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순위 - 정치·사회

정치·사회 카테고리로 분류된 싱크탱크의 상위권은 대부분 정부 기관들이 차지하고 있다. 상위 10개 가운데 6곳이 정부 연구 기관이다. 민간 연구원으로는 보수 진영에 속하는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이 3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뉴 라이트 운동을 주도하며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시대정신(뉴라이트재단+자유주의연대)은 17위,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2위, 뉴라이트전국연합은 24위에 그쳤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시민 단체인 참여연대의 참여사회연구소는 6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변호사가 주도하는 진보 진영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는 14위에 머물렀다.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을 지낸 손석춘 이사장이 이끄는 진보적 성향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15위에 올랐다.정당 연구소들도 상위에 랭크됐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7위를 차지했고 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은 19위에 머물렀다. 대학 소속의 연구원으로는 서울대가 돋보였다. 8위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18위에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이름을 올렸다.1위에 오른 연구 기관은 한국교육개발원이다. 지난 1972년 설립된 이후 이 연구원은 한국 교육 정책의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교육 과정, 교육 제도, 평생·고등 교육 연구 등 시대가 요청하는 교육 수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한국 교육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최근에는 개발원이 발간하는 영문 저널 KJEP(KEDI Journal of Educational Policy)가 사회과학 논문 인용 색인(SSCI)에 등재되며 연구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국내 저널로는 10번째이며 대학이 아닌 순수 연구 기관 저널이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립 이후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교육 싱크 탱크로 군림해 왔지만 힘은 전성기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직업 기술 교육 연구와 교육과정 연구 등 개발원의 기능들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독립해 나가면서 종합적인 교육 전문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지난 8월 14대 원장으로 취임한 진동섭 원장은 정체성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다. 일선 학교에 에너지를 불어넣은 ‘에너지 공급원(Power Plant)’, 교육 개혁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아이디어 은행(Idea Bank)’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진 원장은 “교육개발원은 그동안 수행하던 기능들을 재편하고 새로운 기능을 찾아야 한다”며 “국가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교육 아젠다 개발, 국가 교육 현안에 대한 정책 대안 개발,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연구와 자료 생성”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1991년 설립된 한국행정연구원은 2위에 선정됐다. 이 연구원은 ‘기획 조정 예산 조직 인사 등 행정 연구의 총본산’으로 자임한다. 한국의 행정과 정책 연구의 산실인 동시에 그 연구 결과물은 행정의 실무에도 광범위하게 적용, 이론과 실용성을 아우르는 싱크 탱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2008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연구 과제는 크게 2가지였다. ‘자유무역협정(FTA) 환경에 대응하는 규제 체계 개선에 관한 연구’와 ‘웹 2.0 시대 정부 신뢰 제고를 위한 전자정부 추진전략 연구’가 그것이다. 규모가 작은 기관이 수행하기 어렵지만 향후 행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연구를 선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선정된 주제였다는 설명이다.한국행정연구원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보화와 탈지구화 등이 지배할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구, 설계하겠다는 포부다. 또 이론 지향적인 학계와 정책 수행을 목표로 하는 공공 조직의 중간 위치에서 양자를 매개하며 살아있는 지식을 창출하는 응용 연구의 본산으로 자리 매김한다는 방침이다.2006년 설립된 한반도선진화재단은 민간 기구로서는 가장 높은 3위에 올랐다. 뉴라이트 진영의 대표적인 싱크 탱크로 불릴 정도로 최근 들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사장이며 조순 전 부총리,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고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다.한반도선진화재단은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한 비전과 정책을 연구·개발·전파하는 비정파적 민간 싱크탱크’를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이 재단은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교육 문화 예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세미나와 심포지엄 등을 활발히 개최하며 적지 않은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다.2008년 진행된 대표적인 세미나와 심포지엄으로는 ‘이명박 정부 지역발전정책, 문제 있다’, ‘위기의 한국, 진단과 처방: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 있나’, ‘국가선진화지수 개발 발표 및 주요 국가 선진화 전략 심포지엄’, ‘대한민국 선진화 위한 바람직한 헌법 개정 심포지엄’,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 ‘보수 vs 진보 대 토론회’ 등이 있다.교육과 홍보 활동도 활발하다.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한선’, 주부 대상의 ‘여성한선’, 공무원 대상의 ‘공무원 한선’ 등을 통해 선진화 사상과 정책 등을 교육하고 있다. 6000여 명의 회원들에겐 월 2회 웹진을 발송하고 있다.한국학 연구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은 4위를 차지했다. 1978년 설립된 이 연구원의 예전 이름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다. 개발 경제 하에서 잃어가고 있는 한국의 정체성을 복원, 교육, 전파하자는 것이 설립 취지였다. 실제로 연구원은 그 어느 기관이나 단체도 할 수 없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구비문학대계’ ‘고문서집성’ 등 한국 문화와 지식 체계를 집대성하는 연구 편찬 사업을 지속해 왔다.교육을 통한 후진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979년 한국학대학원 설립 인가를 취득한 후 현재까지 800여 명의 한국학 석·박사를 배출했다. 최근에는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여 명의 학생 가운데 절반가량이 외국인 학생일 정도다. 2003년부터는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의 교과서에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찾아내 수정하는 사업이다.지난 5월 취임한 김정배 원장은 연구원이 제2의 도약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의 홀대와 함께 쇠잔해지고 있는 연구원의 위상을 끌어올려 ‘한국학의 세계화’를 이뤄나가자는 것이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