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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광역단체장의 싸움이 음미해 볼만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먼저 불을 지폈다. “수도권 규제는 공산당도 안하는 짓이다” “대한민국은 중국 공산당보다 규제를 더 많이 한다”라고 작심하고 말하고 다닌 지 한참이다. 청와대에 대고 “배은망덕한 정부”라는 독설도 퍼부었다. 경기도와 인접한, 그러나 수도권이 아닌 충청남도의 이완구 지사가 바로 맞받아친다. “수도권 집중화는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국가 발전 전략”이라고 바로 반박했다. 이 지사는 추석 때 이런 내용으로 장문의 편지를 경기 지역 의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수도권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는 김문수 지사, 수도권을 묶고 지방 균형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완구 지사 사이의 싸움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공산당에 비교할 정도면 갈 데까지 갔다는 얘기가 되지만 논쟁은 오히려 가열될 것이다.아마 다른 도지사나 지방의 시장 군수들도 이들의 설전에 어떤 형태로든 가세할 것이다. 그만큼 수도권 규제 문제나 지방과 수도권의 균형 발전과 관련된 사안은 매우 민감하고 휘발성이 강하다. 유권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의원들도 가세할 것이다.이 싸움에서 정치적 관점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경제다. 김 지사가 다음번 대통령 출마를 염두에 뒀다거나 이 지사가 충청권의 지역 맹주를 노린 발언이라는 식의 해석은 일단 보류하자. 수도권의 규제를 풀 것이냐, 유보할 것이냐는 이 논쟁은 근본적으로 미래의 한국 경제를 살릴 차세대 성장 동력과 직결된 것이다. 여건이 비교적 잘 갖춰진 곳에 더 집중해 성과를 낼 것인가, 새로운 성장지를 찾고 지역 격차가 적은 성장을 할 것인가 하는 선택 말이다.그런 점에서 이 논쟁에서 또 하나 핵심 코드는 경쟁이다. 다만 경쟁이라는 코드는 아직 본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더 나은 미래, 경제적으로 더 부유한 지역을 만들려는 지자체 간 경쟁 시대가 어느새 본격화된 셈이다. 수도권 규제라는 관점이든, 지자체 간 경쟁이라는 분석틀에서든 이들 도백의 싸움은 결국 경제 전쟁이라는 얘기다.지역 간 경쟁, 특히 더 잘살기 위한 경쟁이 국내에선 최근의 일이지만 급속도로 심화될 것이다. 파주에 건설된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대표적 사례다. 단일 제조공장으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이 공장이 서울과 인접한 경기에 들어선 데는 경기도와 파주시의 역할이 매우 컸다. LG가 이전에 경북 구미 등지에서 오랫동안 공장을 가동했던 점을 감안하면 경북도와 구미시는 손 놓고 있다가 거대한 신규 공장 시설을 타 지역에 고스란히 빼앗긴 셈이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유화선 파주시장의 경제 마인드와 ‘영업력’이 돋보인 측면도 있다.국내에서만 지자체가 경쟁하는 시대는 물론 아니다. 서울은 상하이, 도쿄와 경쟁한다. 홍콩항은 싱가포르와 해양 물동량 확보 싸움을 벌인 지 오래다. 국제공항들은 인접 공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인천공항이 베이징의 서두우, 상하이 푸둥, 일본 간사이 공항과 요금·서비스 경쟁을 하고 있다. 보잉747 비행기가 한 대 착륙할 때마다 인천공항공사는 346만 원을 받는데 간사이공항은 688만 원, 나리타공항은 691만 원을 받는다. 상하이 푸둥공항은 408만 원, 홍콩의 첵랍콕 공항은 310만 원을 받는다. 여객 이용료는 푸둥공항이 1만2000원,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9700원선인데 인천공항은 2만8000원이다. 항공사들은 고객의 수요, 노선 유지에 드는 비용,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특정 공항에 집중할 것이다.공항이든, 지자체든 지금은 인근의 경쟁 정도로 그친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이 더 발전하면 사정은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지구촌의 큰손 손님을 놓고 지구 건너편 마카오와 카지노 영업 경쟁을 벌일 터이고, 제주도는 중국의 하이난다오를 넘어 발리나 몰디브와 ‘휴식 산업’-단순히 해외 관광 사업이 아니다-부문에서 경쟁이 머지않았다. 지구촌이 더 좁아진다면 인천 시장은 송도특구를 푸둥 경제특구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국제적 언론을 찾아가면서 상하이 시장과 경제 전쟁을 벌여야 한다. 김 지사, 이 지사와 같은 정치인들의 ‘영업권 다툼’은 자신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러한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수도권 논쟁’에 중앙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하며 어떻게 중재할까 주목된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