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자 이강산
좋은 사주를 타고났으면 보다 자신 있게, 그리 좋지 못한 사주를 타고났으면 분수에 맞게. 이강산 가보원 원장은 운명의 힘에 역행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역학에 밝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의 운명이 가장 정확하게 나타난다’고 평가받는 동양 학문인 ‘하락이수’의 권위자 이강산 원장을 만났다.대부분의 역학자나 역술인들이 그렇듯이 이강산 가보원 원장 역시 어떤 ‘힘’에 의해 이 길에 들어섰다. 이 원장은 충청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 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고 퇴사 전엔 수천만 원을 투자해 수억 원대의 재산을 벌어 본 적도 있다. 그 무엇도 거칠게 없던 시절이었다.“하지만 평소 존경하는 기업인이었던 외삼촌의 실패를 바라보며, 또 외삼촌의 재기와 제 성공을 위해 투자했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보며 운명의 힘을 너무 뼈저리게 느끼게 됐어요.”그는 직장 시절부터 역술에 관심이 있어 사주의 기초를 독학으로 공부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 실패 후 10여 년간을 전국의 역술원들을 찾아 떠돌기 시작했다. 백 권의 책보다는 한 명의 스승이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이 원장은 역술의 명인 최봉수 선생, 박래옥 선생, 홍몽선 선생, 조성우 선생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역술인들에게서 다양한 술법과 비전을 전수받았다.1994년은 현재 그의 ‘학문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하락이수’를 서정기 선생으로부터 전수받은 해다. 하락이수는 송(宋)을 세운 조광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대역학자 진희이가 쓴 내용에 소강절이 주석을 달아놓은 역법이다. 주역을 완전히 운명학 쪽으로 돌려놓은 학문으로 인간의 운명이 가장 정확하게 나타나 있다고 알려져 있다.“하락이수는 모든 사람의 품성과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운명에 따라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맞춰 살아가는 것이 좀 더 행복하고 무난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물론 그의 말이 지나친 ‘운명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은 한 가지 예를 들며 자신의 믿음을 이야기했다. “사주가 태어난 연·월·일·시라는 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운명의 차이가 생길까 궁금하죠. 제가 산부인과를 직접 돌면서 조사해 본 결과 정말 좋은 날 좋은 시간에, 나쁜 날 나쁜 시간에 태어난 아이는 하나도 없었어요. 산부인과 의사들이 그러더군요. 꼭 병원이 바쁠 때만 바쁘다고요. 대다수가 ‘중산층’의 운명을 타고 비슷한 날 비슷한 시간에 태어난다는 얘깁니다.”이강산 원장의 화법은 독특하다. 모호하게 말꼬리를 흐리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 아니오”의 짧은 대답을 하지도 않는다. 즉, 많은 역술인들이 모호하게 답하거나 이리저리 돌려 말하면서 ‘눈치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과는 달리 “앞으로 어찌어찌해서 어찌 된다. 그러니 잘 알고 있으라”는 식으로 명쾌하게 말한다.이런 화법은 여러 선생을 만나며 배운 공부에 대한 자신감에서 우러나온다. 즉, 사주풀이와 함께 하락이수를 통해 운명에 대한 눈을 떴고 양반 가문에서 체득한 한학은 물론 관심이 있는 역사학을 통해 두 학문의 현대적 해석도 덧붙이고 있다. 또 모든 인간이 우주와 연계돼 있음을 공부하는 상학에도 일가견에 있다. 그 결과 여러 학문이 시너지를 내며 적중률을 올리는 것이다. “정말 아마추어로 남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하락이수를 통해 제 운명을 보니 나오더군요. 큰 성공과 실패 후 굴속에서 수많은 귀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말이죠. 운명을 받아들여야죠.”사실 그가 세상사에 대한 상담역을 자처하기 시작한 건 얼마 전이다. 2~3년 전까지도 ‘순수 아마추어’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이름은 10여 년 전부터 정·재계를 떠돌았다. 그의 놀라운 적중률 때문이다. 몇 몇 대선 후보들도 그에게 상담을 받았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인들도 그를 자주 찾아온다. 하락이수 입문 당시인 15년 전에도 이미 그의 해석에 높은 점수를 준 한 방송국 기자가 자신의 책 ‘역술의 명인을 찾아서’에 명인 중 하나로 소개한 바 있기도 하다.실제로 한 일간지 기자의 소개로 인연이 된 모 기업 회장은 그의 조언으로 최근 2~3년 사이 골프장과 기업체를 6~7개를 인수해 기업의 규모를 업그레이드한 것에 대해 지금도 고마워하고 있다고 한다. 또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C씨의 경우 지금은 필리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고 있는데 상담 내용을 전혀 믿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전 그는 이 원장이 기록해 준 간명지를 들고 와 그때의 내용이 어떻게 지금 꼭 맞아떨어지느냐며 감사와 놀라움을 보였다고 했다.“좋은 운명을 가지고 있는데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그렇다면 이 원장이 본 2009년 한국의 운세는 어떨까. “기축년(己丑年)은 땅의 기운이 강한 해입니다. 이 때문에 별다른 성과보다는 소처럼 열심히 땅을 갈아야 한다는 얘기죠.”이 원장은 2009년 한 해는 모든 이에게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니 열심히 자신의 일터에서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또 국민이 화합하기 어려운 해라고 했다. 우울한 소식이다.하지만 이 원장은 희망도 내비쳤다. 먼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 사업이 역학적으로 한반도의 기운에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땅의 기운이 강하니 만큼 땅을 정비하는 일은 훌륭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만 건설업은 땅을 정비한다기보다 땅 위로 무엇인가를 올리는 일이니 건설업 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좀 더 훗날의 일이라고 내다봤다.또 축(丑)자는 ‘흐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했다. 즉, 기업으로 따지면 유통 기업이나 금융업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들 두 업종이 잘한다면 2010년에는 우리 경제가 ‘확’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박정희 대통령, 정주영 회장 등은 경신일주(庚身日主)의 운명을 타고났어요. 황량한 땅에 우뚝 솟은 쇠를 뜻하죠. 즉, 무에서 유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축일주(辛丑日柱)의 운명이에요. 이보다는 작은 쇠를 뜻하는데 이 운명은 부지런해서 여러 사람이 벌려 놓은 일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운명이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좋은 운명입니다. 또 김윤옥 여사의 운이 이 대통령의 운을 더 상승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부인을 잘 뒀어요.”이 원장은 2009년보다는 2010년을 기대하라고 했다. 경인년(庚寅年)은 서양의 기운인 경(庚)과 동양의 기운인 인(寅)이 만나 화합을 하는 한 해라고 설명했다. 즉, 그간 서양에 기울어져 있던 세계의 무게추가 동양 쪽으로 기울며 균형을 찾는다는 것이다.“땅을 갈아 씨를 뿌리면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나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2009년 한 해 열심히 밭을 갈고 씨를 뿌리세요. 세상의 기운이 그리 하라 합니다.”(031)781-3688모위무실 생애담백·모위수의 가업흥왕.이강산 원장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운세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