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기자가 투자에 실패했거나 후회했던 경험이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웃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투자의 성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이에 기자는 당연하다는 듯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은 것이 성공이 아니겠냐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기자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적인 투자를 곧 수익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기업에 투자하고 기업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필자에게는 더더욱 투자에 대한 성공을 비용과 수익의 측면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그러나 투자에서 돈을 늘리는 것을 성공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돈을 불리는 투자는 정말 쉬운 투자다. 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계산을 하고 절대 손해 보지 않는 투자를 하고는 기업이 조금 성장했을 때 바로 투자금을 회수하면 된다. 물론 이것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지만.그렇다면, 투자란 진정 돈을 만들어 내는 일련의 활동일 뿐일까. 여기서 얼마 전 인상 깊게 들었던 한 만학도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는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가세가 기울어 학교를 그만두고 밤무대 가수로 23년간 살아왔다고 했다.그러나 밤마다 무대 위에 오르면서도 늘 자신의 꿈을 키워 왔고, 결국 학교를 그만둔 지 23년 만에 서울대에 재입학했다. 인생의 많은 시간과 큰돈을 들여 꿈과 인생에 투자했던 것이다.그러면 이제 그녀에게 물어보자. 투자가 성공적이었는지, 어떤 성공인지, 그리고 후회는 없는지. 그녀는 23년간 배움이라는 열정에 대한 투자로 인해 돈을 많이 벌었는가. 아니면 인생이 달라지고 삶이 윤택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녀의 투자는 헛된 일이었을까.사람들은 누구나 투자를 한다. 성공을 위해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업을 위해 돈을 투자하고, 가족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며, 어떤 사람은 사회를 위해 땀을 투자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늘 투자를 하고 투자 속에서 살지만 그 투자의 결과를 성공이나 실패로 양분화해 생각하진 않는다.성공적인 투자란 사람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노력 후에 발전된 스스로의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 사업을 발전시키는 기쁨,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기쁨, 그리고 이웃의 웃음소리에 행복할 수 있는 기쁨. 이 마음들이 성공을 위한 투자의 진정한 답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TV프로그램에서 본 서울대 만학도인 그녀는 정말 기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에게 직접 투자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듣진 못했지만 그 얼굴을 보면서 필자는 감히 그녀 대신 성공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그녀의 투자는 성공한 투자’라는 것을 말이다.다시 앞으로 돌아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고자 한다. 기자의 관점에서 보면, 필자는 늘 성공적인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투자 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투자도 있고, 꼭 투자했어야 하는 기업을 놓친 적도 있다.하지만 그 투자가 어떤 형식이었든 그것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은 없다. 필자의 투자로 인해 돈을 벌진 못했지만 기술 발전을 이룬 기업도 있고, 새로운 도전을 한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투자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서, 동시에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므로 투자는 그 자체로서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인생에 ‘투자’하는 것은 아닐까.약력: 1946년생. 서울대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수료. 81년 한국기술개발 벤처투자부장. 86년 한국기술투자 사장. 2002년 한국기술투자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