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에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내과를 거쳐서 옵니다. 내과에서 진단을 하고 치료나 수술이 필요하다 싶으면 외과로 보내는 거지요. 그에 비해 대장이나 항문 분야는 환자가 자가 증상을 느끼고 직접 찾아오니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를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저와 잘 맞았습니다.”이화여대의료원 목동병원 외과 과장인 김광호 교수는 보통 사람이라면 꺼림칙한 대장항문과를 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장항문 분야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변화함에 따라 점차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영역이다. 치핵과 장염이 대장항문외과를 찾는 가장 흔한 원인이고, 특히 대장암 발병률은 2005년 기준으로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올라섰다.식습관은 소화기 계통의 건강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위는 음식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는 첫 관문이고, 대장은 음식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장소여서 더욱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소화 과정에서 음식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연식을 하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식이섬유를 늘리라는 단순한 조언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암에 대한 공포와 대장암 발병 빈도가 높아지다 보니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을 찾는 방문객들도 늘었다. 또 5대 암 조기 검진 사업으로 60대 이상 무료 진료 환자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고 돌아간다고 한다.“대장암은 2기 이상 진행돼야 자각 증상이 생깁니다. 예전엔 투망을 던져 암을 가뒀다면, 요즘은 작살로 원인을 잡는 표적 치료가 가능해 완치율이 높아졌죠. 3기에도 60% 이상 완치되고 있어요. 0에 가까웠던 4기의 5년 이상 생존율도 늘어나고 있고요.”물론 수술을 한 후 모든 결과가 다 좋게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암이 이미 전신에 퍼진 것을 확인하고 그냥 닫고 수술실을 나서야 할 때, 2년 동안 치료한 환자가 곧 숨을 거두게 될 것을 알았을 때, 김 교수는 ‘내 목숨이 깎이는 것 같다’고 한다. 마음의 보람만큼이나 부담이 큰 직업이 의사다.“의사에 대한 존경이나 처우가 예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제 의사도 전문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직업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다만 행위의 결과를 놓고 개인이 느끼는 영광과 상처의 강도가 남보다 클 뿐이죠.”그래도 여전히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너무나 먼 존재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우리 주변에서 직업 정신이 투철한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법이 궁금하다. 김 교수는 ‘의사가 추천하는 의사’를 찾아가라고 했다. 그는 좋은 의사를 ‘성실하고 거품이 없는, 쌩얼을 가진 의사’라고 표현했다.“의학에서 명의나 비술, 효험이 좋은 약 같은 건 없습니다. 옛날에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만 도제식으로 내려오는 비장의 기술이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약을 짓거나 수술을 할 때 모든 성분과 과정이 공개돼 있어 눈썰미와 손재주만 있으면 누구나 보편적인 시술을 할 수가 있습니다.”환자 본인이 느끼기에 자신과 잘 맞고, 차분히 설명을 해 주는 의사라면 주치의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안심이 되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건강을 지키는 단 한 가지 비법을 물었다.“너무 빤한 소리로 들려도 스트레스가 곧 만병의 근원입니다. 버릴 걸 버려야 해요. 즐겁고 편한 마음이 최고입니다. 술 마시며 스트레스를 잠깐 푼다고 해도 다음날이면 다시 좋지 않은 생각이 들곤 하잖아요. 저는 가족과 얘기를 나누며 병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풉니다. 건강을 위해 나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찾아 보세요.”이화여대 목동병원 외과과장약력: 1985년 고려대 의과대 졸업. 1994년 고려대 대학원 일반외과학 의학박사. 1995년 이화여대 의과대학 조교수. 2006년 이화여대 교수(현). 이화여대의료원 목동병원 외과과장(현).김희연·객원기자 foolf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