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 업종 투자전략
유틸리티 업종은 지난 9월 시작된 급락장에서 한전과 가스공사가 각각 4%, 마이너스 11.3%의 수익률을 기록, 지수(마이너스 20.8%) 대비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다. 전통적인 경기 방어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셈이었다. 전체 시장의 향방이 아직 불투명하지만 본격적인 반등장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유틸리티 업종에 대해선 당분간 긍정적인 관점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유틸리티 업종 톱 픽으로는 한국전력(한전)을 제시한다. △주가순자산배율(PBR) 0.5배 수준으로 가스공사는 물론 국내 대형 가치주 대비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점 △2009년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요금 체계의 불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원가 연동제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 투자 포인트다.2008년 한전은 마이너스 1조6000억 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 사상 첫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에도 환율과 LNG 가격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7%, 58% 상승하면서 이익 악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유가 하락에 힘입어 2009년에는 실적의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배럴당 45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국제 유가는 전 세계적인 수요 둔화로 2009년에 약세 흐름이 예상된다. 평균적으로는 2008년 배럴당 100달러에서 2009년에는 배럴당 64달러로 큰 폭의 가격 하락이 기대된다. 평균 원·달러 환율이 현재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2008년 1100원에서 2009년 1216원 수준의 움직임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추가적인 요금 인상 없이도 실적 개선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물론 원·달러 환율이 아직 불안하다는 점에서 변수는 남아 있다. 만약 2009년의 평균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다면 적자가 지속될 것이고 1430원 이상으로 오르면 한전의 실적은 2008년 대비 비슷하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현시점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2008년 4분기를 정점으로 차차 안정세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여전히 내년 실적 개선을 훼손할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한전의 영원한 화두인 규제 리스크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실적 개선과 함께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한전이 이미 밝혔듯 내부적으로 원가 연동제의 시행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보다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역시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 유도를 위해 요금 체계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안)’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공식화된 바 있다.지금까지의 전기 요금 제도 역시 이론적으로는 원가 연동제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요금 조정은 그때마다의 물가 동향과 여론에 좌우되면서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전이 준비하고 있는 원가 연동제는 ‘요금 산정의 기준과 시점’을 명시화함으로써 요금 조정의 예측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며 안정적인 기업 운영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가스공사는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안정적인 이익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008년 영업이익이 7230억 원(전년 대비 14.2% 성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09년에도 8220억 원(전년 대비 13.6% 성장)의 실적이 기대된다. 2009년 실적 성장을 예상하는 것은 적정 영업이익 산정의 핵심 변수인 요금기저와 투자 보수율이 모두 상승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스공사의 영업투하자본을 의미하는 요금기저는 지속적인 설비 투자로 2008년 10조7000억 원에서 2009년에는 10조9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익률 개념의 적정 투자 보수율도 2008년 7.86%에서 2009년 8.5%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가스공사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안정적인 요금 결정 구조에 있다. 한전과 달리 가스공사는 이미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원가 연동제를 도입해 천연가스 수입 가격에 따라 발전용은 매달, 가정용은 두 달에 한 번 요금을 조정해 오고 있다. 천연가스 수입 가격에 일정 부분의 마진(연간 고정)을 붙여 판매하기 때문에 도입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적정 수준의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물가 안정을 위해 2008년에는 가정용 가스요금을 인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손익계산서상에서 이익 감소는 없으며 요금 인상 실패에 따른 이익 감소분은 미수금으로 계상돼 추후에라도 회수가 가능하다.그러나 2007~08년 최고의 주가 모멘텀이었던 자원개발탐사(E&P) 사업에 대해서는 이제 사업 4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리스크 요인들과 함께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첫째, 탐사가 성공하기까지는 대체로 지난한 시간이 소요되며 실패의 확률도 매우 높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가스공사의 경우 사업 초기 단계에서 미얀마, 수르길 사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유망 가스전을 확보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여전히 탐사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신규 매장량 확보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2009년 본격적인 시추 탐사가 이뤄지는 나이지리아 프로젝트가 현재 신규 매장량 확보 측면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성공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둘째, 2009년 착수할 미얀마, 수르길 프로젝트의 경우 신용 경색에 따른 파이낸싱 문제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 조달 금리 상승과 유가 하락으로 사업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가스공사의 E&P 프로젝트 중 가장 먼저 개발에 착수하는 사업으로 상징성이 큰 만큼 일정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당한 악재가 될 전망이다.이재원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spirit@myasset.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