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경제 부처와 관련 기관들의 손발이 영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시장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주기는 해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전 조율되지 않은 방안을 어느 한곳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뒷수습에 문제를 겪거나 서로 정보 공유가 덜 돼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그런데 경제 부처 관료들 사이에서는 그 근본 이유를 잘못된 정부 조직 개편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공직 경험이 없는 참모들이 책상에 앉아서 현실과 동떨어진 개편안을 내놨다는 것이다. 물론 바뀐 조직에 익숙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자신들에 대해 ‘메스’를 들이댔던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그런 식으로 표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관료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경험담을 들어보면 지금의 조직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우선 옛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총리실 조정 기능 등을 합쳐 기획재정부를 출범시키면서 금융정책국을 떼어낸 것에 대한 부작용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금융 정책 기능을 떼어낸 것은 정책조정 세제 예산 금융을 한 손에 쥔 ‘공룡’이 탄생하는 것을 염려해서다. 그런데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금융 위기가 찾아올 줄 몰랐을 때다. 아무래도 위기 대응에는 여러 기능이 모여 있는 것이 효율적인데 금융을 떼어낸 것 때문에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재정부 관계자는 이런 사례를 들려줬다. 지난 10월 재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수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예산 지출을 10조 원 이상 늘리는 계획이었는데 사실 예산실 라인에서는 마땅한 사업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고민 끝에 수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금융위에서 국책은행들에 대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해 왔다. 꼭 필요한 돈이라면 예산안에 넣었으면 간단했을 텐데 이미 정부의 손을 떠난 뒤였다는 것이다.금융을 내주고 예산 기능을 가져 온 재정부 내에서도 옛 재정경제부 출신과 기획예산처 출신 사이에 아직까지 ‘화학적 융합’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원래 예산 기능을 거시정책 부서에 넘겨준 것은 부총리제 폐지 이후 재정부의 정책 조정 기능에 힘이 빠지지 않도록 도우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양측의 ‘쿵짝’이 맞지 않고 일체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각 부처와의 정책 협의 과정에서 ‘예산실 파워’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관료들의 증언이다. ‘따로 놀기’가 얼마나 심했으면 옛 재정부 소속과와 예산처 소속과 사이에 ‘일대일 자매결연 맺기’를 하고 있을 정도다.금융정책국을 금융위로 넘겨준 결과 국내 금융(금융위)과 국제금융(재정부)을 나눈 것도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원래는 금융 정책과 감독 정책을 합쳐 금융 산업을 키워내겠다는 복안이었으나 금융 위기가 밀어 닥치면서 문제점만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터지는데 부처가 갈려 있다 보니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대처가 어려워졌다는 게 양 부처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금융위를 신설하면서 과거 금감위원장이 겸임하던 금감원장을 별도로 임명한 것은 결정적인 패착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 조직과 실제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금감원 조직이 유기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움직여야 효과적인 대책이 나올 텐데, 수장이 달라지면서 지휘 계통에 혼란이 온 것이다. 그 결과 금융위는 마치 ‘안개 속에서 바늘 찾기’처럼 금융회사의 현실을 모른 채 대책을 세우게 되고 금감원은 문제가 뭔지 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권한이 없다”며 볼멘소리만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이렇듯 경제 부처에 대한 조직 개편 결과가 하나하나 문제점으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간부들의 고민이다. “경제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만이라도 재정부와 금융위의 지휘 통솔 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정도가 그나마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도다.차기현·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