅3의 공백을 누가 채울 수 있을까. 유럽 업체들은 미국 업체와 같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일본 업체들은 엔화 강세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뚜렷하게 하락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 국가의 후발 자동차 업체들은 기술력이나 품질 관리 능력 면에서 아직 해외시장 침투력이 부족하다.현대자동차는 어떤가. 비록 세계 자동차 수요의 극심한 침체에 직면한 것은 다른 경쟁 업체와 같지만 △불경기에 보수화된 소비 패턴에 적합한 중·소형차 비중이 높고 △중국 인도 동유럽 등 이머징 마켓에서 현지 생산 설비를 확보하고 있고 △원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이런 시각은 많은 자동차 산업 연구자들의 수익 추정에도 반영돼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의 2009년 영업이익률은 6.4%로 세계 10대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높다. 일본 업체들은 1~2%, 유럽 업체들은 3~4%로 전망돼 적어도 경영 실적 측면에서는 현대차가 돋보일 것이 분명하다.주가 상승의 가장 큰 원동력인 이익 전망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주가는 매우 저조하다. 지난 1월 14일 코스피지수는 2008년 고점 대비 37.8% 하락했지만 현대차는 47.5%나 하락했다. 현대차의 탄탄한 이익이나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의 입지 강화 가능성보다는 자동차 시장의 침체와 미국 빅3의 부도 가능성 등 산업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산업에 대한 우려보다 세계경기 침체를 잘 견딜 수 있는 조건을 지닌 업체로서 현대차가 부각될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차는 신용 위기와 소비 위축에 취약성이 크게 노출되는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과 대형 고급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차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6배로 2000년 왕자의 난, 2003년 카드 버블 시기를 제외한다면 2000년 이후 가장 낮아 주가의 추가 하락 여지는 크지 않다.현대차 역시 판매 감소로 가동률 하락이 뚜렷하게 나타남에 따라 마케팅 확대를 통해 재고를 줄이고 가동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2009년 1분기 이후에는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로 판매는 감소하고 있지만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은 확실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다.안수웅·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ahn1103@ligstoc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