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수료에 대한 모든 것

바야흐로 1가구 1펀드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수수료가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성과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이 펀드 수수료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요즘같이 대다수의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시점에서 수수료 부담은 더욱 더 크게 느껴진다. 신탁 보수라고 불리는 펀드 수수료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좀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자.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판매 수수료(보수)와 운용 수수료(보수)를 펀드 수수료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일단 판매 수수료는 선취 수수료와 후취 수수료로 나눠진다. 펀드 투자자라면 상품 이름 뒤에 붙는 ‘Class A’, ‘Class C’라는 것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멀티클래스 펀드로 A형은 일정 수수료를 판매 수수료로 미리 부과하는 선취형, B형은 선취 수수료는 없지만 일정 기간 이전에 환매하면 높은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는 후취형, C형은 선·후취 수수료가 없는 대신 연간 신탁 보수가 높은 유형, D형은 선취와 후취 수수료를 모두 다 내는 유형을 뜻한다. 국내 펀드에서는 A형과 C형이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A형을 선취형, C형을 후취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환매 수수료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일정 기간 내에 환매할 시 내야 하는 페널티 개념이다. 페널티 기간은 펀드마다 다양하지만 보통 30일 이내 환매 시 이익금의 70%를 부과한다. 다음으로 운용 수수료란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회사가 말 그대로 운용의 대가로 받아가는 보수다. 보통 1% 이하이나 실물자산 투자 펀드는 3%로 꽤 높은 편이다. 이렇게 높은 이유는 실물자산 감정(부동산 감정, 와인 감별 등)에 대한 보수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이 외에도 펀드 투자자들이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더 있다. 먼저 수탁 보수다. 이는 투자자가 펀드 관련 금융 회사에 일정 비율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펀드 회사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직접 보관하지 않고 금융 회사에 맡김으로써 도난에 대한 위험을 방지한다. 이로 인해 금융 회사는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고, 이를 투자자들이 지불하는 것이다. 또한 매일 펀드 가격을 계산해 주고 가치를 산정하는 사무 관리 회사에 대한 보수도 수탁 보수에 포함된다.펀드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타 보수들도 있다. 예를 들어, 주식형 펀드 자금이 유입되면 펀드로 주식을 매매해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인 매매 수수료는 기타 보수에 들어간다.아울러 펀드는 수익증권으로서 증권예탁결제원에 전산 등록된다. 여기에 드는 예탁 및 결제 수수료 역시 기타 보수에 포함된다. 또한 회계감사 시 발생하는 감사 보수, 운용 보고서 작성 시 발생하는 비용, 펀드 소송이나 주주총회 개최 시 생기는 비용도 기타 보수 명목에 포함된다.이 많은 수수료 항목에 대한 복잡함을 해결하기 위해 자산운용협회는 총비용(TER: Total Expense Ratio)이란 서비스를 제공한다. TER란 펀드 순자산총액 대비 총보수와 총비용의 연환산 합계를 백분율로 표시한 수치다. 쉽게 말해 1000만 원 펀드 투자 시 이 펀드의 TER가 2.5%라고 하면 1년에 25만 원이 비용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따라서 운용 성과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펀드라면 TER가 낮은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펀드 투자를 결정했다면 그 다음에 봉착하는 문제가 ‘선취형으로 할 것인가, 후취형으로 할 것인가’다. 그 해답은 바로 펀드 투자 기간에 있다. 2008년 5월 기준으로 펀드 수수료는 2% 내외다. 선취형은 1%가량을 수수료로 미리 제외하고 운용 기간에 1%씩 빠져나가며, 후취형은 입금할 때 수수료를 미리 제외하지 않고 운용 기간 동안 2%씩 지불한다.선취형과 후취형을 비교하기 위해 적립식으로 월 10만 원씩 불입하고 연 수익률은 10%로 고정하면 1년까지는 선취형 124만7000원, 후취형 125만3000원으로 후취형이 약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2년차부터 선취형 261만1000원, 후취형 261만 원으로 선취형의 수익률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또한 30년 동안 투자를 지속했다고 가정하면 그 수익 금액의 차이는 복리 효과로 인해 3000만 원 이상으로 벌어진다. 이 계산법은 월별 복리로 계산했으나 실제로는 일별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이처럼 선취형은 투자 원금에서 먼저 1%를 제외하고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를 단기적으로 운용할 경우에는 후취형이 유리하다. 그러나 후취형은 총투자 금액에서 2%의 수수료를 내고, 선취형은 신규 투자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1%의 수수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때 선취형으로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 특히 적립식이 아닌 거치식으로 투자할 경우 선취형이 더욱 유리하므로 투자 시 투자 기간 결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펀드 투자 시 수수료를 좀 더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첫째, 투자할 펀드를 정했다면 그 펀드가 인터넷 전용으로도 출시돼 있는지 확인한다. 인터넷 전용 펀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판매 보수가 0.6~0.8%로 1.28%인 일반 주식형 펀드의 평균 판매 보수보다 훨씬 저렴하다.물론 인터넷 전용 펀드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현재 인터넷 전용 펀드로 출시된 상품이 150여 개에 불과하고 100억 원 이상 인터넷 전용 펀드는 10개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인터넷 전용 펀드가 인덱스 펀드 위주에서 성장형 펀드로 확장되고 있어 향후 펀드 선택에 있어 좀 더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인덱스 펀드도 수수료가 저렴하다. 인덱스 펀드는 시장 대표 종목으로 바스켓을 구성해 KOSPI200 등 주요 주가지수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펀드다. 따라서 한번 구성된 인덱스 펀드는 펀드 운용도 크게 필요하지 않으며 포트폴리오를 크게 수정할 필요도 없다. 이로 인해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가 2.07%인데 비해 인덱스 펀드의 수수료는 1% 내외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마지막으로 인덱스 펀드의 한 종류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ETF란 KOSPI200지수와 같은 특정 주가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종목들로 펀드 바스켓을 구성한다. 그러나 인덱스 펀드와는 다르게 이렇게 구성된 펀드로 주권을 발행, 시장에 상장해 일반 주식과 마찬가지로 매매할 수 있다. ETF는 은행이나 증권 회사 방문이 아닌 인터넷(HTS)으로 집에서도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고 거래 수수료 역시 0.3~0.6%로 인덱스 펀드의 수수료보다 훨씬 싸다.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펀드 수는 1만여 개로, 좋은 주식을 선택하는 것보다 좋은 펀드를 선택하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운용 방식이 비슷한 펀드도 당연히 존재한다. 물론 펀드 운용 결과(수익률)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펀드 수수료를 비교해 적은 수수료를 내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투자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