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남 대신증권 사장

금융업계가 분주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로 많은 금융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중한 교훈도 얻었다고 진단한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이런 와중에 대신증권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상대적으로 이번 위기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대신증권의 전략은 일각에서 ‘소심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은 ‘밤잠이 안 온다’고 초조해한다. 돌다리를 다 건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밤잠이 안 오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시장 종사자들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특히 증권사는 시장 변화에 민감해 심리적으로 압박이 심한 편입니다.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을수록 그 강도는 더욱 세게 마련이고요.우려와 달리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강풍이 불고 있는데도 잘 버티고 있어요. 지난 10년 동안 내성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사실 외환위기 때는 아무런 대비도 없었잖습니까. 리스크 관리도 안됐고 외환보유액도 바닥이어서 금융 회사의 충격이 컸습니다. 반면 지금은 내부 통제나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체력이 많이 좋아졌죠.금융 당국이 칭찬할 정도라고 해두겠습니다. 정부도 일찌감치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강조하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투자의 타이밍이 늦을 수는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수익이 아니라 안정성이라고 봅니다. 이번 위기에도 크게 물린 게 없습니다.지난해 7월 베어스턴스의 헤지 펀드 2개가 파산했을 때 관련 금융 회사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1164억 원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했는데 그때 이미 국제 금융시장은 상당히 경색된 상태였습니다. 당시 자금 조달을 도왔던 글로벌 투자은행(IB) 측이 국제 금융시장이 이 정도로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이때부터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대답하기 정말 힘든 질문이네요(웃음). 일단 이번 위기는 전 세계적 문제이기 때문에 한 국가나 지역이 개별적으로 노력해서 풀기 어렵습니다. 세계가 함께 힘을 보태야 합니다. 다행히 각국이 위기 타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절망스러운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지속적으로 공조가 이뤄지면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이렇다 할 펀더멘털 훼손은 아직 없기 때문에 외부 변수가 안정되면 빠르게 정상화될 것입니다. 이르면 연말에는 반등을 기대할 수도 있겠고 내년 2분기부터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우리 투자자들은 일부 우려와 달리 대단히 현명합니다. 과거 같으면 벌써 펀드 런이 발생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저도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환매보다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투자자는 인내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환매한다고 해도 마땅한 대체 투자처도 없는 상황이잖습니까.한국의 금융 회사들이 투자은행으로 발전하려면 해외 투자는 필수불가결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노하우도 별로 없고 외국의 IB에 비하면 규모도 영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시장에 잘못 투자하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같은 맥락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도 좋지만 서두르지 말자고 판단했죠.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 조짐을 보일 때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투자를 자제했는데 지금 보면 정말 잘한 판단이었습니다.물론입니다. 다만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듯 신중하자는 거죠. 관심은 많습니다. 이미 카자흐스탄 베트남 중국 등에 진출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투자 단계는 아닙니다. 시장조사 등 투자를 위한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잠재력이 엄청나니까요. 런던이나 뉴욕, 취리히 등 선진국에도 다 가봤지만 돈 벌 길이 별로 없더군요. 그때부터 돈을 벌려면 아직은 미발전 수준이지만 잠재력이 풍부한 곳에 가야 한다고 판단했죠.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은 기회가 많습니다. 이를 위해 정보 수집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처음부터 미국의 IB는 대신증권의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규모가 되지 않습니다. 또 인프라, 그중에서도 인적 인프라가 많이 부족합니다. 투자은행으로 성공하려면 글로벌 시장을 보는 안목과 경험이 많은 인재가 필수적인데 국내에는 이런 인재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신증권은 ‘우리 규모에 맞는 IB를 만들자’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대신증권을 포함해 국내 증권업계의 최대 수익원은 위탁 매매 수수료인데 일단 수익원부터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증시 환경이 좋지 않아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수익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올 회계연도 전체적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속 현금 배당의 기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입니다.대신증권은 이번 금융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우선 지난해 기존에 투자했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이미 모두 회수해 리스크를 차단했습니다. 신규 자금 유치도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해외 DR를 통해 대규모 신규 자금을 확보했고 시중은행과도 2000억 원 상당의 차입 계약도 마쳐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습니다. 탄탄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열어갈 것입니다.1952년생. 69년 매산고 졸업. 77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한일은행 입행. 87년 대신증권 입사. 코리아 유럽 펀드 이사. 89년 국제기획부 부장. 93년 국제금융부장. 95년 국제본부장. 96년 상품운용본부장. 98년 상무이사. 99년 대신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2005년 대신증권 사장. 2006년 대표이사 사장(현).정리=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대담=양승득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