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 왜 필요한가

요즘 세간에는 할아버지 견우와 할머니 직녀 얘기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큰며느리가 혼자만 시부모를 모실 수 없다고 해 할아버지는 수원 큰아들 집에, 할머니는 서울 목동의 작은 아들집에 살게 됐고, 두 사람은 매주 수요일 서울 변두리 만두가게에서 견우와 직녀처럼 만나야 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바로 그것이다.아들 집에 함께 사는 시어머니의 편지 얘기도 있다. 시어머니는 우연히 며느리의 가계부에서 ‘○월 ○○일 웬수 20,000원, ○월 ○○일 또 웬수 30,000원’이란 목록을 보았다.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다른 도리가 없어 근근이 지내고 있다는 편지다.이런 내용을 접하면 가슴 한쪽이 허전하고 고통스럽다. 이런 느낌은 비단 필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의학 기술의 발달과 열광적인 건강관리 덕에 100세 인생의 시대가 머지않았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을 가진 자에겐 장수가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재앙일지도 모른다.물론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다면 다행이지만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이는 희망 사항에 그칠 것 같다. 현재의 출산율을 보면 미래의 국가는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사람보다 거둔 세금을 써야 할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돈 쓸 일이 많은 현실에서 먼 미래인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노후 준비를 포기하거나 ‘나중에 준비해야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노후를 준비하는 첫 단계는 은퇴 후 적정 생활비 규모, 은퇴 기간과 함께 적합한 금융상품, 적정 수준의 저축액 및 확보해야 하는 기간 등의 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노후를 준비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 전부는 아니다. 다시 말하면 노후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확실히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그런 다음,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한다. 주택 마련이나 자녀 교육비 마련, 노후 대비는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이니 이것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나머지 욕심은 뒤로 미룰 수 있어야 한다.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을 준비 못하는 것은 불행한 것이고 안 해도 될 것을 하지 않는 것은 그저 불편할 뿐이다.① 중요하면서 급한 일: 유동자금 확보, 주택 자금 마련, 대출 상환② 중요하지만 급하지는 않은 일: 노후 대비, 자녀 교육 자금 마련③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소비성 지출, 모임, 카드 결제④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 품위 유지, 명품 구입, 충동구매중요하면서 급한 일은 누구나 우선순위에 두고 있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도 우선순위에 두고 준비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이런 마인드가 정립됐다면 다음은 실제로 노후 준비를 하면서 방해가 되는 요인들을 제거하면 된다.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누가 모르나? 지금 당장 먹고살기 빠듯한데 노후 준비할 돈이 어딨어?’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현실이 이렇다고 그저 손 놓고 있으면 자신의 노후만 비참해질 뿐이다.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의 모습이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는데도 이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몰라서 못하는 것과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그러면 빠듯한 살림살이에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해야 할까. 새 나가는 돈을 막고 효율적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재무 설계가 필요하다. 새나가는 돈만 찾아내도 노후 준비가 가능하다. 돈이 없어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노후 준비를 방해하는 주범 중 하나가 부동산에 올인하는 재테크 패턴이다. 내 집을 마련하거나 큰 평수 갈아타기로 인한 대출금 상환으로 허리가 휘는 가계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 가정을 보면 노후 준비는커녕 저축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하게 말하면 자신의 인생을 부동산과 맞바꾸는 사람들이다.어떤 이들은 집 한 채를 마련한 것으로 자신의 노후 준비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연령대가 높을수록 금융자산보다는 고정자산(부동산)의 비율이 높고,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런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부수고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여야 한다. 부동산과 더불어 노후 준비를 가로막는 주범이 자녀 교육비다.사교육비 마련하느라 학부모들은 등골이 휜다. 대치동에 사는 대기업 간부 사원의 부인이 자녀 과외비를 벌기 위해 식당 찬모일까지 하는 세상이다. 이렇게까지 하며 자녀 교육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 자식이 일류 대학을 나와 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를 통해 이루기 위한 희망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남들이 하니까 덩달아 따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교육에도 자신만의 철학이 가미돼야 한다. 재력에 맞으면서도 남다른 교육 방법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무엇보다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자녀 교육 때문에 자신의 노후 대비를 소홀히 하면 먼 미래에 자녀,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노후 대비를 못해 놓은 부모가 자녀에게 아주 큰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노후 준비를 방해하는 요인을 알아내고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섰다면 이제는 실천만 하면 된다.가장 먼저 가정의 현금흐름표와 자산현황표를 작성한다(표1, 표2). 두 번째는 현금흐름표에서 가계수지차를 발견해 이를 추가 저축액으로 확보한다. 새나가는 돈을 잡아서 노후 준비 자금으로 확보하는 과정이다.세 번째 해야 할 일은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것이다. 목적대로 구성돼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단계다(표3).목적이 없는 예·적금에 대출이 동시 존재한다면 일부라도 상환하는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저축 이자율과 대출 이자율의 실질 차이는 10~15배나 된다.그 다음엔 노후 준비를 포함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작성한다.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등 가정의 최우선 가치를 포함해 노후 준비까지도 염두에 두는 포트폴리오다.이 과정에서 보험증권 분석이 꼭 필요하다. 중복되는 보험에 대한 정리를 통해 보험료를 절감하고 보장 부분이 부족하다면 절약한 보험료로 충당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절차에 도움을 주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를 곁에 둔다면 금상첨화다.노후 준비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준비한 만큼 다른 미래를 살게 될 것이다. 적어도 비참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자신의 노후 준비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