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살아나나
정부가 4대강 정비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한반도 대운하를 다시 추진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09년 예산안 중점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2009년 하천 정비 관련 사업 예산은 1조6750억 원으로, 이는 2008년도의 관련 예산 1조533억 원보다 6217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또 정부가 10월 2일 처음 제출했던 2009년 예산안에는 1조2250억 원이던 것이 11월 7일 수정 예산으로 바뀌면서 4500억 원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대해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여권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1번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의 ‘우회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안전과 위기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을 제외하고 대운하를 겨냥해 숨겨 놓은 것으로 의심되는 1조 원 정도를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국가 하천 정비와 관련된 예산은 매년 편성돼 있던 것이어서 대운하 추진용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하천 관련 예산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천 정비 관련 예산 증액을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짓는 것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이 대통령 측근들이 대운하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심해지자 ‘하천 정비 우선 착수’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언급해 왔기 때문이다.최근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4대강 물길 잇기 및 수계 정비사업’도 이런 의혹을 키우고 있다. 오는 2012년까지 14조 원을 투입해 하천을 정비하고 주변을 개발해 경제난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삼겠다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하천을 문화·관광의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하천을 정비하면서 주변에 에코 트레일(자전거길, 산책길, 마라톤길)을 조성하고 요트장, 캠핑장 등을 설치해 문화재와 연계한 관광 코스를 개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내용은 기존에 나온 대운하 사업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사업이 뱃길만 내지 않을 뿐 사실상 기존의 대운하 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하천변의 폐천 부지와 농경지를 활용한 습지는 민자를 유치해 레크리에이션, 하천 생태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는 방침도 정부가 대운하 추진 때 내세운 내용과 비슷하다. 4대강에는 이러한 습지가 21곳 분포해 있다.정부가 강조하는 홍수 예방을 위해서는 하천 제방의 제방고·둑마루 폭 및 단면을 확대해 필요할 때는 차수벽을 설치하고, 핵심 구간은 물이 넘쳐도 안전한 ‘슈퍼 제방’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하도 정비를 통해 홍수 소통 단면을 넓히고 주수로를 정비하는 한편 낙동강 영산강 등 하구 둑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강은 하구 둑 배수 갑문을 확장해 최고 수위를 낮출 계획이다. 다만 이번 사업 계획에는 운하 사업을 위해 필수적인 준설(강바닥을 파는 작업)과 보 등의 설치는 포함되지 않았다.정부는 이 사업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대운하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대통령의 지난 6월 대국민 발표 직후 국책 연구 기관에 발주한 대운하 연구 용역을 전면 중단하고 대운하사업준비단도 해체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천 재정비로 약 26만 개의 일자리가 생로 생길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계산이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