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철 미드플래닝 대표

서울 중구 장충동은 건축가 고 김수근 씨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경동교회와 자유센터 타워호텔(현재의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이 바로 그들이다. 장충동 1가 대로변에 있는 경동교회는 독특한 외관과 벽돌 위를 덮은 담쟁이덩굴, 그리고 나선형처럼 돌면서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 구조가 인상적인 곳으로 1979년 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경동교회 바로 옆에 서울석유 사옥이 있다. 이곳도 대단히 독창적인 건물이다. 1층과 2층은 주유소, 3층은 주차장, 4~7층은 사무실로 쓰이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 건물이다. 경동교회의 경사진 느낌을 연결해 리듬감을 살렸고 사무실로 쓰이는 5~7층에는 이들을 관통하는 유리 튜브가 있다. 이 튜브를 통하면 각 층 내부에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우수상)을 받은 건축물이기도 하다.이곳의 5층에 (주)미드플래닝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주변이 훤하게 보이는 유리 구조인데다 빨강 노랑 파랑 등 형형색색의 가구들이 눈에 들어온다.미드플래닝은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레스토랑 인테리어 업계에선 유명한 업체다. 매드포갈릭 씨즐러 카후나빌 칠리스 비아디나폴리 스칼렛 무화잠 딘타이펑 등 유명 외식점들이 미드플래닝의 손끝에서 탄생했다.최근 서울 목동에 개점한 세계적인 미국계 초밥 및 시푸드 체인점 토다이도 이 회사가 실내 건축을 담당했다. 토다이는 실내 면적만 약 4000㎡에 이르는 대형 레스토랑이다.윤원철(62) 미드플래닝 대표이사실에 들어서면 오디오가 눈에 띈다. 콤팩트디스크(CD)와 롱플레잉레코드(LP)판을 모두 틀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방 안에선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현악 4중주 등 우아한 실내악이 윤 대표가 즐겨듣는 곡이다. 윤 대표는 클래식을 무척 좋아한다. 초등학생 시설 ‘멋도 모르고’ 듣던 음악이 중학생 시절부터는 제법 익숙해졌고 그런 취향이 평생 이어졌다. 갖고 있는 음반이 CD 1500장과 LP판 2000장 등 모두 3500장에 이른다.실내악과 함께 트럼펫 주자인 윈튼 마샬리스나 뉴질랜드 출신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 등의 음악도 즐겨 듣는다. 그는 부인과 함께 10년 이상 탱고와 왈츠 등 댄스 스포츠에 심취해 있는 등 이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다.윤 대표는 이 같은 예술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사업 분야인 실내 건축, 그중에서도 레스토랑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그동안 100여 개 레스토랑의 설계와 공사를 맡았고 올해에도 20개 정도를 꾸몄다.실내를 단지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다. “업종 콘셉트에 맞는 멋진 인테리어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경우도 있다”고 윤 대표는 설명한다.어느 날 모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설계 의뢰가 들어왔다. 이 샌드위치점을 분석해 보니 홈메이드 타입의 제품인데 매장 인테리어는 패스트푸드점 형태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매장이 추구하는 분위기와 콘셉트가 전혀 맞지 않는 것이었다.이 샌드위치점의 기본 이미지를 ‘엄마가 만들어 주는 샌드위치’라고 정하고 이에 걸맞게 따뜻하고 푸근한 가정집 분위기를 살려 인테리어를 해줬다. “그 결과 매출이 종전보다 5배 늘었다”고 윤 대표는 설명한다. 그는 “레스토랑은 음식 맛, 서비스, 인테리어의 3박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테리어가 적어도 3분의 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 샌드위치점은 종전에 개설한 4개점을 모두 미드플래닝에 의뢰해 인테리어를 바꿨다.원래 윤 대표는 인테리어와는 관련 없는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해군 대위로 예편한 그는 당시 금성사에 입사해 수출부장과 캐나다지사장을 지내는 등 전자제품 수출과 마케팅을 주로 담당했다. 그러던 중 지인과 동업으로 1992년 대혜건축을 경영하면서 인테리어와 인연을 맺었다. 1998년에는 미드플래닝(창업 당시 사명은 미드인테리어)을 창업해 독자적으로 실내 건축 사업에 나섰다.그가 레스토랑 실내 건축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첫째, 마케팅에 대한 안목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금성사에서 익힌 마케팅 능력을 실내 건축 분야에도 도입했다. “레스토랑 인테리어 설계는 실내장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업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다시 말해 아름다운 디자인도 좋지만 그로 인해 손님들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고 만족도는 어떤지, 다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면밀히 분석해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이다.둘째, 전문 인력 양성이다. 미드플래닝의 모든 디자이너들을 자주 해외에 보내 최근 실내 건축의 흐름과 전시회에 참관하도록 하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해당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콘셉트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들 디자이너들은 벽 바닥재 천장재 조명 주방 등 인테리어 요소와 관련된 부분별로 수많은 소재와 기능을 파악하며 이들을 디자인을 통해 통일성 있게 엮어낸다. 골조만이 있는 빈 공간을 생명력이 넘치는 기능적이고 경제적이며 예술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윤 대표는 인테리어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적인 비즈니스”라고 설명한다.셋째, 고객에게 기쁨을 준다는 경영 철학이 한몫했다. 흔히 실내 건축 업체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해주기만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고객의 원하는 내용이 해당 업종의 콘셉트와 잘 맞지 않으면 더 나은 방안을 제안해 고객을 설득한다.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마케팅 영업 오퍼레이션 디자인 설비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설계를 통해 고객을 선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종합예술인 셈이다. 그로 인해 고객이 만족하는 것을 보는 게 보람이기도 하다.미드플래닝은 고품격 레스토랑에 특화해 실내 건축 설계와 공사를 하고 있으나 레스토랑의 멋진 분위기에 반해 수소문 끝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이 개인주택 사무실 등의 인테리어를 해줄 것을 요청해 오는 것이다. 또한 매드포갈릭의 라이선스 해외 체인점인 싱가포르 매장 개설 시 인테리어 설계를 맡기로 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윤 대표는 “인테리어는 미적 감각은 기본이고 편안한 동선(動線) 구성과 적절한 조명 등을 통해 매장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관련된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 경험이 축적돼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레스토랑에서 와인 판매를 늘리려면 멋진 분위기를 잡을 수 있도록 조명이 약간 어두운 게 좋다”며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이와 함께 “인테리어는 종합예술인 만큼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한다”며 “결국 인테리어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인 만큼 고객과 협력 업체와 종업원이 상생하는 회사, 이들에게 믿음을 주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다.그는 “아직까지 국내에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드물다”며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이 분야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강조한다.창업: 1998년본사: 서울 장충동 업종: 인테리어주요 프로젝트: 매드포갈릭 토다이 딘타이펑 등 실내장식약력: 1946년생. 65년 경기고 졸업. 71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76년 해군대위 예편. 78년 금성사 입사(수출 부장, 캐나다 지사장). 86년 효림기연 부사장. 92년 대혜건축 대표. 98년 미드플래닝 창업 및 대표(현).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