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천재 예술가의 초상을 담은 영화는 적지 않다. 음악가를 소재로 한 영화 역시 그렇다. 최근만 하더라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그린 ‘라비앙 로즈’, 청각을 잃어가는 베토벤과 그가 사랑한 여인 이야기 ‘카핑 베토벤’ 등이 떠오른다. 재능의 경이로움, 그로부터 얻은 고통과 상실 및 치명적인 사랑 따위를 버무리면 대개 강렬한 드라마 한 편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사계’로 유명한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의 이름을 내세운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작곡가이자 바이올린 연주가인 안토니오 비발디(스테파노 디오니시 분). 여자 고아원 피에타 음악학교의 교사인 그는 약한 기질을 타고난 때문에 미사에조차 제대로 참여할 수 없지만 음악을 향한, 특히 당대 상류층에서 크게 유행한 오페라를 향한 열정만은 대단하다. 그러나 끊임없이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려는 그를 베니스 교구는 탐탁하지 않게 여긴다. 교회의 위신을 끌어내리는 행위로 여긴 것이다. 비열한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비발디는 유럽 각국의 도움을 받아 여러 차례 오페라를 성공으로 이끌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유자이자 일생일대의 뮤즈 안나(아네트 슈라이버 분)를 만난다.베니스 교구의 끈질긴 반대나 죽기 직전의 좌절을 제외하면 비발디의 삶은, 예컨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그것과 같이 비극적이지 않다. 교구에 얽매인 월급쟁이였던 까닭에 후원금을 지원받느라 전전긍긍하긴 했어도 그건 한편으로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발디의 장례식에 소년이었던 하이든이 합창 단원으로 참석했다는 에피소드 역시 모차르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그것에 비하면 감흥이 덜하다.심지어 주변 인물들이 이후 행적을 직접 구술하는, 마치 역사 다큐멘터리적인 구성도 군데군데 차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장 루이 길예르모 감독의 이 영화는 비발디의 명곡을 서사적인 순서에 따라 소개하는 지나치게 단출한 범작에 그치고 말았다. ‘파리넬리’ ‘글루미 썬데이’ 등의 스테파노 디오니시가 음악가 전문 배우(?)답게 비발디로 출연했다.감독: 장 루이 길예르모 / 주연: 스테파노 디오니시, 아네트 슈라이버 / 분량: 93분 / 개봉: 1월 8일 / 등급: 12세 관람가‘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 등의 전작들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선보인 미셸 공드리 감독이 잭 블랙과 만났다. 전력발전소에서 감전 사고를 겪은 제리(잭 블랙 분). 우연한 기회에 친구인 마이크(모스 데프 분)가 일하는 비디오 가게에 들렀는데 아뿔싸, 그의 몸에 남은 자력이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모두 지워버린다. 난처한 지경에 처한 이들 콤비는 주인에게 이 사실을 감추느라 고객이 요구하는 영화를 촬영부터 시작해 직접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차세대 비밀 병기 제이슨 스타뎀의 또 다른 ‘배달’ 미션이다. ‘트랜스포터’란 그 물건이 무엇이든 완벽하게 목적지에 운반하는 이를 일컫는 말. 불법 환경 사업가 존슨(로버트 네퍼 분)에게 납치당한 전문 트랜스포터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타뎀 분)은 차에서 10m 이상만 떨어지면 폭발하고 마는 시한폭탄을 손목에 장착한 채 정체불명의 한 여인과 동행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자동차와 스피드가 중요한 영화답게 위험천만한 카레이싱을 보여준다.‘블러드 다이아몬드’ ‘라스트 사무라이’ ‘가을의 전설’ 등 시대극을 즐겨 그린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신작. 이번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외압에 적극적으로 항거(디파이언스)하는 영웅이 주인공이다. 독일군에게 가족을 잃은 투비야(다니엘 크레이그 분)는 형제들을 데리고 숲으로 피신한다. 은신처가 드러날 것을 염려하는 동생 주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숲으로 도망친 유대인들을 받아들이고 수천 명의 피란민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벌인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