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경영’

캐나다의 한 금광 개발 회사는 자체적으로 연구소를 가동해 금맥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 잘 되지 않아 회사의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어떤 임원이 아이디어를 내 회사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이 자료를 이용해 금맥을 찾는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자고 제안했다. 금쪽같은 회사의 기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거셌지만 어차피 망하기 직전인데 한 번 해보자고 했다.그런데 놀랍게도 공모를 하고 상금을 거니까 전 세계에 있는 지질학자들과 학생들이 그것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흔한 말로 대박이 터져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너무나 행복한 경험을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요즘 얘기하는 공유하고 협력하는 포스트모던 경영이다.중국 중산층이 PC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구매를 주저하는 이유를 파악했는데 PC가 자녀 학습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인텔이 중국에서 출시한 가정교육용 PC는 소프트웨어 잠금장치 대신 실제 자물쇠를 달아 인기를 모았다.인텔은 중국에서 열쇠와 자물쇠가 지니는 권위의 상징을 잘 파악함으로써 중국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다. 고객 속에서 마케팅 아이디어를 찾아내 대박을 이룬 것 또한 포스트모던 경영의 실사례다.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지난 4월 23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인하대 김연성 교수는 ‘새로운 도전-포스트모던 경영’이란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제 공개하고 공유 하는 포스트모던 경영을 실행할 때라고 강조했다.청바지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그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청바지 디자인을 어떻게 하는지 살펴봤더니 디자이너가 하는 게 아니었다. 디자이너도 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이화여대 앞에 있는 매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얻었다. 이런 예가 글로벌 디지털 시대의 공유·소통·공개를 표방한 포스트모던 경영의 대표적인 실행 사례들이다.포스트모던 경영에 있어 기념비적인 전환점이 되는 이론으로 롱테일의 법칙을 들 수 있다. 그전에는 파레토 법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파레토 법칙은 20%의 사람들이 80%의 일을 한다. 그래서 소수 정예가 나머지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한다는 전형적인 현재까지의 경영 법칙이었다. 소득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위 20%가 80%의 소득을 낸다는 식이다.그런데 이것이 지금 바뀌고 있다. 인터넷 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얘기한 것이 롱테일 법칙이다. 롱테일은 말 그대로 긴 꼬리다. 요즘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고 하는데 어떤 음반 회사가 음악 파일의 판매 추이에 대해 조사해 봤다. 잘나가는 아이템, 과거 같으면 이것이 2 대 8의 원칙에 의해 전체 소득의 80%를 차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20%의 잘나가는 아이템 말고 나머지 80%의 아이템이 꾸준히 나가더라는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팔리는 아이템들 덕에 꼬리가 길어지는 것이다.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은 모던 경영과 포스트모던 경영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오픈하는 것, 공유하는 것, 동료 집단들이 공동으로 생산하는 것, 결국 핵심은 핵심 역랑을 갖춘 인적자원(HR) 인재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지에 달려 있다.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들어가면 로그인 하는 순간 ‘너 이거 사고 싶지’라고 책을 추천해 준다. 어떻게 내가 사고 싶은 책을 알고 고르는지 신기할 정도다. 왜 그런지 봤더니 내가 그동안 클릭했던 정보를 토대로 분류하는 방식이다.얼마 전 ‘원 찬스(One Chance)’라는 앨범으로 유명해진 영국 가수가 있다. 폴 포츠라는 가수인데, 고생 끝에 콩쿠르에 나가 예선부터 시작해 결선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국노래자랑 지역 예선에서 시작해 연말 결선까지 오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 대상을 받는 순간 유튜브에 동영상이 올라왔고,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이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밑바탕에는 유튜브의 힘이 있었다. 많은 실행 사례들이 얘기하듯이 HR 핵심 인재들은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 이것이 경영 환경의 변화임을 알아야 한다.약력: 1959년생. 82년 국민대 법과대학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99년 위드스탭스홀딩스 대표이사 (현). 2007년 HR아웃소싱협의회 회장(현).이상철·위드스탭스 대표이사