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흑연 광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흑연 광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정부가 중국산 흑연으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2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산 흑연에 97%를 의존하는 국내 배터리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 재무부는 3일(현지 시간) 관보에 게재한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최종 규정에서 배터리의 음극재 소재인 흑연을 원산지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impracticable-to-trace) 배터리 소재로 분류했다.

흑연의 경우 천연 흑연과 합성 흑연을 혼합해 사용하고, 합성 흑연의 경우 공급망의 상류(upstream) 부문까지 원산지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특정 전기차의 보조금 지급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배터리에 사용된 흑연에 대해서는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해도 2026년 말까지 2년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 오하이오주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다만 기업들은 2년 유예 기간이 끝난 뒤에는 FEOC 규정을 어떻게 준수할지에 대한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차량당 최대 7500달러의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흑연은 배터리 음극재의 95%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속도 등을 좌우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천연흑연 수입 물량 중 중국산 비중은 97%에 달했다.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흑연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중국이 전세계 흑연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흑연 대체 시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중국산 흑연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해왔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K온 배터리 1,2공장. 사진= SK온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K온 배터리 1,2공장. 사진= SK온
배터리업계는 흑연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나서며 인조흑연, 실리콘 음극재 개발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온은 지난 2월 미국 음극재 파트너사 웨스트워터와 천연흑연 공급 계약을 맺고 2027년부터 4년간 최대 3만4000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2022년에는 호주 시라와 천연흑연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지난해 1월에는 우르빅스와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호주 기업인 노보닉스와 인조흑연 공동개발협약(JDA)을 맺고 제품 개발에 성공할 경우 10년간 5만톤 이상의 물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삼성SDI도 지난해 8월 호주 시라와 천연흑연을 공급받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SDI는 오는 7월까지 시라의 음극활물질을 자사 배터리에 탑재하는 검증을 거친 뒤 2026년부터 최대 1만톤의 천연흑연 음극활물질을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