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훈 황북기 부부 과학자
한양대의 최정훈 황북기 교수는 부부 과학자다. 과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과학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앞장서 행동하기에, 사람들은 이들 부부를 ‘과학 전도사’라고 부른다.과학이 재미있어 과학에 살고 과학이 즐거워 과학자를 키워내는 이들 부부가 사는 법을 잠깐 들여다봤다.최정훈(오른쪽) 1956년생. 한양대 화학과 졸업. KAIST 화학과 광화학 이학박사. KBS ‘스펀지’ ‘신나라 과학나라’ SBS ‘유쾌한 두뇌검색’ 자문 및 출연.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장(현). 한양대 과학교육연구센터장(현). 한양대 화학과 교수(현). 2007년 과학기술부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상’ 수상.황북기 1961년생. 이화여대 화학과 졸업. 이화여대 물리화학 박사. KBS ‘스펀지’ 및 각종 TV, 라디오 프로그램 자문 및 출연, 현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연구교수(현). 한국과학문화재단 선정 2008년 8월 ‘이달의 과학문화인상’ 수상.최정훈 교수와 황북기 교수에게는 연말연시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다. 방학이라고는 하지만 과학 실험 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에 각종 보고서까지, 할 일이 많아 늘 학교에 나와 있어야 한다. 게다가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과학 강연극까지 공연하느라 분주하기 짝이 없다. 부부의 일터이기도 한 한양대 청소년과학진흥센터를 찾아갔을 때는 크리스마스 공연을 마친 직후였다. 최 교수가 센터장으로, 황 교수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한양대 청소년과학진흥센터는 이들 부부의 과학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실려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학생들과 함께 한창 토론에 빠져 있었다.“지금까지 쭉 무료로 공연을 진행하다가 2008년 처음으로 이웃돕기 기금용으로 입장료 2000원을 받았거든요. 그 수익금을 어떻게 해야 좋은 곳에 쓸 수 있을까 의논 중이었어요.”(최정훈) 이들 부부가 크리스마스 공연을 시작한 건 지난 2002년 한양대 청소년과학진흥센터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크리스마스에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살려 좋은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바로 ‘과학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과학쇼’였다.“처음에는 쇼 형태로 진행하다 차츰 과학 강연극으로 내용을 바꿨어요. 단순히 쇼만 보여주기보다는 이야기가 있고 등장인물을 통해 과학 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지요.”(황북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다리 다친 제비 대신 다리 다친 루돌프 사슴이 등장하고 흥부가 루돌프의 다리에 나뭇가지를 대 주면 산타가 나타나 붕대를 감아준 뒤 깁스의 원리를 설명해 준다. 흥부에게 선행의 대가로 박씨를 선물하는 것도 산타의 몫이고, 흥부의 박에서 각종 전자제품이 나올 때마다 제품에 적용된 과학 원리를 설명하는 것도 산타의 몫이다. 산타 역할은 물론 최 교수가 직접 맡았다.“제 덩치가 산타 역할에 딱이잖아요?(웃음) 과학 강연극을 하기 전에도 자원 봉사로 산타클로스 역할을 많이 했었지요. 그래서 산타 복장이 이젠 제 옷인 양 자연스러워요.”(최정훈)“누구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과학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니만큼 최 교수가 적역이다 싶었어요. 그래서 과학 강연극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줄곧 배우로 무대에 세웠죠.(웃음)”(황북기) ‘오즈의 마법사’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알라딘과 요술램프’ 등의 동화에 다양한 과학 원리와 과학 실험을 접목한 시나리오를 쓴 것도 바로 황 교수였다. 남편을 잘 알기에 맞춤형 시나리오가 가능했고 아내를 잘 알기에 최고의 연기가 빚어질 수 있었다.그래서 이들 부부의 환상 호흡이 녹아있는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극은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이들의 호평 속에 매진 사례를 기록해 왔다. 처음으로 유료 입장을 실시한 2008년에도 마찬가지다.“처음으로 입장료를 받은 만큼 좋은 일에 쓰고 싶어요.”(최정훈) “그래서 지금 궁리 중인데 아직 과학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낙도나 두메산골, 보육원에 가서 이동과학교실을 열면 어떨까 해요.”(황북기)‘이동과학교실’은 최 교수가 센터장으로, 황 교수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한양대 청소년과학진흥센터가 실시하는 현장 교육 행사다. 과학 실험 장비를 갖춘 트레일러인 ‘이동과학차’를 타고 신청한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기한 과학 기재와 재미있고 환상적인 실습 및 과학 쇼로 과학 수업을 진행하는 ‘이동과학교실’은 생동감 넘치는 과학 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다.“이동과학교실을 운영한 것도 2002년부터예요. 과학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원리만 알면 과학만큼 쉽고 재미있는 것도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 시작했지요.”(최정훈, 황북기)“처음에는 1대로 시작한 이동과학차가 후원을 맡은 LG의 도움으로 8톤 트레일러에서부터 9.5톤 트레일러까지 총 4대로 늘었어요. 트레일러 지붕을 내리면 무대가 되죠, 대형 그늘막을 만드는 에어돔도 있어 수백 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앉을 수도 있어요. 그뿐인가요? 오랜 시간의 공연도 가능하도록 자가 발전 기능도 갖췄고 과학 이동 행상에 필요한 급수 및 오·폐수 처리 시설도 보유하고 있는 완전 만능 버스예요.(웃음)”(최정훈)이동과학차를 자랑하는 최 교수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장소와 날씨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이동과학교실을 가능하게 하는 이동과학차야말로 지금 현재 이들 부부 과학자에게는 과학 대중화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있는 가장 소중한 장비이기 때문이다.“이동과학교실에서는 재미있는 과학 쇼와 강연극, 각종 모형 및 실험 장비를 통한 실험과 체험 등으로 현장감 넘치는 과학 공부를 시키죠. 그래서 이동과학교실을 체험한 아이들 중에는 장래 희망이 과학자인 아이도 많아요.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죠.”(황북기)이 때문에 생동감 넘치는 과학의 재미를 일깨워 주는 ‘이동과학교실’을 신청하는 학교가 꽤 많다. 1년이면 무려 1300여 학교가 저마다 자기네 학교에 와서 이동과학교실을 운영해 달라고 요청해 온다. 하지만 그중 90여 학교만이 ‘이동과학교실’의 혜택을 받는다.“과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높아요. 특히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이런 과학 교육에 목말라하고 있어요. 실제로 교사 연수를 했는데 우리 과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100%로 나온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정부 지원이 없으면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소용이 없죠.”(최정훈)“과학 대중화, 정말 중요하고 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죠. 하지만 그저 이론만 가지고 과학 교육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과학 원리가 어떻게 첨단과학으로 연결되는지 보여주려면 기자재가 필요하고 프로그램을 보급하려면 그 역시 돈이 필요해요. 이건 어느 한 학교나 기업이 나서서 되는 일은 아니죠. 국가적인 차원에서 과학 교육에 대한 정책적인 뒷받침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황북기)이들 부부는 말한다. 과학 교육은 국가의 성장 원동력이자 우리 자녀들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그러니 누구라도 앞장서 과학의 즐거움을 전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이들 부부의 꿈은 체계적인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진짜 재미있는” 과학관을 운영하는 것이다. “단순히 몇 가지 실험 도구만 보여주고 몇 가지 실습 체험만 시켜 주고 과학의 원리를 알려주는 과학관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과학의 즐거움에 눈뜰 수 있는 과학관이 꿈이에요.”(황북기) “실제로 미국에서는 과학관이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그런 것처럼 어른들에게는 낭만과 신비함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과학에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학관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황북기)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