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CEO 릴레이 인터뷰② -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

“처음 뵙겠습니다.” 첫인사를 건네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은 어딘지 모르게 지쳐보였다. 목소리도 살짝 잠겨 있었다.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넘치는 기운을 학생들에게 전한다는 전설적 학원 강사 ‘손사탐’도 1년 중 가장 바쁜 입시철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은듯 보였다. 손 사장은 인터뷰가 있기 전 1주일 동안 3일 밤을 새웠고 12번의 강연회를 마쳤다고 했다. 이미 직원들은 녹다운된 상태였다.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스스로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점점 살아났고 눈빛은 맑아졌다. 얼굴빛은 밝아졌고 입가엔 웃음이 돌기 시작했다. 또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전달하는 솔직한 그의 생각은 듣는 이를 몰입하게 했다.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2008 올해의 CEO 성장기업부문 대상’을 수상한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을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만났다.제공하는 콘텐츠들이 고객, 즉 학생들의 니즈에 정확히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메가스터디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정직한 기업’이 되기 위해 임직원과 강사들이 노력해 왔다는 데서 다른 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 사업은 트렌드에 의해 ‘반짝’ 올라올 수는 있지만 오래 지속되기는 힘든 사업입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힘을 쏟았고, 그 결과가 메가스터디의 브랜드 파워로 이어졌다고 봅니다.목표치를 약간 밑돌거나 딱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10억 원 수준에 불과한 미미한 정도입니다. 그간 항상 목표치를 초과했습니다만 2008년엔 사업의 문제라기보다 예상치가 잘못됐던 것과 사업 구조가 달라지면서 회계상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2월에 200명 규모의 기숙학원을 오픈해 직영 오프라인 학원을 7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향후 1년에 1~2개씩 2~3년간 확장할 계획입니다. 2008년 말 진출한 출판 분야에서는 2009년 1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의·치의학전문대학원과 로스쿨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수직·수평계열화가 완성돼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2010년까지 약학전문대학원(PEET)이 도입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준비도 진행 중입니다.그 말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009년부터는 교육에 대한 지출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그러나 이 경우 오히려 메가스터디에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먼저 메가스터디는 다른 사교육 기업에 비해 수강료가 저렴합니다. 또 소비자들은 불황일수록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업계 1위인 메가스터디를 찾는 학생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번 겨울방학 강좌들의 수강생 수가 적게는 30~40%, 많게는 50~60%까지 늘었습니다. 그 결과 2009년은 2008년 대비 20% 정 도의 매출 신장이 예상됩니다.각 사안에 대한 케이스스터디 중심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딱히 그런 곳은 없습니다. 그보다는 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사업의 가능성이나 돈보다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화두에서 기업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작은 학원을 운영할 때 제가 벌어들이는 돈이 연간 6억 원 정도였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수입이었죠. 그런데 두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내 일이 사회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고민이었습니다. 강남의 일부 잘살지만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려 좋은 대학에 보내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누군가는 밀려나게 마련입니다. 이처럼 사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 구성원 간의 서열화를 심화한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저는 그 역할을 하고 있었죠. 둘째는 50대 중반 이후를 예상해 보니 돈 빼고는 내 인생에 남는 게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1997년 1월 1일 아침에 답을 내렸습니다. ‘깨끗한 장사꾼’이 되자고 말입니다. 이런 제 소신을 지키기 위해 기업을 일으켰고 지금에 왔습니다. 또 그 사이 ‘거침없이 살자’는 제 삶의 방식을 지켜왔다고 자부합니다.떳떳합니다. 당시엔 부채 의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교육에 어떤 차선책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시골에 있는 학생이라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면 메가스터디에서 1년에 10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국내 최고의 강사진에게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메가스터디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지역과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많이 줄였습니다.다른 기업에 비해 경제적 조건과 처우를 높게 해 준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학원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메가스터디가 문을 연 그날부터 강사료를 비롯한 회계과정상의 어떤 눈속임도 없었다고 자부합니다. 또 제가 오랜 동안 강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강사 특유의 가치 체계나 생활 리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이해나 배려의 폭이 더 넓다고 봅니다. 사실 메가스터디의 인재에 대한 고민은 ‘확보’보다는 ‘활용’에 있습니다. 또 워낙 뛰어난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인재들 간에 생기는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늘었습니다. 2009년에는 인재 관리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시작될 것입니다.거만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는 후발 주자들의 역량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어떤 사업이든 좋은 발상이나 모델로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현장 경험’이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메가스터디 안에서도 감탄할 만한 새 사업 모델과 발상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18년간의 현장 경험을 통한 어떤 ‘감’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합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 ‘감’이 왔던 사업은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만, 상황에 의해 등 떼밀려 시작한 사업은 거의 모두 실패했습니다.또 사업을 추진하는 주역들인 ‘키맨’도 우리 회사에 비해 역부족으로 느껴집니다. 메가스터디는 신사업 진출 시 기존 사업의 핵심 인력이 투입됩니다. 외부 인력이 신사업을 이끌면 메가스터디의 기업 문화에 적응하기까지의 시간 동안 성공 확률은 점점 낮아집니다. 몇몇 기업들을 보면 이들 키맨이 부실해 보입니다.물론 안도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임직원과 강사의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먼저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와 손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쾌감을 얻게 되고 점점 여기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또 앞으로는 입시보다 대학생활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실력에 맞는 학교와 학과에 가서 전문대학원을 노리는 게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겁니다.1961년 경남 창원 출생. 79년 부산 동성고 졸업. 87년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90년 경인학원 설립. 95년 진리와 자유 설립. 2000년 메가스터디 대표이사(현). 2006년 한국 재무혁신 기업대상 수상. 2007년 코스닥 상장 법인 협의회 이사.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대담=김상헌 취재편집부장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