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조업 부문 -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관심있는 기업은 신세계다.”2007년 워런 버핏의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찰스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이 한 말이다. 시장 지배력이 강하고 성장 전략이 뚜렷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현재 신세계의 유통점 시장점유율은 37%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119개인 점포를 2012년까지 160개로 확대하면 2위와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신세계 측은 기대하고 있다.성장성이 강하다는 것도 틀림없다. 이마트를 탄생시키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간 최근 10년 동안 매출액은 10배나 늘어났고 이익은 30배 이상 불어났다. 경기가 뚜렷한 하강 국면에 들어선 올 하반기에도 신세계는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 11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3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라며 놀라워했다.10년 전에도 그랬을까. 아니었다. 지금의 신세계는 10년 전의 그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엔 중국으로까지 영토를 넓히며 한국 유통업계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세계의 결정은 비단 신세계만의 일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화두가 될 정도로 업계의 리더로 자리 매김했다. 1999년 대표이사로 부임한 후 10년 동안 신세계를 이끌고 있는 구학서 부회장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신세계의 성장 이유에 대해 구 부회장은 “적어도 절반은 윤리 경영 덕”이라고 단언한다. 구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외치기 시작해 신세계의 가장 기본적인 경영 지침이 된 윤리 경영이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구 부회장은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은 윤리 경영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자본주의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에서 비롯됐으며 프로테스탄트 정신은 그 자체가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의 소명 의식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윤리를 지키지 못하는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고 구 부회장은 설명한다.구 부회장의 윤리 경영 의지는 취임 초기부터 매우 강력했다. 1999년 12월 신 CI를 선포하며 윤리 경영을 신세계의 경영 이념으로 내세운 뒤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기업 윤리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2001년에는 윤리 대상을 제정하고 2002년엔 윤리 경영 백서를 발간해 국내에 윤리 경영이 뿌리 내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나갔다.신세계의 윤리 경영은 그 폭이 매우 넓다. 단순히 투명 경영 차원이 아니다. 공동체가 유지되게 하는 모든 활동을 윤리의 대상으로 삼는다. 올해 신세계가 경영 테마로 정한 상생 경영도 윤리 경영의 일환이 된다. 협력사가 있어야 신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공동체 정신의 발로인 것이다.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환경 경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틈만 나면 ‘윤리’를 강조하는 구 부회장이지만 그는 과감한 승부사이기도 하다. 구 부회장은 경영과 포커는 상당히 닮았다고 말한다. 기회가 오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베팅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구 부회장의 ‘베팅’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성공한 사례는 신세계의 주력 사업을 백화점에서 유통점으로 전격적으로 전환한 일이었다. 1998년 창고형 유통점인 코스트코홀세일 3개 점포를 매각한 후 이 돈으로 외환위기로 가격이 폭락한 전국 주요 도시의 땅을 사들였다. 이 땅에 신세계는 이마트를 세웠다. 1998년 겨우 13개였던 이마트 점포는 매년 10여 개씩 늘어났다.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선택한 그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최근 들어 구 부회장은 또 다른 승부를 걸고 있다. 이마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그것이다. 현재 18개의 점포를 오픈했으며 2014년까지 100여 개로 늘려 중국 내 빅5 유통업체가 되고, 궁극적으로 1000개의 이마트를 중국에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국내 대형 마트 시장의 울타리를 넘어 중국이라는 ‘신세계’를 신세계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이마트의 실적은 매년 불어나고 있다. 2003년 430억 원이던 매출액이 2007년엔 2200억 원으로 불어났다. 2007년 10개이던 점포는 현재 18개로 불어났다.구 부회장의 목표는 단순히 외형을 불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유통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전통적인 가격 결정 모델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신 PL 전략’이 그것이다.지금까지 제품의 가격은 제조업체인 내셔널 브랜드(NB) 위주로 결정됐다. 신세계는 이를 자체 상표 브랜드(PL: Private Lavel) 상품 대 NB의 경쟁을 통한 가격 결정 구조로 전환하려고 한다. 기존 NB 제품보다 20~40% 저렴한 PL 제품 비중을 늘리면 NB들도 PL과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제품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구 부회장의 생각이다. 소비자들에게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수긍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자는 것이다.구 부회장은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군군신신 부부자자(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를 실천해 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평사원이었을 때는 평사원의 역할을 최대한 잘해 내려고 노력했고 사장이 됐을 때는 사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한 것이 쌓여 현재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는 설명이다.그러면 자신의 역할을 잘해 내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구 부회장은 ‘인문학’이라고 답한다. 미적분을 풀지 못해도 경영을 할 수 있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면 최고경영자(CEO)로서 의사결정하기 힘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도 현장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실무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기업에서 필요한 지식은 기업에서 교육하면 되는 것이고 대학은 대학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홀대받고 있는 인문학과 기초과학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세계의 인재관은 윤리적이며 겸손한 사람이다.약력: 1946년생. 70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72년 삼성전자 입사. 77년 비서실 관리팀 과장. 79년 제일모직 경리과장. 82년 삼성물산 동경지사 관리부장. 86년 삼성전자 관리부장. 88년 관리담당 이사. 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전무. 98년 경영지원실 부사장. 99년 대표이사. 2000년 대표이사 사장. 2006년 대표이사 부회장(현).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