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컴퓨팅과 가상현실

어릴 적 공상과학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가상현실 세계다. 주인공은 360도 스크린으로 되어 있는 공간에 들어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헬멧처럼 쓰고 과거 또는 미래 세계를 체험하는 장면은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1990년 초 대형 오락실에 등장했던 가상현실 게임기는 당시 비싼 가격과 기술 장벽을 뛰어넘지 못해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아직도 그때 경험했던 기억은 생생하다.HMD를 쓰고 가상공간에 등장하는 새를 총으로 맞히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당시에는 TV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겉 무늬(텍스처) 없이 몇 개의 벡터(도형)로 이뤄진 게임이었지만 영화에서 보던 가상공간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러면 20년이 지난 지금 가상현실 관련 기술은 어느 정도 발전했을까.우선 지금까지 가상현실 부문은 경계가 모호하게 정의돼 있었다. 가상현실은 시각적 효과 외에도 청각, 촉각적인 요소도 필요하지만 이런 구분 없이 시각적으로 현실을 구현한 부분은 가상현실로 묶어서 표현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상현실이라는 말보다 비주얼 컴퓨팅(Visual Computing)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최근 비주얼 컴퓨팅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 정보기술(IT) 환경을 재편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에는 기술적 장벽이 ‘인터넷’이었다면 앞으로는 ‘비주얼 컴퓨팅’이 IT 업계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비주얼 컴퓨팅은 기존 2D 데이터보다 2~6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CPU와 그래픽카드를 비롯해 최신 제품이 필요하며 비주얼 컴퓨팅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서도 더 빠른 인터넷 선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더 좋은 비주얼 컴퓨팅을 경험하기 위해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구입해야 한다.인텔은 비주얼 컴퓨팅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CPU를 현재에 비해 3배 이상, 그래픽을 처리하는 칩셋인 GPU(Graphic Process Unit)를 현재보다 20배 이상, 인터넷 속도도 100배 이상 빨라져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한 자동차 업체가 새로운 자동차를 설계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들까. 일단 비용은 둘째로 치더라도 신차에 개발하는 기간과 인력은 자동차 업체로서는 큰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완전한 자동차 신차가 등장하는 데는 3년에서 4년까지 걸린다. 특히 엔진과 같은 핵심 기술까지 같이 생산하게 된다면 그 기간은 평균보다 훨씬 늘어난다. 글로벌화에 따라 국경선이 없어진 자동차 업체로서는 신차 개발에 비용을 줄이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다.BMW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닛산 볼보 푸조 포드 등 자동차 업체들은 일찍부터 디지털 설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새로운 자동차를 설계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기존 재래식 자동차 개발 방법 대신 비주얼 컴퓨팅을 적용해 신차 개발 기간을 1년 이상가량 앞당길 수 있었다. 단순히 자동차를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주얼 컴퓨팅으로 재현된 자동차 트랙에서 시험 주행도 할 수 있는 등 개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만약 새로운 차를 직접 개발하고 테스트를 하려면 경쟁회사들에 비해 한참 뒤처진 자동차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비주얼 컴퓨팅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조선, 해양, 대규모 건축, 항공 산업에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가장 각광받고 있는 비주얼 컴퓨팅 분야는 의료, 항공, 특수 분야 등이다. 지금까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과대에 진학해 혹독한 수련의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PC로 수술 실습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비주얼 컴퓨팅으로 구현된 수술 환경에서 다양한 상황을 선택해 수술 실습을 하는 것이다.실제 업체들은 의료 부문에서 비주얼 컴퓨팅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의학 기술이 열악한 개발도상국 등에서 수준 높은 선진 의료 기술을 비주얼 컴퓨팅을 통해 배울 수 있다.비주얼 컴퓨팅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호작용에 따른 각종 변수를 대입해 실제 상황에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여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항공사업, 우주사업 등 사업 규모가 크고 위험부담이 높은 분야에서 비주얼 컴퓨팅에 대한 요구가 높다.그래픽 칩셋 업체 엔비디아, 그리고 ATI를 인수한 AMD는 비주얼 컴퓨팅 분야에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경쟁을 벌여 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양자 구도가 삼각 구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비주얼 컴퓨팅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CPU 부문에서 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인텔의 입장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비주얼 컴퓨팅 시장은 매력적인 분야다. 사실 인텔은 데스크톱 PC 및 노트북 PC 주기판에 들어가는 그래픽 통합 칩셋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인텔은 ‘라라비(larrabee)’라는 CPU와 GPU가 통합된 그래픽 칩셋을 이르면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AMD도 CPU와 그래픽 칩셋을 하나로 만든 새로운 형태 칩셋을 개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도 이런 추세에 대응할 예정으로 알려져 앞으로는 CPU와 그래픽 칩셋 경계가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비주얼 컴퓨팅은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우선 게임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분야가 중요한 이유는 IT 부문에서 가장 빨리 변화하는 부문일 뿐만 아니라 그래픽 성능을 검증하는 척도로 쓰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블로거와 게이머들은 새로운 그래픽 칩셋이 등장하면 퀘이크3, 크라이시스 등 최신 게임이 얼마나 잘 동작하는지 성능을 평가한다.비주얼 컴퓨팅이 구현하는 가상현실 세계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아직 아무도 무른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쿵푸팬더’ 영화가 등장하고, 지금 손안에 있는 휴대전화 메뉴가 글자에서 아이콘으로 바뀐 것처럼 우리는 이미 비주얼 컴퓨팅 시대에 살고 있다.기존보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대부분 노트북 PC는 기본 배터리로 2시간 내외에서만 사용 할 수 있다.4시간 이상 배터리 사용 시간을 보장하는 노트북 PC는 소니코리아 ‘TZ’ 시리즈, 도시바코리아 ‘R500’, 한국레노버 ‘X60’ 등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의 가격이 일반 노트북 PC의 두 배가 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우선 가지고 있는 노트북 PC 배터리의 사용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는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노트북 PC에서 배터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CPU, HDD가 아닌 LCD 백라이트다. 백라이트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 가장 밝게 했을 때보다 20% 이내로 전원을 절약할 수 있다. 작업에 필요 없는 기능과 단자는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해 두면 조금이나마 전원을 아낄 수 있다. 윈도 제어판 ‘장치관리자’에서 DVD-드라이브, USB 단자 등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할 수 있다. ‘전원 옵션’에서 모니터와 HDD, 최대 절전 모드 시간을 설정해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LCD 밝기를 줄이는 것 이상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아쉽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배터리를 추가로 구매하는 것이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