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시대 생존법
최근 HR 서비스 회사가 일이 없어 도산했다. 그 회사는 거래처 다변화 측면에서 위험 분산(Risk Portfolio)을 하지 못한 상태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보다 더 큰 경제 상황에 직면했는데 결과는 직원 1280명을 실업 상태로 내몰았고 각종 세금도 연체된 상태다.그 회사는 주로 자동차 회사의 일부 라인을 도급 운영 중이었고 자동차 회사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아웃소싱(외주화) 인력에서부터 착수한 까닭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업종별로 어렵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풍랑이 거세고 파도가 높다. 이럴 때 기업들이 선택할 전략을 추론해 보자.불황기에 원가 절감을 모색할 수 있는 대표적 방편은 아웃소싱이다. 환율과 유가 동향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신규 투자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TV 부문에서 외주 생산을 꺼려 왔던 삼성전자는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세계 1위 TV 아웃소싱 업체인 TPV를 비롯해 퀴스다 타퉁 등에 액정표시장치(LCD) TV 생산을 맡기고 있다.지난 11월 20일 기업 설명회를 가진 LG전자의 정도현 부사장도 “아웃소싱을 확대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며 “특히 저가용 휴대전화 생산에 아웃소싱을 많이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며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포스코의 이동희 부사장은 “내년에는 철강 가격 하락 등으로 일부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요즘 해외 철강사들의 주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아예 계열사별로 별도의 M&A 전략을 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기업들은 내년 경영 여건이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선선히 받아들이고 있다. 위기 상황을 전제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자세다. 구본무 LG 회장은 최근 그룹 임원 세미나에서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가 단기간 내에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환율과 금리 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보다 철저하게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GS칼텍스는 이른바 ‘시나리오 경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거시경제 지표를 최악, 적정, 최선 등의 세 가지로 정해 놓고 최악의 경우에도 수익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전자 자동차 철강 등의 분야에서 3분기보다 4분기 실적이 더 나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 이유는 재고 부담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심화와 ‘크리스마스 특수(特需)’ 실종으로 일부 기업들의 창고가 미어터진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내년도 휴대전화 판매 목표를 올해보다 25% 이상 늘리면서 “러시아 인도 브라질 중동 시장 등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중국 전자 회사인 하이얼의 장루이민 회장은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항상 떨고 있다고 얘기한다. 또한 언제나 창업 초기의 정신 상태를 유지하며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등산과 같아서 도달할 위치가 높을수록 위험은 더욱 커진다고 말한다.어떤 사람이든 “이제 됐다, 설마”하는 순간 그에게는 내리막길이 된다는 것을 역사에서나, 주위에서 많이 본다. 기업은 경사면에 있는 공처럼 언제든지 뒤로 굴러갈 수 있는 상황이다.기업이 크게 성장한 후 한 번이라도 신중하지 않으면 모든 일이 무너지고 만다. 사람이 초심을 잃고 명예와 이익을 좇을 때 그가 내리는 정책은 변질되고 편협해진다. 그래서 경영자는 매일 노력하고 매우 신중하게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실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적자원(HR) 차원의 핵심 인재의 역할이 확대되기도 하지만 중대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약력: 쌍용그룹 비서실. 국회의원 보좌관. (주)위드스탭스 홀딩스 대표(현). HR아웃소싱 협의회 의장(현).©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