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창업 성공기 - 김미숙 ‘서유기’ 서울 장위점 사장

경기 불황 여파가 창업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특히 특급 상권이 아닌 입지에 있는 작은 점포들은 연말연시 대목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연말 연시의 가장 큰 소비 주체인 20~30대 젊은층이 유흥업소가 밀집한 중심가로 몰리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스포츠&맥주 전문점 ‘서유기(www.suyouki.co.kr)’를 운영하고 있는 김미숙(46)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홍보에 열중하고 방문하는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김 사장의 전직은 학습지 교사다. 두 딸을 키우며 가사에 보탬이 되고 자녀 교육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택한 직업이었다. 5년여 정도 활동하던 그는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주점 사장으로 변신했다.“경기가 어려워지니 사회로 나가 경제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주부가 많이 늘고 있어요. 그런데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늘 한정돼 있죠. 그렇다고 한정된 범위에 얽매여 있을 수만 없잖아요? 제가 찾은 대안은 창업이었어요. 물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죠.”김 사장은 자신과 같은 40대 주부가 탄탄한 회사에 취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습지 교사나 방문 판매 등 몇몇 업종만이 진입이 허락되는 분야다. 그러나 몸은 힘들고 큰 수입이 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가족들도 그의 결심을 반대하지 않았다. 대학생, 중학생인 두 딸은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창업비용은 남편의 퇴직금 중간 정산을 통해 마련했다. 남편이 오랫동안 한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온 가족이 김 사장의 창업을 응원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운 셈이다.업종을 고를 때 그는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주류 전문점을 염두에 뒀다. 초보자가 창업하기에 프랜차이즈가 가장 안전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프랜차이즈는 사업 특성상 경영의 많은 요소를 가맹 본사가 담당하기 때문에 초보 창업자에게 비교적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업종 역시 주류 전문점을 처음부터 찍어 두고 여러 브랜드를 살펴봤다. 주류 전문점은 다른 외식업에 비해 안주나 요리를 만드는 것이 덜 복잡하고 소비층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통 초보 창업자들이 업종 선택 등에서 난관을 겪는 것과 달리 김 사장은 평소 생각을 바탕으로 일사천리로 의사 결정을 한 것이다.수많은 주류 전문점 브랜드 중에서도 ‘서유기’를 선택한 것은 독특한 인테리어와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매장 내에 스포츠 경기 관람용 대형 스크린과 대형 TV를 설치하고 실제 경기가 있을 때마다 각종 응원 도구를 이용해 현장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응원전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또한 전자 다트, 닌텐도 위(wii) 올림픽 게임기, 농구 골대 등 최신 게임기와 시설을 갖춰 매장을 찾은 손님들끼리 승부를 겨루고 경품을 주는 스포츠 관련 현장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김 사장은 매장을 오픈하면서 본사가 제공한 인테리어 외 상당량의 소품을 자비로 구입했다. 스포츠 관람을 위한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인테리어를 기반으로 하면서 여성 고객을 위한 즐길거리나 인테리어까지도 가미한 것이다. 두 딸과 스스로의 취향을 바탕으로 해 여성 고객을 위해 감성을 담은 소품을 추가로 배치했다.김 사장의 매장 운영 전략은 고객이 부르기 전에 알아서 챙겨주자는 것이다.“매장을 운영하면서 고객의 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고객이 뭐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그것을 요청하기 전에 서비스하는 것이죠.”그는 수시로 매장을 둘러보며 고객 테이블을 살핀다. 부족한 게 있는지, 더 보충할 것은 없는지 직접 살피는 것이다. 아르바이트하는 종업원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지 않는 스타일이다.주문을 받을 때도 가급적 직접 하려고 노력한다. 방문한 고객의 연령대 등을 살펴 잘 맞는 메뉴를 추천해주기 위해서다.“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요리가 다릅니다. 처음 방문하는 고객이 입맛에 맞지 않는 메뉴를 선택할 경우 우리 매장에 대한 첫인상이 잘못될 수도 있어요. 가격이 비싼 메뉴나 재료가 남아 있는 메뉴보다는 그날그날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어요.”주방에서 요리가 나갈 때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직접 맛과 양을 체크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주점도 요리를 중요시하는 트렌드인 만큼 맛과 신선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주인과 종업원의 역할 구분 없이 전 방위로 뛰는 게 김 사장의 ‘장기’다.또 다른 마케팅 비법은 고객 카드 제도에 있다. 본사 차원에서 일괄 실시하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장위점에서만 실시하는 고객 서비스 장치다. 방문할 때마다 고객 카드에 표시를 해 6번을 채울 경우 1만 원에 해당하는 메뉴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후한 인심을 보여주고 서비스 만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만든 제도인 만큼, 운영에도 여유를 두고 있다. 굳이 6번 방문이 아니라, 두세 번 방문한 고객에게도 공짜 메뉴를 아낌없이 제공, 단골 고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매장의 위치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어 뜨내기 고객이 거의 없답니다.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죠. 이들에게 입소문을 내고 단골로 만들려면 원리원칙을 따져서는 안 됩니다. 서비스 정신이 중요하지요.”김 사장은 최근 들어 경기 불황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연말연시에 20대의 젊은층을 번화가 상권으로 빼앗기면서 매출이 하향 추세다. 그러나 그는 경기 탓만 하고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이런 때일수록 홍보가 중요해요. 많이 알려야 많은 사람이 찾지요. 전단지를 돌리고 상가 슈퍼마켓과 연계한 광고를 내는 등 매장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어요.”김 사장은 오늘도 경기 불황을 기회로 만든다는 역발상으로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이상헌·창업경영연구소장 icanbi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