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주식시장 전망

외국계 증권사들이 내년 국내 증시에 대해 보수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는 외국계 신용 평가 기관 등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에 뒤이은 것으로, 내년 경기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모건스탠리와 UBS는 코스피지수 적정치(목표치)를 각각 1100선과 1250선으로 제시, 괄목할 만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이 내년 최고치를 1300선에서 1500선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다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과거 외환위기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하반기에는 실물경기와 기업 실적이 좋아져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습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모건스탠리는 한국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코스피지수 적정 수준을 1100선으로 잡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국내 기업의 수익이 올해 25% 감소하는데 이어 내년에는 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한국 증시의 지난 20년간 평균 주가수익률(PER)을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1100선이 적정 수준이라는 분석이다.UBS는 내년 말 코스피지수를 1250선으로 제시했다. 특히 한국 증시가 6년 만에 처음으로 주가순자산배율(PBR)을 밑도는 저평가 상태로 시작될 것이라며 현재 PBR 0.9배 미만인 주가가 내년 말에는 1.1배 수준인 1250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또 맥쿼리증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출 감소와 건설사 은행 등의 부실 문제가 주가 반등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국내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7.4% 증가할 것이라던 종전 전망치는 1% 감소로 수정했다.외국계 증권사들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체 실물경기와 기업 실적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과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분석이다.모건스탠리는 “한국 정부의 부양책이 경기 둔화 장기화를 막는 데 기여할 것이며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되면서 한국 증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이후엔 희망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채를 크게 줄여 재무 상태가 양호해졌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연말로 갈수록 사정이 낙관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실적은 내년에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했다.UBS도 경기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나아져 기업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가가 실물경기를 한두 분기 정도 선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엔 저점 매수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았다.외국계 증권사들이 꼽는 내년 관심 종목은 ‘경기 방어주’다. 모건스탠리는 경기 방어주는 실적 변동성이 작은 만큼 경기 침체기에도 수익이 급격히 감소할 우려가 덜하고 재무 구조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 민감주는 원·달러 환율이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더라도 거시경제 변수가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는 KTF를 꼽았다. 목표 주가는 12월 4일 종가(2만9000원)보다 22.4% 높은 3만5500원을 제시했다. 또 맥쿼리증권은 내년 이동통신주 순이익이 4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해 은행 철강 건설 등은 20~40%대의 감소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