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발 금융시장 불안과 유가 원자재 값의 급변은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런 국내외 파고의 여파로 한국의 주가 환율 등 경제지표도 혼돈을 거듭하고 있으며 올 들어 무역수지 적자는 이미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동남아 등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들 국가들의 경제 상황은 어떤지, 그리고 이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떻게 돼가고 있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채욱(55) 원장을 만나봤다.“지난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했던 서브프라임발 금융시장 불안은 금년 3월 베어스턴스 사태가 마무리되고 6월 미연방은행의 금리 동결을 기점으로 안정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모노라인 업체의 신용 등급 하락 및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부실 증가, 지방은행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보호 신청, 메릴린치의 뱅크오브아메리카로의 피인수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모기지 업체, 대출 보증 업체, 투자은행 등 간에 다양한 종류의 파생상품이 채권 형태로 광범위하게 거래돼 그 깊이와 폭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직도 서브프라임 위기는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은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이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한 모기지 시장의 부실화→ 모기지 관련 업체 및 보증 기관의 부실 자산 증가→ 대형 은행 파생상품 가격 하락과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으나 그 파급효과가 중소형 금융 회사에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향방은 미국 주택 경기의 회복 시기와 속도에 달려있는데 주택시장 침체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금융시장의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금년 들어 중국 경제가 여러 가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7일 발표된 중국의 상반기 경제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10.4%(2007년 11.4%), 소비자물가상승률 7.9%(2007년 4.8%), 수출 증가율 21.9%(2007년 11.4%)를 기록함으로써 지난해에 비해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그러나 세계 각국이 모두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10%대의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은 크게 걱정할 만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지요. 다만 물가가 작년 하반기부터 폭등해 2007년 말 4.8%를 기록하고 1년 이상 월별로 6~8%대를 넘나들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입니다.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09년 이후의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 운영은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긴축 정책을 쓰게 된다면 성장 고용, 나아가서 사회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겁니다. 수년간 지속된 위안화 평가절상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수출 기업의 도산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불안한 요소입니다.”“수년간 고성장을 지속해 오던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최근 고유가,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겪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 2007년 11월에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한 후 올해 7월에는 무려 27%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올해 5월과 6월부터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 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권 경기의 침체가 수출 지향형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동남아 국가들에 타격을 가하고 있지요. 그런데도 동남아 지역은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보다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아시아 신흥시장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주요인은 인플레이션과 수입 급증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입니다. 또한 2006년과 2007년에 나타난 과잉 유동성에 대한 대응 부족 등 정부의 경제 운영 능력 미숙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 측면이 있습니다.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위기로 진전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 국가의 경제가 비교적 큰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물가 급등이나 무역수지 적자가 더욱 악화되거나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외자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외환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습니다.”“현재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이 미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콜롬비아와의 FTA 비준에 사실상 우선권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의회 회기의 잔여 기간이 충분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연내 한·미 FTA 의회 비준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주자인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차기 행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민주당이 11월 대선 이후 레임덕 기간에 한·미 FTA 비준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현재 한·미 FTA 성사에 대한 양국 정상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 한, 한국으로서는 향후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FTA의 양국 국회(의회)의 비준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한·EU FTA는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현재까지 7차에 걸친 공식 협상을 진행했지만 주요 쟁점들에 관한 양측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해 여전히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자동차 관세 철폐 시기를 비롯한 상품 양허, 자동차 표준, 원산지, 서비스(통신, 환경, 금융, 법률 등) 등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한·EU FTA와 관련해서는 EU의 높은 환경 규제,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을 최대한 완화 또는 철폐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무역 구제에 대한 양국 간 협의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EU는 우월적 기술력에 기초한 과도한 높은 수준의 기술 식품 안전 기준을 도입해 우리 기업의 EU 진출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브릭스포털(www.bricsinfo.org, 팀장 정다송)은 기획재정부 외교통일부 지식경제부 무역협회 KOTRA 국가정보원 등 20여 개 기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료 사이트입니다. 최신 정보가 가득합니다. 이들 지역과 교역을 하거나 투자를 할 경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들 지역의 전문가와의 네트워킹을 위한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도 확립해 놓고 있어 객관적이면서 체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떠오르는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을 포괄하는 사이트(EMERiC’s)로 확대 중입니다. 이들 지역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이를 활용하면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1953년생. 77년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83년 미국 웨스턴미시간대 경제학 석사. 90년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및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책임연구원. 2002년 KIEP 부원장. 2006년 KIEP 한·미 FTA 연구단장. 2008년 KIEP 원장(현).수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